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DNA'를 설명하는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김종석 |
신문기자이면서 방송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로, 베스트셀러 출판물 저자로, 각종 강연 인기 강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아줌마기자'를 브랜드로 내세우며 '사우나 수다'같은 유머 속에 톡 쏘는 메시지를 담는 솜씨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디어 사이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물 만난 고기'처럼 다양한 매체를 종횡무진하는 그녀의 경쟁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스스로를 '1인 기업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유인경 기자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저널리즘특강에서 만났다.
Difference '차별화하라'
칠판에 큼지막하게 'DNA'를 쓴 그녀는 "성공을 위해서는 타고난 유전인자가 아니라 후천적인 DNA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DNA란 차별성(Difference), 인맥(Networking), 태도(Attitude)의 머릿글자. 먼저 D 얘기부터 들어보자.
"뉴스 메이커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이력서를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턴이나 어학연수 등 하나같이 화려한 경력과 경험을 자랑했지만, 눈에 쏙 들어올 만큼 차별화된 자기소개는 드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학력과 경력 인플레 시대에 눈길을 끌 수 있는 차별화의 포인트는 어떤 것일까?
"공인 점수를 내세워 영어를 잘한다고 하기보다, 스키장에서 근무하며 외국인과 웬만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던 자기소개서가 더 관심이 갔습니다."
자신을 하나의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남들이 사고 싶도록 개성 있게 장점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유명인을 인터뷰 할 때, 남들이 다 하는 천편일률적인 질문을 하면, 대답도 빤한 것만 나오게 마련이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남들이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져야 새롭고 놀라운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Networking '인맥이 곧 자산'
"노하우(know how)가 아니라 노후(know who)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기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취재원에게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와 직결됩니다."
'케빈 베이컨'의 법칙에 따르면 세상 사람들은 알음알음으로 6단계만 거치면 모두 서로 연결된다.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6단계보다 더 짧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인경 기자는 한 다리 건너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넓게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탄탄한 인맥을 확보할 수 있을까?
"혈연과 지연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회도 좋고, 일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맥을 넓히는 데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패션에 관심이 많던 한 남학생은 모 패션지의 편집장과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나누다가 결국 그 회사에 특채돼 자신의 꿈을 이뤘다. '인맥'을 '끼리끼리 봐주기'의 부정적인 의미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건전한 의미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는 자산'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유 기자는 강조했다.
자신의 경우 기자생활을 하며 만난 취재원들, 방송사 관계자들, 독자나 시청자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준 자산이라는 것이다.
"기자는 좋은 문장력으로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기자들이 늘 꿈꾸는 특종은 어떤 인맥을 갖고 있느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종은 발로 뛰어야 나온다고 하지만, 결국은 발로 뛰어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나오더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점검하기 위해 '인맥지도'를 그려보라고 권하면서,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팬'이 될 만큼 인간관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줌마 기자'의 편안한 매력으로 독자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유인경 기자. ⓒ김종석 |
Attitude '능력보다는 태도'
알파벳 A가 1이라고 가정하고, B부터 1씩 커진다고 가정할 때, 숫자 조합이 100점 만점이 되는 단어는 Attitude, 즉 '태도'다.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진대제 씨는 이 계산법을 소개하면서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태도'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유 기자는 이 얘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사회생활에 있어서 능력보다 태도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면, 여자 후배들을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지적을 해도 꾸중에 익숙한 남자 후배들은 둥글게 넘어가는 반면, 예민한 여자 후배들은 속병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능력으로 보자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미숙한 감정 처리 때문에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실수를 했을 때는 다른 사람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의 충고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야 말로 사회생활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입니다."
팀워크가 중요한 조직 생활에서는 또 조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이들을 배려하려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진심어린 배려는 상대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취재원을 만나러 갈 때도 그의 취향이나 근황을 미리 파악해 약간의 준비를 하면 처음 보는 사이라도 쉽게 마음을 열어 결과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녀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 명사를 만나러 갈 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그가 시가(Cigar)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인사를 나누고 시가를 내놓자, 상대의 표정이 환해졌고, 그 다음 인터뷰는 일사천리였다. '약간의 수고와 정성을 들여 기대 이상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취재원의 흉금을 털어놓게 만드는 그녀의 노하우였다.
대학 때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전공에는 관심이 없고 '현모양처'를 꿈꾸며 선보는 데 더 열심이었다는 그녀. 졸업 후 <소설문학>과 <가정조선>등 월간지 기자로 일하다 드디어 70번째 선을 본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전업주부 생활 3년 만에 '육아 경험이 있는 아줌마 기자를 찾는다'는 경향신문에 재취업을 했다.
"아줌마였기 때문에 취직이 됐고, 아줌마라는 게 일하는 데 밑천이 됐죠. 방송에서도 내숭떨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아줌마 '컨셉'이 통했던 것 같아요."
누구도 '경쟁력'의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아줌마 브랜드'를 내세워 당당히 '유인경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된 그녀. "유정란을 프라이팬에 깨 놓으면 기껏해야 계란 후라이가 될 뿐이지만, 정성을 들여 온도를 조절해주면 장닭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만만치 않은 미모임에도 불구하고 '얼큰이 아줌마' '저주받은 기럭지'라고 스스로를 낮추며 웃음을 끌어내는 솜씨에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공감의 다리를 놓는 '커뮤니케이션 고수'의 내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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