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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월스트리트 현금 위에서 명성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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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월스트리트 현금 위에서 명성 쌓아"

美급진파가 보는 '오바마 열광'의 함정

2008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세를 장악하면서 그의 정책에 대한 검증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에 넌덜머리가 난 많은 미국인들은 오바마의 부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각자 자신들의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오바마를 평가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급진·진보파들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오바마의 정책이 모호하며, 오바마가 구제금융에 적극 찬성함으로써 금융위기의 부담을 납세자들에게 지우는데 열의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 등이 그같은 입장에 서 있다.

다음은 미국의 급진주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폴 스트리트가 영국의 사회주의 성향 일간지 <모닝 스타>와 가진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폴 스트리트는 오바마의 대외정책이 이미지와 스타일만 다를 뿐 본질에 있어서는 제국주의적인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국내정책에 있어서도 오바마는 금융권의 이익을 지키려 하고 있고, 그것은 금융계에서 온 엄청난 로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는 오바마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진보주의자들도 많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시각을 가진 이들은 폴 스트리트의 입장이 지나치게 편협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논란 속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 보여줄 실제 정책은 그에 대한 진보주의자들의 기대 혹은 환상, 그리고 냉소 사이 어느 지점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백악관에서 열린 구제금융안 회의에 참석해 부시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는 오바마 ⓒ로이터=뉴시스

- 매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부시 행정부의 파괴적인 대외정책을 계승할 게 확실하다. 반면, 주류 언론에서는 버락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을 실질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동의하나?

"오바마 대통령이 됐을 경우 일어날 변화는 스타일과 이미지의 변화지 내용적인 변화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의 '제국주의 프로젝트'(Empire Project)를 보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모습으로 바꿀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엘리트들(그들 대부분은 오바마 선거운동에 가세하거나 그를 지지하고 있다)은 오바마라는 '평화의 옷'을 입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있다.

오바마는 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평화' 지향의 후보라고 세일즈하면서 민주당 진보파(liberal)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목표에 충실한 후보라는 점을 대외정책 엘리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그는 이라크에 무기한으로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압을 옹호할 것이고, 러시아를 계속 도발할 것이며, 중남미의 독립적이고 좌파적인 민족주의를 반대할 것이고,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외정책에 대한 오바마의 수많은 언급들에 분명히 나타나 있는데, 이라크에 미군을 증파한 것이 "상상 이상으로 성공했다"거나, 이란에 대한 "모든 옵션(핵 공격 포함)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거나,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훌륭하고"(good) "타당한"(proper) 전쟁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거나, (지난해) 파키스탄에 대한 공격을 요구한 것 등이 그러하다.

그간 오바마는 석유 지배를 위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미국이 이라크 점령을 도덕적·법적인 이유에서 비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최선의 의도" 때문이었고, 미국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매월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그는 미국이 그러한 이타적 사업을 "중단"하고 "미국의 재건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바마는 충실한 "미국 예외주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CNN>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외정책에 있어 사과할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 미 외교협회가 발간하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는 "미국이 세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다시 다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미국의 사활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배제해선 안 된다"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군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제고해야(revitalize)" 한다며 육군 6만5000명과 해병대 2만70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한 그가 백악관에 들어간다면 '테러와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진행되어 온 일방주의적이고 '선제적인' 전쟁과 점령을 계속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우리의 사활적 이익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즉각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며 "또한 지상군 투입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한 "나는 미국인들과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 방어를 넘어 세계의 안정을 위한 공동안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군사력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말 때문에 오바마는 로버트 케이건 같은 네오콘들로부터도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존 매케인은 매우 어리석고 충동적인 인물로, 이란을 공격하고 핵보유국인 러시아·중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데 있어 오바마보다 한 술 더 뜰 것이다. 매케인은 최악의 군국주의자로서 성미가 급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인물이다.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세계를 날려버릴 준비가 돼있냐는 질문을 받는데, 매케인은 능히 그럴 사람이다. 그는 정말로 조지 W. 부시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다."

- 오바마의 국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의 독립 언론인) 알렉산더 콕번은 오바마를 '월스트리트의 사환 아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그렇게 본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부시 대통령이 만든 월스트리트 금융구제안에 보여준 오바마의 열의가 모든 걸 말해준다. 그 금융구제안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만든 기생충 같은 회사들에 7000억 달러의 복지 자금을 주는 것이다. 빚더미에 앉은 주택소유자들이나 노동자들을 구제해주거나 보조해주는 내용은 거의 없다.

2005년 '전직 민권 변호사'인 오바마는 기업의 잘못 때문에 일반인들이 입은 손실을 되찾는 것을 어렵게 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올 초에는 9.11 이후 부시의 도청을 도왔던 대형 통신사들에 법 적용을 면제해 줌으로써 연방정부의 도청 권한을 확대해 주는 법안에도 찬성했다. 예비선거 과정을 보면 의료보험이나 주택소유자 구제 등에서 오바마의 국내 정책은 데니스 구치니치(민주당의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역자)는 물론 존 에드워즈나 힐러리 클린턴보다 오른쪽에 있었다.

나는 내 책에서 오바마의 이같은 행태와 엄청난 기업후원금(올 8월만 해도 금융·보험·부동산 업계에서 2400만 달러가 오바마한테 들어갔다)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의 엄청난 현금의 바다 위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모건스탠리의 패거리들과 매케인보다 더 가깝다.

그 패거리들은 기득권에 반대하는 혁명가들을 위해서는 결코 큰돈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오바마를 사회정의라는 '몽상'을 위해 배를 난파시키지 않을, 믿을만한 인물로 여기고 있다.

그러다 다시 말 하건데 매케인은 더 나쁘다. 그는 연간 2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을 위한 부시의 감세 정책을 계승할 것이고(오바마는 반대한다), 사회 보장 제도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며(오바마는 아마 그렇게 안 할 것이다), 직장의료보험에 의한 이득을 '수입'으로 잡아 세금을 매길 것이며(직장이 아닌 민간 의료보험으로 내모는 효과를 낸다), 낙태와 민권을 반대하는 이들을 연방 대법관에 임명할 것이다."

- 노엄 촘스키는 미국인들 대다수가 대통령 선거를 부유한 선거 자금 기부자들과 정당 관계자들, 선거 홍보 기업들이 벌이는 한 편의 코미디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정치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눈치 빠른 논객들은 진보주의 시대(1890~1914년) 이후의 선거운동은 차나 사탕, 치약을 팔듯 후보자를 파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나는 그걸 고치기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놨다. 완전한 선거공영제, 의회 선거에서의 비례대표제, 언론 광고 무료화, 기업 로비에 대한 철저한 통제, 언론 독점 타파, 공영 및 대안 언론 장려책 등등 계속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주장하기엔 모두 좋은 것들이지만, 자본주의(돈과 권력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와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모순이라는 게 궁극적인 문제다. 촘스키가 그의 책 <실패한 국가>에서 말하듯 "개혁은 모든 걸 가져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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