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노동조합의 12대 정·부위원장 선거가 13일부터 시작된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 안팎에서 '관제 방송', '구조 조정' 논란 등이 뜨거운 가운데 새 노조 집행부 선거가 치러지는 것. 이 선거의 결과에 따라 향후 KBS 노사 관계 뿐 아니라 크게는 언론 운동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후보팀 4팀 출마…현 노조집행부 평가?
12일 KBS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강동구(기술직)·최재훈(기자직) 팀, 김영한(라디오 PD)·김병국(기술직) 팀, 박종원(기술직)·박정호(기자직) 팀 ,문철로(경영직)·한대희(기술직) 팀 등 4개팀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번 선거에 4개의 후보팀이 출마한 것 자체가 KBS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보여준다. 현 노조 집행부에 행보는 물론 이병순 체제를 놓고 구성원 사이에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리라는 전망이다.
강동구·최재훈 팀은 11대 집행부의 노선을 계승하는 입장이다. 강동구 후보는 현 집행부의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최재훈 후보는 10대 진종철 위원장 시절 대외협력국장을 지냈다.
김영한·김병국 팀은 '공영 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 행동'의 노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김영한 PD는 지난 8월 이병순 사장의 취임식 날 사내 게시판에 이 사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종원·박정호 팀도 사원 행동을 지지하나 김영한·김병국 팀과 비교하면 더 '온건파'로 알려졌다.
문철로·한대희 팀은 '서민 노조'를 내세우며 하위직급, 지역 쪽을 겨냥하고 있다.
'구조 조정' 가장 큰 이슈 될 듯…관제 방송 논란도
이번 선거에서는 이병순 사장이 시동을 걸고 있는 '구조 조정'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S 경영진은 지난 10일 연 팀장급 이상 비상경영대책회의에서 'IMF 때 보다 더 심각한 경영 위기다', '전사적 고통 분담을 해야한다'며 인력 효율화, 아웃소싱 등을 대책으로 거론했다.
사측이 말하는 인력 효율화, 아웃소싱 등이 현실화 될 경우 이는 '기술직급'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를 두고 '기술직급 표심이 전체 선거 결과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각 후보팀은 모두 정·부위원장 후보로 '기술직' 후보를 한 명식 포함시켰다.
현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가을 개편안, 이명박 대통령의 격주 라디오 연설 편성 등 '관제 방송' 논란 등을 중점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레임덕 없는 노조 집행부" vs "재집권은 안된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이미 KBS 내에서는 여론전이 치열하다.
KBS 노조 집행부는 지난 5일 낸 노보에서 '좌고우면 이 사장, 비전을 제시하라'라는 글을 내 "벌써부터 차기 조합 정·부위원장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에 우려를 표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며 사원 행동 측을 견제하고 나섰다.
KBS 노조는 이 글에서 "11대 집행부는 선거 시즌에 돌입한 상황에서 도대체 레임덕을 겪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들린다"라고 노조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자평하면서 "그 이유는 이병순 사장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 사장을 겨냥했다.
이들은 "또 다른 이유는 11대 집행부를 흔드는 주류 세력의 눈치를 보며 연명에 신경쓰다 보니 그간 이행하지 못한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마지막까지 지켜야하기 때문"이라며 "그간 사내 조합 활동의 주류 세력은 호시탐탐 11대 집행부를 흔들려 했고 특정 실세 직종은 사실상 조합 활동을 보이콧 했다"고 사원 행동 측을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사원 행동 측은 '사원 행동이 특별한 후보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동시에 "현 노조 집행부는 안 된다"는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현석 사원 행동 대변인은 "사원 행동의 원칙은 최근의 '관제방송' 논란에서 현 집행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다시 그런 노조가 집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새 사장이 구조 조정과 정권의 관영 방송화에 충실한 수행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를 어떤 노조 집행부가 더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 등의 문제도 역시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12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13일부터 11일간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24일부터 26일까지 본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후보는 오는 12월 1일에서 3일까지 진행되는 결선투표에서 다시 경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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