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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보다 과감한 조치로 설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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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보다 과감한 조치로 설득하라"

왜 한국은 아시아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부각됐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다른 시장은 몰라도 금융시장만큼은 왜 철저한 사전규제가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객관적 지표로는 멀쩡한 곳도 도매금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금융시장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경제수장이 수치를 들먹이며 아무리 "우리 경제는 문제없다"고 강변해도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게다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는 미국인데, 미국 정부의 대응은 진심으로 이번 위기를 막겠다는 의도에 의심이 들 정도로 소극적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닥쳐오는 '신용 쓰나미'가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실물경제 위기까지 동반한 사상 초유의 공황으로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어떻게 "우리에게는 절대 제2의 외환위기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일각에서는 한국이 또다시 경제위기를 맞는다면 단순한 외환위기가 아니라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실물경제가 내부에서 무너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금융위기에 확고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한국은 '베어스턴스 경제'가 되었다"

이것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몇 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금 모으기 운동'을 다시 펼치면서 몇년만에 극복할 수 있는 '제2의 외환위기'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제2의 외환위기는 없다"고 말한 것이 어느 면에서는 맞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한국 경제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 하루아침에 파산한 미국의 대형투자은행들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비교적 친한파로 알려진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부터 나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Ghost of Bear Stearns Haunts South Korea Economy'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페섹은 "한국은 '베어스턴스 경제'가 되었다"고 단언했다. 지나친 부정적 전망이 85년 역사의 투자은행 파산을 부추겼듯이, 과도한 부정적 전망이 한국에서 자본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섹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이 1997년 때처럼 붕괴로 가고 있다는 전망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했다. 97년 외환위기도 시장의 신뢰가 있었다면 오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페섹은 현재 한국의 객관적 지표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말 놀라운 것은 투자자들이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투자등급 경제로 지목한 것처럼 보이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이 칼럼은 미디어를 원망하는 내용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실시간으로 연결된 요즘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또다른 IMF 위기'에 대해 떠들수록, 그런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금융업체들이 97년 이전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핵심 문제는 금융업체들이 97년 이전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금융업체들이 단기자금과 외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한국은 대대적인 자본 이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점점 더 많은 자본이 덜 위험한 곳을 찾아 신흥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베어스턴스 역학이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라면서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업체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던 헤지펀드와 투기꾼들은 이제,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겨누고 있다. 그들에게 먹힌 아이슬란드와 함께 한국은 다음 목표 리스트에 첫번째로 올라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신용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인데, 왜 하필이면 한국이 아시아 경제 중 가장 피해를 보는 신세가 된 것일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언론 보도 탓으로 돌린다.

페섹, "한국에 대한 부정적 전망, 언론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워"

하지만 페섹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가를 언론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90년대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3년전에 정확하게 예측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페섹과 유사한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2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The Widening Gyr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러시아, 브라질, 한국 등 신흥시장들이 큰 곤경에 빠져있다"면서 "이들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관련 기사:크루그먼 "한국, 곤경에 빠진 신흥시장")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90년대 신흥시장 정부들은 외채로 인해 취약했다. 달러 유입이 고갈되자 곧바로 이들 정부는 위기를 맞았다. 이후 이들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조심성을 보이며 많은 달러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민간 분야에서는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는 바람에 이들 정부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금융업체들과 기업이 자국 통화보다 금리가 싼 달러를 마구 들여오면서 외환보유액과 맞먹은 외채를 안게 되었으며, 이제 신용공급 통로가 막히자 죽을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위기에 헤지펀드와 신흥시장의 새로운 위기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을 낳고, 고통의 소용돌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 늑장 대응 아니면 시장 기대치 못넘기는 조치뿐"

페섹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 "한국 정부는 시장이 요구하는 조치에 늑장 대응을 해왔으며, 일단 발표되도 시장의 기대치를 넘지 못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감한 조치를 취해, 위기가 임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신뢰의 상실'로 인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해법'을 찾고 있다. 또다시 치욕스러운 IMF 구제금융을 절대로 받지 않겠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오히려 좀 더 상황이 좋을 때 보다 좋은 조건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풍부한 자금을 IMF 등의 국제사회로부터 끌어들여 공급하라는 것이다.

이미 국제사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는 한, 한국이 '제2의 IMF 사태'로 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게다가 현재의 자금 이탈 수준은 이미 과거 IMF 사태 때를 방불케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한 선제적 대응'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24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국내외의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IMF와 협상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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