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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연출 관행 여전한 포토저널리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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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연출 관행 여전한 포토저널리즘의 현실

[세명대 저널리즘특강] 곽윤섭 <한겨레> 노드콘텐츠팀 사진담당

한국사회에는 민주화 이후 오히려 담론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아예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거나 간혹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갈등만 증폭되는 현상도 보입니다. 담론의 복원을 위해 어느 때보다 건전하고 창의적인 언론활동이 요청되는 시기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보도와 칼럼, 프로그램 제작, 매체창업 등을 통해 우리사회의 건전한 담론형성과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진행하는 <저널리즘 특강>을 마련했습니다. 강의를 들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쓴 기사는 1학기에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데 이어, 2학기에는 <프레시안>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사진은 진실을 전하는 도구가 아니다"

올 여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계적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사진전에는 13만 관람객이 몰렸다. 국내 사진전 사상 최대 인파를 기록한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매그넘 작가는 총 20명. 그 중 한명인 마틴 파가 전시회 개최에 많은 도움을 준 곽윤섭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알다시피 사진은 늘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

마틴 파의 '마지막 주차공간'(The last parking place)시리즈에 대해 얘기하던 중 나온 말이다. 책으로도 출간된 이 시리즈는 마틴 파가 10년 동안 전 세계 30개국에서 차 두 대 사이에 한 대의 공간만 비어있는 주차장 사진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주차장에는 주차공간이 많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다만 빈자리 하나만 남은 것처럼 '앵글'을 찾아내 찍었을 뿐이란다.

곽윤섭 기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마을'을 여는 글도 '변명'으로 시작한다. 취재윤리를 어겼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케빈 카터를 위한 변명'(원문보기)이다. 이 글에서 그는 말한다. "모든 글쓰기에는 늘 도사리고 있는 독사의 아가리 같은 함정이 숨어있다. 필요한 인과관계와 그 설명을 뺀 채 적당히 발췌한 사실을 늘어놓으면 결국 사실을 호도하는 꼴이 된다."
▲ 1993년 2월 수단에서 찍은 '소녀를 노리는 독수리'. 카터는 이 사진으로 1994년 4월 풀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비판이 일었고, 카터는 1994년 7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비판이 일었다"라는 문장 직후에 "목숨을 끊었다"라고 연결한 것이 결정적 비약이다. 그는 꼭 그 일로 죽은 건 아니다. ⓒ케빈 카터

"'촛불집회 때문에 길 막힌다'는 사진은 곁가지로 빠진 것"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저널리즘 특강 두 번째 시간, '포토저널리즘의 이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의에서 곽윤섭 기자는 "사진은 진실을 전하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89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사진을 찍어온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왜곡과 연출의 관행이 남아있는 포토저널리즘의 현실은 수강생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의 고백은 현역 최고의 보도사진기자 제임스 나크웨이(James Nachtwey)의 말을 상기시켰다. "나는 목격자였고 사진은 나의 증언이다. 내가 기록한 사건들은 잊혀서도 반복돼도 안 된다."

"촛불집회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입니까? 앵글은 언제나 한 쪽만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12시간 또는 그 이상 벌어지는 촛불시위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서 길이 막힌 것은 사실이다. 촛불 수만 개가 행진하는 장관을 보도 한다, 이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의 일부만 보여주는 게 진실일 수는 없다. 사진으로도 왜곡보도가, 입맛에 맞는 보도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사진은 센서티브하기 때문에 섬세하게 다뤄야 제 역할을 합니다. 전체를 조망하는 게 중요하죠. 길이 막히는 건 모든 시위에서 마찬가지인데 유난히 촛불집회 때문에 길이 막힌다고 부각시키는 것은 따지고 들어가면 곁가지로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요?"

사진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진실 논란

곽 기자는 사진은 진실만을 전한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에 연출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진실인 것처럼 전달하려고 진실을 연출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진은 탄생과 더불어 연출과 거짓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만큼 역사적 뿌리가 깊죠."
▲ 최초의 연출사진으로 알려진. '익사체의 자화상' 자신이 사진을 최초로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바야르는 자신이 죽은 것처럼 연출한 사진을 찍었다. ⓒ이폴리트 바야르(Hippolyte Bayard), 1840

사진에 대한 진실 논란은 사진의 발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다게레오타이프'라는 사진 기법을 발명한 프랑스 화가 다게르는 연금을 받기로 하고 사진에 대한 모든 권리를 프랑스 정부에 넘겼다. 그런데 같은 시기 사진을 발명했던 이폴리트 바야르는 자신이 다게르보다 사진을 빨리 발명했다며 정부에 연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한번 공인한 걸 번복할 순 없다며 연금지금을 거부한다.

