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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년사에 나타난 자신감의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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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년사에 나타난 자신감의 근거는?

[과학기술로 북한읽기] 새 세기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과학기술혁명

매년 1월 1일에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혹은 신문공동사설의 형태로 지난해를 결산하고 새해 목표를 제시하는 내용을 발표한다. 김일성 사후 직접 발표하는 신년사가 사라졌다가 올해부터 다시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보통 북한의 신년사·신년공동사설 준비를 위한 결산작업은 9월 이후부터 취합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를 모두 모아 12월경에는 다음 해 목표를 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따라서 12월 초가 되면 1년 결산이 대략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김정은이 직접 읽은 2013년 신년사를 '자신감'의 표출로 읽는 전문가들이 있다. 보통은 12월 12일 발사에 성공한 광명성 3-2호의 성과 때문이라는 분석을 덧붙이는데 이것뿐만이 아니라 지난 한 해 다양한 경제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많았기 때문에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올해 북한은 지난 시기 부문별로 거둔 성과들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지난 시기 북한이 거둔 성과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어떤 부문의 성과들이 자신감의 밑바탕으로 작용했을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은 결국, 과학기술 관련 성과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방송을 통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2년 12월 10일 "세차게 타오른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12월 12일 발사된 광명성 3-2호 관련 기사때문에 묻혔지만 12월 10일 <로동신문>에 의미 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세차게 타오른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 수백 개 대상의 중요 생산 공정과 설비의 현대화, 경영활동의 정보화 실현"이라는 기사에는 1년 동안 북한 경제 각 부문에서 거둔 성과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기사들과 달리 나름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되면서 중요한 성과들이 부문별로 정리되어 있다. 아마도 이 내용이 '2013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지난해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북한이 내보인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생산공정 혁신의 세 갈래

이 기사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이 타오른 때로부터 1년이 흘렀다"는 말로 시작하였다. 아마도 2012년 11월 자강도에 CNC공작기계 생산공장을 완공한 이후를 뜻하는 것 같다. 이들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여, 그들을 평양으로 초청한 후 환대한 것이 김정일이 경제와 관련하여 진행한 최후의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곧바로 '백수십 대의 공작기계를 비롯한 중요한 설비들을 CNC 기대로 개조'하였고 '200여 개 대상의 중요생산공정을 현대화'했으며 근 100개의 단위들이 통합생산체계를 비롯한 생산과 경영활동의 정보화'를 실현했다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존의 생산공정을 혁신하는 흐름이 세 갈래로 나누어져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가 중요한 설비들을 'CNC 기대로 개조'하는 것이다. 이는 수작업, 혹은 수치제어 방식으로 작동하던 기존의 중요 설비들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CNC)으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료 투입, 측정, 제작, 오류 수정 등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컴퓨터에 의해 자동 조절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작 시간, 소요 원자재 등이 대폭 줄어들고 정밀도는 더 높은 수준에서 맞추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이전보다 요구되는 작업자의 숙련도가 더 낮아질 것이므로 작업자 확보가 쉽다. 즉 기술 수준이 올라감으로써 생산 비용은 낮아지고 생산 속도와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이 CNC를 줄기차게 거론한 이유이다.

두 번째는 중요 생산공정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낡은 설비를 최신 설비로 교체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개별 작업 체계보다 흐름식, 즉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연속적,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체계를 도입하였다는 뜻이다. 또한 기계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생산공정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생산현장에서는 적어도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공정의 개선·개조 작업이 중단되어 대부분의 설비들이 낡고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을 빨리 새로운 설비로 바꾸어 공정 전체를 새롭게 바꾸라는 것이다. 이는 CNC화에 비해 기술적인 난이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자금이 많이 들고 또한 기존의 생산활동, 즉 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대대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북한 지도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기존의 작업방식을 전면 중단하고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라는 주문을 계속하였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 기존의 방식보다 몇 배, 몇십 배 효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중단된 작업 일수를 보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는 생산량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예전과 달라진 개선·개조 작업 방식의 주문이었다.

