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담하기 제일 힘든 민족이 태국 사람들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들은 영어도 잘 못하고 한국말도 잘 못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행동하는 방식이 아주 독특하기 때문이다.
태국 사람은 무리 지어 온다. 한 사람이 문제가 있으면 세 사람이 오고, 두 사람이 문제가 있으면 다섯 사람이 와서 테이블에 둥글게 앉는다. 그리고는 통역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지리산 가리산 지껄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누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 원탁의 태국인 |
상담원 : (한국말로) 누가 문제가 있죠?
통역 : (태국말로) 누가 문제예요?
태국2 : (태국1 을 가리키며) 얘가 문제가 있어요.
태국3 : 월급 석 달 밀렸대요.
태국4 : 아니라니까. 이번 달까지 넉달이야.
태국5 : 이번 달은 빼야지.
여기서 문제는 당사자인 태국1 이 거의 입도 못떼어봤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어느 결에 도착한 제2의 무리가 원탁을 둘러싸며 대화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데 문제가 있다.
▲ 겹원탁의 태국인 |
태국6 : 사장님이 나빠요.
태국7 : 높은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태국8 : 너 탁신 편이냐?
태국9 : 데모하는 놈들은 질색이야.
태국10 : 데모가 뭐 어때서?.
이쯤에서 통역이 있으므로 대화에 질서를 잡아주지 않느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통역은 태국 사람 아닌가?! 오히려 그는 학식이 높고 나이가 많고 영주권도 가진 사람이기에 이분의 목소리가 제일 크고 이바구가 길며 때로는 훈계조의 사설까지 섞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
통역 : 데모를 하든 안하든 태국 사람들은 술을 너무 많이 먹어요. 적게 먹어야 돼요. 국가와 민족의 위신 문제 아니겠어요? 존경하는 국왕님께 폐가 되면 되겠어요? ..........
이때쯤 되면 태국인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상담이야 어찌 되든 자신의 모국어로 마음껏 떠들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지 않은가.
상담 초기에는 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지려고 해도 태국인들의 이런 제멋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미소를 보고서야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우물가에서 벌어지던 풍경이나 사랑방에서 벌어지던 풍경이 꼭 이렇지 않았던가! 우리는 어느새 과거의 우리 모습을 잊은 채 살고 있다. 다만 태국인들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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