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찾은 것은 경제 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다"라는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의 20일자 칼럼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 위원의 이날 칼럼은 현실을 풍자하기 위한 '가상 칼럼'임에도 일부 언론이 이를 '실제 상황'인 것처럼 받아 확산 보도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
서화숙 편집위원은 20일 칼럼 '핵심관계자 대 미네르바'라는 글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위원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경제총괄 책임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록 소망교회 신도라는 끈끈한 정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부임 이래 경제를 살리는 일에 별반 기여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댔다.
또 서 위원은 "익명의 소식통은 '예측이 맞다고 경제정책도 잘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측조차도 맞지 않다면 현실파악 자체도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미네르바를 기용해서 정확한 현실 진단을 한뒤 향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했다.
미네르바가 정보당국의 압박에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겠다"며 절필을 선언한 상황에서 서 위원이 '폭로'한 이러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 18일 언론들은 "靑 '미네르바, 처벌 아닌 경제관료로 기용' 주장 진위 여부 주목"(<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닷컴'), "청와대 '미네르바, 경제관료 기용할 수도'"(<오마이뉴스>), "MB, 미네르바 경제관료 기용 검토 중"(<데일리서프라이즈>) 등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이후 "MB, 미네르바 기용 검토중?…패러디 칼럼 '대인기'"이라고 기사를 수정했다.
서 위원의 이날 칼럼은 '핵심 관계자' 등 익명으로 나와 각종 근거없는 전망과 논리를 이야기하는 정부가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으로 '근거있는 전망'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미네르바'에게 재갈을 물리는 현실을 풍자하기 위한 '가상 칼럼'이다. 서 위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연히 패러디"라며 "칼럼 자체가 '패러디'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대부분 자기네 정책을 홍보하는 이야기를 하기에 낯 뜨거우니 '핵심관계자', '소식통' 등의 익명으로 뉴스를 만드는 꼴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며 "이른바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엉뚱하게 자유로운 의견 제시는 억압을 하려는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글 마지막에 '주석'을 단 것을 들어 "마지막에 '정확히 확인된 팩트는 주와 김경한 법무장관의 발언 밖에 없다'는 내용의 세번째 주를 달려고 하다가 한국 사회가 그 정도의 패러디는 이해할 텐데 사족이다 싶어서 안 달았다"면서 "이 글을 사실이라고 오해할만한 여지는 전혀 없다고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위원의 칼럼에는 이 글이 가상임을 지적하는 직설적인 표현은 없다. 그러나 이 글에서 대부분의 발언자는 "청와대 핵심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 "재야의 비공개 소식통", "청와대 소식통"으로 처리해 사실상 확인된 것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서 위원도 이 글 마지막에 단 주석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의 주요 보직을 맡은 비서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과 해설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을 남발한다"며 "현실 공간에서 익명을 즐기는 그들이 사이버 공간의 익명을 가장 심하게 단속하는 이유는 알려진 것이 없다"며 자신의 글의 의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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