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 감시 운동 본부'는 3~8년간 일정한 의약품을 복용해온 환자 여섯 명이 각각 여섯 개(GSK, 대웅제약, 중외제약, 동아제약, 한국MSD, 녹십자) 제약 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관할 법원에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 소송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제약사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약값 상승과 병·의원의 과잉 처방을 유도해왔다"며 "그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서 사실로 확인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2007~2011년까지 제약사, 도매상들이 1조1418억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의료 기관 또는 의사, 약사에게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검찰도 제약업체로부터 300만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은 전국 병·의원 의사 100여 명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이번 민사 소송은 제약 회사의 불법 리베이트 지급 행위에 대하여 의료 소비자와 환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외국은 의료 소비자와 환자가 리베이트 행위를 벌인 제약 회사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거는 일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입구. ⓒ연합뉴스 |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 회사가 의약품·의료기기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요양 기관(병·의원, 약국 등)에 금전, 노무, 편익, 향응 등을 제공하는 일련의 행위를 이른다. 지난 23일에는 경찰청이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의사 수백 명에게 45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행위가 만연하게 된 데는 복잡한 배경이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전문 의약품은 환자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선택하지 않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선택한다. 또 많은 소비자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을 살 때도 의사나 약사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제약 회사는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신약 개발보다는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수입하거나 기존의 약을 복제해 의약품 선택권을 가진 요양 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판촉 경쟁에 뛰어드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로는 보험 급여 의약품 1만3605개 중 신약은 3844개에 불과한 반면 복제 약은 9761개(2012년 1월 1일 기준)다.
이 때문에 제약 회사와 요양 기관 종사자 간 갑을 관계가 굳어져 제약 회사가 요양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리베이트와 같은 전 방위 로비를 벌이는 행태가 만연했다. 그리고 이렇게 제약 회사가 리베이트에 쓴 비용은 고스란히 약값으로 전가되었고, 이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고갈 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정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말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리베이트 관행을 감시·감독하는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구 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리베이트 단속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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