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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의 언론, '돌발'은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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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시대의 언론, '돌발'은 더 이상 없다?"

폐지 위기의 <돌발영상>이 언론계에 던진 숙제

"2003년 YTN에서는 '언제까지 지상파 '9시 뉴스'의 틀을 답습할 것인가. 기존의 뉴스 형식을 벗어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의 보도 특성을 활용하자'는 문제의식과 함께 여러 시도들이 일어났다. 그러던 중 당시 낮 12시 뉴스퍼레이드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노종면 기자(현 노조위원장)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이미지 광고 촬영 현장을 담은 취재 화면을 보고 뉴스에 활용되지 않은 익살스러운 모습과 육성을 편집해 간단한 자막과 함께 내보냈다. 이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편집, 방송을 해오다 <돌발영상>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별도 코너로 기획됐다. 우리 내부에서도 사건에 대한 보도가 '9시 뉴스'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구나 하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컸다."

YTN 임장혁 <돌발영상> 선임 제작자가 20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포럼 '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 사태'에서 설명한 <돌발영상> 탄생 배경이다. 기획 의도대로 <돌발영상>은 정치인의 숱한 이면을 까발리는 동시에 틀에 박힌 방송 보도의 허를 찌르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논란과 시청자의 찬사를 낳았다.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가 연 이날 포럼은 구본홍 사장의 사원 중징계로 폐지 위기에 몰린 <돌발영상>이 한국 언론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를 짚고 정치권력의 '카르텔'에 동조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이명박 시대, 언론은 정치와의 카르텔을 유지할 것인가"

김재용 언론노조 MBC 지부 민실위 간사는 '<돌발영상> 사태'에 관한 솔직한 자기 반성의 분석을 내놨다. 김재용 간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기초로 몰상식에 도전하는 제작을 해온 YTN <돌발영상>은 시청자들에게 파급력을 가지는 순간 '모난 돌'이 됐고 결국 '정'을 맞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재용 간사는 "몰상식은 언제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언론이 팩트에 천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또 '이런 모습은 점잖은 이벤트나 행사에서 보여주기엔 좀 그렇다'는 엄숙주의에 빠질 때, 그리고 언론이 어떤 사실을 여론화 했을 때 사회가 받을 영향을 미리 재단해 폭로를 꺼릴 때다"라고 자답했다.

<돌발영상>의 매력은 이러한 언론의 풍토에 도전했다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은 왜 '팩트'를 보여주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간사는 "대부분의 경우 '양시-양비'의 눈으로 볼 때 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 기사를 다룬다고 할 때 분명 한 사람의 이야기가 올바른데도 어이없는 반론을 달아줘야할 때 그렇다"면서 "엄숙주의도 '틀에 박힌 형식'을 따르려다 보니 생긴다"고 짚었다.

그는 "폭로 역시 마찬가지"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멜라민' 발언 역시 너무 웃기다고 생각해서인지 <돌발영상> 외에는 아무도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현장을 직접 챙겼다'는 식으로 포장된다. <돌발영상>은 이러한 거품을 걷어내고 과감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 20일 서울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가 연 '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사태' 포럼. ⓒ프레시안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도 "기존의 미디어는 정치를 전문적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세계로, 혹은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일반인들이 접촉하기 힘든 곳이라는 신화를 생산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돌발영상>이 혁신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엄연히 정치 세계의 공식적인 일부인데도 그간 미디어가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상길 교수는 "<돌발영상>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정치 계가 '게이트 키핑'으로 일부 배제되거나 암묵적인 내부 검열로 만들어진 세계임을 보여주는데 일정 역할을 했다"면서 "<돌발영상>은 정치의 '백스테이지'를 보여줬으며 인간적으로나 전문적으로 함량 미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권위를 받아 활동하는 우리 사회의 슬프고 냉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환기시켜줬다"고 평가했다.

'권력은 왜 <돌발영상>을 두려워하는가'

그러나 <돌발영상>식의 비판 보도에 대한 정치 권력의 '알레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15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국회의원의 국정감사가 돌발영상(YTN)의 노리개가 된다는 생각에 수없이 절망했다"고 말한 내용이 자주 거론됐다. 전여옥 의원의 발언은 '<돌발영상>이 정치의 권위를 깎아내린다'는 식의 반발과 일맥상통하며 기성 방송이 고집하고 있는 '엄숙주의'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난 7월까지 <지식채널e>을 제작한 김진혁 EBS PD는 "잊어서는 안될 것 중의 하나는 <돌발영상>이 다루는 모든 화면은 연출된 것이 단 한 컷도 없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그 영상이 사실이라는 것이며 제작자는 화면을 넣을 것인가 말것인가 이외에는 2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발영상>에 권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실제로 정치에 권위가 없기 때문이며 이로서 시민들이 허무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일단 잘못된 권위주의의 신화부터, 정치공학적 시각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다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권력은 왜 <돌발영상>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가?'라는 발제문에서 "정부가 YTN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낙하산을 거부하는 질긴 언론인들을, 비판 신을 체화하는 <돌발영상>을 만드는 이들을 껄끄러워하고 <돌발영상>이 제공하는 전염성 강한 블랙코미디가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기형 교수는 "청와대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권위주의적인 상황과 언론과 인터넷을 옥조이려는 의지의 문제점에 대해, 또 대통령에게 제대로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용기를 갖고 직언할 사회과학자가 한명도 없는 것이냐. 당장은 쓴맛에 괘씸하다 해도, 결국에 가서는 몸에 좋은 약이 될 비판과 패러디 그리고 풍자의 가치를 나직하게라도 깨우쳐줄 인문정신의 소유자도 그곳엔 찾아보기 힘든 것이냐"고 질타했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자기 검열'…획일화의 시대 온다"

문제는 <돌발영상>마저 폐지 위기에 놓인 지금, 이러한 '언론의 카르텔'은 공고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떡값 의혹 인사' 명단 발표 1시간 전에 미리 반박 브리핑을 한 것을 비판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이 '삭제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들어 이러한 상황을 설명했다.

임장혁 팀장은 "그간 YTN 사내에서는 보도국장이나 사장 그 누구도 <돌발영상> 제작에 간섭하지 않았고 사전 검열은 물론 보도된 방송에 대한 '딴지 걸기'도 없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두고 데스크에서 '조심스럽게'도 아니고 너무나 당당하게 '방송을 내려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간 시민사회의 옳은 목소리에 몸 조심해오던 수구 기득권 세력이 이 정부 들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민주사회의 목소리를 막고 억압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임 팀장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을 넘어 십수년간 숨겨왔던 부정부패, 비리를 재연할 공간을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지금의 위기는 '언론의 위기'를 넘어선다"고 봤다.

김재용 간사 역시 "<돌발영상>은 폐지 위기에 몰렸고 <시사기획 쌈>,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등 KBS에서는 프로그램 폐지 논란이 일고 있으며 MBC <PD수첩>은 매도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그러나 하나의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구성원 내부의 자기 검열이 강화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검열'이 현재도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돌발영상>과 같은 영상이 일반에서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는 더 심해져 언론의 획일주의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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