세 번째는 '경영활동의 정보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개선·개조된 생산공정, 즉 현대화된 생산공정 전체를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기계 장치를 활용하여 조절,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뜻이다. 실리를 제대로 추구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계량화,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라는 주문이다. 생산공정이 방대하고 설비들이 크더라도 중앙에서 컴퓨터 등을 활용하여 제어할 수 있게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CNC화의 최상위 단계인 '무인화' 단계를 염두에 둔 듯하다.

중요 공장·기업소별 성과

이후 기사에는 구체적인 중요 공장·기업소 별로 누구의 도움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자세하게 소개되었다. CNC가 단순한 공업용이 아니라 이를 통해 경공업, 즉 인민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말을 하기 위해 경공업 부문의 사례를 먼저 거론하였다.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 공장·기업소는 아래와 같다.

경공업 부문 : 평양양말공장,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신의주방적기계공장, 평양일용품공장, 함흥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평양곡산공장, 평양기초식품공장, 평양밀가루가공공장,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공장 이름만 보면 단순한 생필품 공장이지만 이들 공장은 기본적으로 작업공정들이 컴퓨터에 의해 전자동으로 조절되고 중요 설비의 경우 CNC화되었고 경영활동의 정보화까지 도달한 '모범 공장·기업소'들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성공 사례로 거론되던 곳이다. 이제 모범의 완성단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경공업 부문 이외에도 선행공업, 기초공업, 기계·전자공업 부문의 성과들이 소개되었다.

선행공업, 기초공업 부문 : 희천발전소, 김책제철련합기업소, 무산광산련합기업소, 라흥철도공장, 순천화학련합기업소, 2.8비날론련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기계,전자공업 부문 :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 경성애자공장, 평양자동화기구공장, 전자제품개발회사, 모란봉자동화기구공장, 새날전기공장,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에서는 발전소의 핵심 부품인 터빈을 생산한다. 터빈 생산 공정을 CNC화시킨 것이 2009년 첨단돌파 전략을 표방하면서 CNC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근거였다. 터빈을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북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전력생산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또한 2.8비날론련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북한의 화학공업 부문의 동서 양축을 담당하는 기업소이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가 재가동되고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완공됨에 따라 석유가 아니라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 특유의 화학공업체계가 정상 가동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첫 번째 부산물인 화학비료 생산이 안정화되었고 이것은 2012년 각종 자연재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생산량이 늘어났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자연재해가 심하였고 남한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비료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식량 생산량이 늘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비료를 '적기'에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 추정할 수 있다.

과학자, 기술자들과 협력

각 공장·기업소들의 성과는 항상 관련 분야의 과학자, 기술자들과 협력을 잘 했기에 가능하였다는 설명이 붙었다. 지금까지 CNC화, 현대화, 자동화 등의 핵심 연구자는 국가과학원 소속 연구소와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녀학생의 일기'의 실제 모델이자 국가과학원 조종기계연구소 소자 김사명과 김정일에게 '홍길동'이라는 별명을 받은 김책공업종합대학 자동화공학부실장 정일철은 이 분야의 대표적인 과학자들이다.

▲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발사에 참여한 과학자, 기술자 및 관리들이 지난해 12월 21일 김정은의 초청으로 평양에 와 평양 곡산 공장을 방문,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런데 이번에 거론된 새로운 핵심거점 중 하나로 '평양기계대학'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과학자가 거론되었다. 이는 중앙의 핵심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지방 거점 연구자들이 핵심이 되어 개발된 기술을 분야별로 전파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추정하게 한다. 중앙의 핵심인력들에 의해 핵심 기업소에 핵심 기계나 설비들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지방의 연구인력들이 지방의 중요 기업소들에 대해 기술지원을 하는 단계로 넘어간 듯하다. 당연히 CNC공장기계 제작 기술의 핵심인 '련하종합기계' 소속 연구자와 은하·광명성 개발의 핵심 인력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연구 잠재력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라 추정된다.

최근 북한은 광명성 3-2호 발사로 인해 유엔 차원의 고강도 제재에 처한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북한은 더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단순히 군사력 측면만이 아니라 농업 생산 및 경공업 부문 생산과 함께 전반적인 경제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도 이러한 대응의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는 듯하다.

* 강호제 박사가 운영하는 북한 과학기술사 관련 홈페이지 바로가기
*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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