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하루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방문했다.
"목사님, 이것 좀 보세요."
잘 생긴 쿠무두의 목둘레에 손자국이 남아 있다.
"아니, 누가 이렇게 했어요?"
"자고 있는데 자나카가 목을 졸랐어요."
쿠무두와 자나카는 같은 스리랑카인으로 회사 동료이지만 사이가 나쁘다. 자나카가 산재 사고를 당하고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지 옆에서 자는 쿠무두를 계속 괴롭힌다.
나는 공장장에게 전화해서 두 가지를 부탁했다.
"우선 둘이 붙어 있지 않도록 잠자리를 바꿔 주시구요. 일자리도 떨어진 곳으로 배치해 주시죠."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격리조치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잠자리가 좀 떨어졌다고 해서 괴롭히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사흘 후 다시 찾아온 쿠무두에게 말했다.
"자나카에게 분명히 전해. 한번만 더 괴롭히면 목사님이 스리랑카로 보내버린다구!"
내 말은 공연한 협박이 아니었다. 자나카나 쿠무두는 출국날짜가 6개월 여밖에 안 남은 근로자로 이 회사에서 나가면 희망 끝이었다. 당시 법으로는 마지막 회사에서 6개월을 근무해야 재입국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쿠무두를 안심시키고 다독거려서 회사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다음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피해자인 쿠무두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온 것이다. 나는 놀라서 말했다.
▲ ⓒ프레시안 |
"아니, 왜 가해자가 나와야지, 피해자가 나와?"
"자나카가 나오면 스리랑카 가야 돼요. 그렇지만 나는 괜찮아요. 나는 다른 회사 구할 수 있어요."
"개뿔이나! 며칠 안에 어떻게 구해?"
그러나 개뿔이 아니었다. 사흘 만에 쿠무두가 조건이 좋은 회사와 계약을 한 것이다. 재입국도 보장받고. 그 회사 있는 것보다 오히려 잘되었다. 어찌된 셈인지 물었더니 쿠무두는 싱글거리며 말했다.
"사장님한테 나 일 잘해요. 믿고 써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웃으며 좋다고 그랬어요."
나는 그 사장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쿠무두는 누구에게나 신뢰를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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