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결의안'이라는 형식 자체가 '의장성명'보다는 국제적 합의의 성격과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제재와 비교해 볼 때 실효성을 갖는 추가적인 제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결의문을 보면 규탄, 경고, 재확인의 내용이 대부분이다"며 "유엔(UN) 입장에서도 전에 채택한 결의안이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결의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의장성명이 아니라 결의안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북한이 이번 결의안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으나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원은 "제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중국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결의문이 '요구한다(demand), 촉구한다(call upon)'의 수준으로 나와서 결의안 이행을 강조하기가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087호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안보리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AP=연합뉴스 |
결의안의 내용보다 결의안이라는 형식 자체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결의안의 형식으로 대북 제재가 발표됐다는 것이 향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위원은 "미국의 주장으로 대북 제재가 결의안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북한이 이에 즉각적으로 비핵화 관련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이 과정을 보니 앞으로 북핵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과 미국, 양자 간 비핵화 협상이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은 북미 협상이 대화의 돌파구를 만들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6자회담을 개최하는 형식으로 대화와 협상이 진행돼왔다. 그런데 이번 결의안 발표로 양자협상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오바마가 북핵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이 있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연구위원은 또 이번 결의안은 중국이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는 중국이 미국과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도 시진핑(習近平)이라는 새 지도자가 들어선 마당에 북한 문제 때문에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의 비공식적인 물밑 중개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중국도 이번 결의안을 놓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중국은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협상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한국, 미국 정부와 관계 정립을 위해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3차 핵실험 강행?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가 발표된 지 2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을 통해 결의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3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진단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핵 실험과 더불어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진전된 성과를 과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편으로는 양자회담이나 다른 형식의 회담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을 자제하면서 로켓이나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문제를 재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 시행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이 오바마 1기 초기인 2009년 핵실험을 감행했다가 오바마 정부 4년 동안 아무것도 못했다. 너무 조급하게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 북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이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핵실험을 감행하진 않겠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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