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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재승인 보류'에 목소리 키우는 '구본홍 용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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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재승인 보류'에 목소리 키우는 '구본홍 용인파'

"MB정권이 어떤 정권인데" VS "YTN 정파는 정권에도 큰 위험"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승인 심사 보류 결정을 내리자 YTN 내부에서 '구본홍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현실론자'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언론노조 YTN 지부(위원장 노종면) 조합원 대부분은 "아직은 투쟁을 접을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방통위가 시한으로 정한 오는 2월 24일 실제로 'YTN 정파 사태'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구본홍 사장을 위시한 사측에서도 "노조 지도부 말대로 하다 회사 문닫는다"는 여론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인가…이길 수 없다"

12일 밤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9층 보도국에서 열린 YTN 노조 긴급 총회에서는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 보류 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양측 모두 이번 결정이 'YTN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자 '부당한 결정'이라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이러한 압박에 굴복해야 하느냐, 아니면 계속 싸워야 하느냐를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한 조합원은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인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대운하, 다음 달에 시작한다고 한다. 촛불시위 어떻게 됐나. 어청수 경찰청장 어떻게 됐나. 민주노총 위원장 어떻게 됐느냐. 엊그제는 전교조 교사들을 해임하고 파면했다"면서 "더군다나 YTN에 대해선 정부 의결을 통해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문을 닫게한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를 치킨게임하듯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조합원도 "YTN 투쟁이 공정방송 투쟁이었는데 지금은 정권 정면승부로 와있다. 우리 뒤에는 현 정부와 맞서 있는 사람들이 얽혀있다. 정권은 이 싸움에서 질 수가 없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직시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조건부 보류는 조건부 불허 아니냐. 조건 충족 못하면 문 닫는 것 아니냐"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과 대화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구본홍 사장과의 협상을 시도하다 내부 반발 여론에 밀려 사퇴한 박경석 전 노조위원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위원장은 "방통위의 정치적 압박이 정당하냐의 문제와 현실적인 압박을 어떻게 풀 것인가의 문제는 다르다"면서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현실적인 압박을 무시하기에는 남아있는 기회가 한 번 밖에 없다. 이 정권은 YTN 문닫게 하는 것 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투쟁을 접는다고 해도 대한민국에는 YTN을 보고 왜 비겁하게 변절했느냐, 어용방송 되려고 투쟁했느냐고 욕할 자격 있는 집단, 언론사 하나도 없다고 본다"며 "사측이 물론 많이 잘못했지만 우리가 진짜 주인이니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노조 집행부는 사측과 만나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방통위의 결정, 사측에도 압박 … 아직 시간은 있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구본홍 반대 투쟁을 계속해야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한 조합원은 "방통위의 결정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면 '정치 인사'인 구본홍 씨가 더 많은 압박을 받는다. 과연 자기 하나를 위해 YTN 사원 모두와 동반 자살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권도 그렇게 큰 '데미지'를 감수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다른 조합원도 "'낙하산 반대' 투쟁을 했다고 언론사 문닫게 하는 것은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방통위의 승인 보류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결정은 정부가 나서서 시한을 정해준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만약 노사간 대화를 한다면 무조건적인 징계 철회, 고소 철회를 전제를 했을때 가능하다"고 했다. 또 "노조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거부해온 것은 사측"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한 조합원은 "'이명박 정부는 뭐든지 밀어붙이더라. 그러니까 우리는 투쟁을 그만둬야 한다'는 논리는 '힘센 사람이 누군가를 괴롭히는데 그는 계속 그럴 놈이니까 내버려둬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며 "우리가 투쟁을 시작할 때 이러한 위험은 이미 생각하고 있엇던 것 아닌가. 언론인이라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위험을 감수하고 나아가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서두를 필요 없다는 주장도 많았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개인적인 판단임을 전제로 "2월 24일전까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면 1월 말까지는 투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 해직 기자는 "2월 초가 되어서도 구본홍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애매한 태도를 취해온 부팀장들에게 '구본홍을 택할 것인가, YTN을 살릴 것인가'를 두고 선택하라고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노 위원장은 '구본홍을 받아들여도 공정방송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구본홍 체제 하에서 공정방송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YTN 노조의 공식 입장"이라며 "우리는 지금도 구본홍 체제 하에서 공정방송을 침해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직면하고 있다. 물론 조합원 다수가 '구본홍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나의 개인적 소신과 별개로 '총의'를 받아야겠지만 구본홍을 받아들이고 공정방송을 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총회는 '재승인 심사 보류 결정에도 낙하산 반대 투쟁은 계속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재승인 문제는 앞으로도 YTN 내부를 뒤흔드는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노 위원장은 "오늘 총회에서 '구본홍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의 입장이 견지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노조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술이라면 무엇이든 한계를 두지 않고 의견 수렴을 통해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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