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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미디어포커스>는 막을 내립니다"

천막에서 '막방' 준비하는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이번주 토요일 방송 원고를 써야 하는데, '오늘로 <미디어포커스>는 막을 내립니다'라는 앵커 오프닝 멘트를 쓰고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한 줄도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KBS <미디어포커스>의 김경래 기자는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3년 6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미디어포커스>는 오는 15일 26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제작진은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반대하면서도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로 <미디어포커스>는 막을 내립니다"

<미디어포커스>의 마지막 방송 내용은 '미디어포커스, 미디어포커스를 말하다'. 김경래 기자는 "그간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일었던 논란과 사회에 일으킨 파장 등을 되짚어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공과'를 살펴볼 예정"이라며 "<미디어포커스>의 폐지 과정과 KBS 안팎에 어떤 논란이 일었는지도 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방송 내용을 두고도 사측과 갈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김경래 기자를 비롯해 이랑, 김영인, 이광열, 이철호, 이효용 기자 등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반발하는 제작진 6명은 시사보도팀의 <시사기획 쌈>과 <취재파일4321>, 경제과학팀, 전국네트워크팀 등으로 각기 인사발령이 난 상황. 또 폐지되는 <미디어포커스>에 이어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방영되는 <미디어비평> 제작팀에는 새로운 기자들이 배치됐다.

<미디어포커스>의 마지막 방송을 두고 사측과 제작진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시각 차이가 있다. 경영진은 12일 가을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간대를 이동하는 것일 뿐"이라며 "보수언론이나 단체의 요구와 프로그램이 바뀌는 것과는 무관하며 현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세강 시사보도팀장)이라고 주장했다.
▲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프레시안

반면 제작진은 "명백한 프로그램 폐지이고 정치적인 창씨개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경래 기자는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이 왜 바뀌는가를 따져물으면 '논란이 많았던 프로그램'이라는 답이 돌아온다"며 "논란이라는 건 결국 외부에서 제기된 논란을 말하는 것아닌가. 말바꾸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 김경래 기자는 "우리가 이렇게 나가면 <미디어비평> 팀에 새로 배치된 기자들은 마음이 좋겠느냐"고 했다. <미디어포커스>의 김영인 기자도 "언론비판 프로그램은 본래 논란을 일으키는 프로그램"이라며 "그간 <미디어포커스>는 비판한 보수신문 등의 언론과 논란은 벌여왔지만 기본적 사실관계 오류 등에 의한 '물의'는 거의 일으킨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제작진이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천막에서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도 보이듯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는 거의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김경래 기자는 "KBS기자협회에서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싸움을 이어받지 않았느냐"며 "만약 <미디어포커스>가 결국 폐지되고 새 프로그램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지는 기자협회 차원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잠한 KBS 기자들…사측의 '권위주의'에 순응하나

그러나 KBS 기자 내에서는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의 폐지 반대 싸움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아 KBS 기자협회로서도 고민이 깊다. 기자협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미디어포커스> 제목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약 76.7%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설문조사 자체에 전체 기자의 50%만이 동참한 것이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기자들 중에는, 특히 고참 기자들 상당수는 '프로그램 신설과 폐지는 회사의 권한 아니냐. 회사가 제작의 자율성도 보장해준다는데 왜 나서서 싸우고 그러느냐'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의견을 가진 이들은 거의 설문조사에 동참하지 않았고, 일부 '반대' 의견을 내놓은 기자들도 실제 행동할 의지가 있다기 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 협회장은 "일단 설문 조사에서는 압도적인 '반대'가 나와 기자협회 차원에서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싸움에 나선 것이지만 이러한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 KBS기자협회가 KBS 본관 2층 시청자광장에 설치한 '미(디어)포(커스) 폐지 반대' 천막. ⓒ프레시안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KBS 기자 사회의 분위기는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급격하게 '권위주의'로 흐르고 있는 KBS의 뉴스 제작 환경을 고려할 때 더욱 우려되는 것 중 하나. 12일 새벽에는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이 술자리에서 김경래 기자, 박중석 탐사보도팀 기자와 가을 개편안을 두고 언쟁을 벌이다 이들의 머리채와 멱살을 잡고 흔드는 등 폭행을 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은 얼마 전에도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에 대한 징계성 인사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기자는 "거의 60~70년 대에나 벌어질 수 있는 일 아니냐"며 "문제는 이 뿐 아니라 지난 인사조치 등에서 이병순 사장에 의해 중용된 이들에 의해 권위주의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숱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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