"바야르는 자신이 죽은 것처럼 사진을 찍고 사진 뒷면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게르에게만 관대한 정부가 바야르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불쌍한 바야르는 스스로 익사했다. 오, 상도의도 없는 인간 삶이여…' 사진 발명가로 이름을 남기진 못했지만 바야르도 이름을 남기게 되죠. 최초로 연출사진을 찍은 사람으로..."

진실을 전하고 싶었던 바야르는 진실을 전하는 수단으로 연출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모 일간지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사진을 연출해 비판을 받았지만, 한국 언론의 보도사진에는 연출의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곽 기자는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의료대파업 당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약분업 의사파업 때 '의료마비' 없었다"

"'의료마비 대혼란', '응급환자 다 죽겠다, 분노 폭발', '진료마비 잇단 인명사고' 당시 중앙일간지 톱 제목들입니다. 제목을 이렇게 세게 뽑아놓고 보니, 당연히 편집국에서는 제목에 맞는 사진을 요구했죠."

그런데 취재를 위해 찾아간 응급실에는 환자가 평소보다 적었다. 확인한 결과 파업 첫날 응급실 점유율은 더 떨어져 있었다.

"모 병원은 환자가 너무 안 와서 대청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정상 진료를 했음에도 홍보가 잘 안 돼 사람들은 응급실이 폐쇄됐으리라 짐작한 겁니다. 그러나 편집국의 요구에 결국 '센' 사진을 찍어 보낼 수밖에 없었죠."

환자들을 볼모로 해서 자신들의 요구조건 수용을 주장했던 의사들에게 무슨 냉정한 보도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는 게 곽 기자의 생각이다.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표현해줘야 합니다. 자꾸 기사에 사진을 맞추려고 하다보면 연출도 하고 조작도 하게 되고 결국 본질을 왜곡하게 되는 거죠. 신문을 만드는 사람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당시 신문에 실렸던 사진은, 악의적인 연출은 아니지만 분명 사실의 왜곡입니다."

곽 기자는 '아무리 의사가 미워도'(원문보기), 오보는 오보라고 강조했다.

"사진에 모든 걸 담으려 하지 말고 상상력을 불러일으켜라"

사진 취재의 특징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최종 목적지까지 못 갈 수도 있다. 늘 최선을 추구하지만, 최선이 안 통할 수도 있다. 약간의 의미라도 있다면 그 대목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가야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 2004년 국립수목원으로 수송도중 탈출한 늑대 사건 취재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곽윤섭 기자. 화면 속 늑대는 암컷인데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동원됐다. 한 밤중 탈출한 수컷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것이 신문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김종석

"사진은 물 먹기는 쉽고, 특종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선이 안 되면 차선. 차선이 안 되면 차차선을 찾아야 합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일단 사진을 한 장 찍어두세요. 플래시를 쓸 수 없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사진기자는 '새로운 앵글이 있는가, 새로운 장면이 있는가'를 항상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그도 "본질적인 의미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새로운 앵글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사진 자체에 모든 걸 담으려 하기보다는,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여러 가지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하나의 목적입니다. 물론 보도사진이므로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안 되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관행을 답습하거나 다른 신문을 쫓아가는 건 아주 비열한 행위라는 사실입니다."

곽 기자는 '신문은 하루 장사'라면서 아무리 좋은 사진을 찍었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다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신문을 많이 보라고 했다. 옛날 신문, 외국 신문을 찾아보고 연구하면 생명력도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 곽윤섭 기자가 좋은 '앵글'의 사례로 보여준 '주름진 손 "사진도 마음도 청춘이건만…"'. 실버채용박람회에서 찍은 이 사진은 주름진 손과 좀 더 젊은 시절 찍은 듯한 이력서 사진이 대비되면서 보는 사람에게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2005년 보도사진전 피쳐부문 우수상 ⓒ이종근, <한겨레>

곽윤섭 기자, "처음 태어났을 때 기억이 있어요, 최초의 기억이 뭡니까"
수강생, "가족들이 이렇게 방에 모여..."
곽, "뭐하고 있는데요, 자고 있었어요?"
수강생, "네"
곽, "그런데 혼자 깨서 그걸 봤어요, 몇 살 때에요?"
수강생, "잘 모르겠어요."
곽, "굉장히 외로웠겠네요."

최초의 기억이 천장에 매달린 모빌인 사람이 있듯 우리가 가진 기억의 대부분은 영상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사람은 영상에 더 친숙하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터. "조미료에 익숙해지면" 음식의 제 맛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고 곽 기자는 말했다.

정리: 이동현, 김종석/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생

덧붙이는 글: 한국 언론의 새로운 표준과 가치를 모색해보려는 '저널리즘 특강'에 독자 여러분, 특히 언론인과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특강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분은 사전에 연락해주시면(043-649-1148) 제한적이나마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특강일정표와 장소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홈페이지(http://journalism.semyung.ac.kr ) 공지사항에 게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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