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언론학자 203명의 모임인 미디어 공공성 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렇게 힘주어 강조했다. 이를 듣고 있던 중앙대학교 이정춘 명예교수는 "F학점도 아니고 아예 논외 대상이다"라고 거들었다.
3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 미디어공공성포럼은 "한나라당은 미디어 악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자들의 모임인 미디어공공성포럼이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게 되는 현실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 관련법 개정안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왜 거짓말까지 하나…안타까울 지경"
강상현 교수는 "한나라당이 언론 관련 법안과 관련해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 지더라"며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세우는 명분이 모두 사실과 다르고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을 '이유'라고 떠들고 있으니 학자들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기자회견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공회대학교 김서중 교수도 "한나라당이 안타까울 정도로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일"이라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위헌'이라며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정말 놀랐다. 헌법 재판소가 미디어렙 관련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신문법과 방송법을 개정해 여론 다양성을 해치라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는 "국민을 호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주도하는 것은 분명 우려할만한 일"이라며 "게다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에서 분점되어 지켜져야 하는 권력이 집중되고, 집중된 권력에 의해 친 자본적인 보수 뿐 아니라 건전한 보수들도 자본의 대리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모인 교수들은 특히 한나라당이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언론 관련 법을 일방적으로 고치려 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경남대학교 정상윤 교수는 "한 국가의 정당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중요한 미디어 제도를 개정하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나의 제도를 바꾸면 수정 보완에는 수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국민들이 많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대학교 김승수 교수도 "언론 관련법이 진짜 필요하다면 경제 회복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방송 산업 활성화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 규제를 완화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이러한 국민적 합의와 절차를 결여하고 나도는 언론 7대 악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승수 교수는 "신문이나 대기업은 영원히 방송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왜 해야하고 현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떤 규제를 해야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언론 자유의 정도나 국민적 부담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고, 사회적 동의와 논의 절차를 거친 언론 법안이라면 나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담당자들과 공개 토론회라도 하고 싶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언론 전문가이자 연구자인 교수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 정책의 문제점을 한 목소리로 질타하는 상황에 대한 심각성도 느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중앙대학교의 명예교수인 이정춘 교수는 "평소 언론 앞이나 대중들 앞에 나서 의견을 피력하는데에 소심한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나왔다"며 "이명박 정부는 왜 203명이나 되는 미디어 학자들이 나와서 성명을 발표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방향을 제시하는데 귀를 막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이 문제는 색깔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논의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강상현 교수도 "미디어공공성포럼의 향후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기자회견 등은 이제 그만 마무리짓고 연구자들 답게 연구실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분위기를 보니 여기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생각 같아서는 한나라당 당사자들과 공개토론회라도 하고 싶다.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정부 여당에 전해져서 더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문제를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 미디어공공성포럼의 전재철 상임교수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 |
"'방송 사업 허용'? 신문 · 재벌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주겠다는 것"
미디어공공성포럼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신문과 방송 겸영이 어디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인가"라며 "신문과 방송 겸영을 규제하거나 규제하려는 것이 오히려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다. 오히려 그것은지금의 세계적인 '문제'다"라고 했다.
또 이들은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그건 또 무슨 말인가"라며 "지금 신문사는 계속 추락하고 있는 자기 신문 하나라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애를 써야 할 때이고, 어려운 기업들은 자기 주종 기업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이 언론 관련법 개정안을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 말하는 데 대해서도 이들은 "그동안 방송 사업 했던 대기업들(예: 삼성의 중앙방송, KT의 스카이라이프, SK텔레컴의 TU미디어 등등)이 대부분 방송 때문에 엄청난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재벌의 방송 진출이 경제를 살린다니 그것도 또한 이해가 안 된다. 오히려 그러면 경제가 더 죽을까봐 걱정"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신문사의 방송사업 진출, 대기업의 방송 진출은 지금 국내에서 가능하고 또 실제 하고 있는데도 대부분 재미를 못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한나라당 법안은 족벌 신문과 재벌 기업에게 '뉴스보도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며 순수한 사업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보도 가능한 방송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IPTV 시대 방송 채널이 400~500개나 되는데 어떻게 여론을 지배할 수 있겠느냐'는 한나라당~의 발언을 두고는 "정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그 많은 채널들은 거의 대부분 여론과는 무관한 채널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이번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은개정의 명분도 전혀 정당하지 않고, 그 목적도 순수하지 않으며, 법 개정의 절차와 방법에서도 극히 비민주적이라고 본다"며 "한나라당은 지금의 미디어 악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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