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미디어 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식의 '미디어산업 신성장 동력론'을 주창해 왔다. 하지만, 방통위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왔던 연구기관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 내용은 이와 반대였다. "방송 광고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으며 방송계의 일자리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존 주장과 다른 보고서 내용을 접한 방통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1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원장 방석호)가 방통위로부터 수주해 지난해 12월 작성한 '2008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보다 앞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미디어법안 통과시 4조 원의 경제 효과와 2만6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놔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보수 신문이 '신방겸영, 방송지분 대기업 소유 등은 민생법안'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제공했었다.
그러나 <경향신문>에 소개된 최근 보고서에는 이와 배치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방송광고 시장은 3조 3657억 원(2007년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성장에 그쳐 정체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420개 전체 방송사업자 가운데 연 매출이 1000억 원을 넘는 업체는 15개에 불과하고 114개의 업체가 1억 원 미만으로 나타나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또 방송업계 일자리도 감소 추세다. 지상파 1만3897명, 방송채널사업자(PP) 9102명을 포함해 총 2만8913명으로 2006년 말에 비해 1.3%포인트 감소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11.6%에 달했다. 보고서는 "위성DMB·지상파DMB 등 뉴미디어와 OBS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종합유선방송의 인력 감소로 2003년말 이후 3년 연속 일자리가 감소세"라고 진단했다.
또 420개 방송사업자 가운데 50명 미만 고용 업체는 69%(290개사), 5명 미만을 고용 중인 업체는 25%(105개사)로 나타나 구멍가게 수준을 면치 못한 업체가 많았다. 특히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의 근간인 PP 190개사 가운데 62%(118개사)가 20명 미만의 고용 수준을 유지했다.
<경향신문>은 "KISDI는 결국 방송업체 통계치를 기초로 분석한 실태보고서에서는 방송시장이 사실상 '레드 오션'이라고 진단한 반면 '입법전쟁' 와중에 내놓은 '미디어 개혁법안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존해 정부의 '미디어산업 신성장 동력론'과 '일자리 창출론'을 뒷받침하는 이중성을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하면서 "KISDI는 같은 기관에서 낸 보고서의 전망이 다른 이유에 대해 '산업 실태를 기초로 한 분석과 규제 완화의 최종 종착점에 관한 전망은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이 보고서를 곧 배포·공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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