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을 검토하겠다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평원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동시에,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 중단 등 대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측은 지난 2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의 전단(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했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으로부터 벗어나며 북미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한 북한은 테러지원국 문제를 둘러싼 남한 보수세력의 분열상 등을 보며 본격적인 대남 공세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개성공단 추가 조치 있을 듯
<노동신문> 논평원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짓밟고 남조선을 과거 독재시기로 되돌려 놓고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는 극우분자들이 괴뢰 정권에 들어앉아 있는 이상 북남 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논평원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이상설이 본격 제기된 이후 남쪽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작전계획 5029", 각종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열거하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우리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선전포고"라며 "우리에게 도발을 걸어온다면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단호히 맞받아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평원은 또 "이 대결과 전쟁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통일이고 잃을 것은 군사분계선"이라며 "이 땅에서 전쟁이 터지게 되면 그 누구도 역적패당을 구원해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평원은 이명박 정부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으로 말미암아 북남 당국 사이의 대화가 모두 단절된 것은 물론 북남관계가 동결과 악화를 넘어 일촉즉발의 격동상태에 직면하고 있다"며 "내외 여론에 못이겨 선언 존중이요 뭐요 하지만" 이는 "순전히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교활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담화' 발표 후 대남 공세로 전환
북한은 지난 10일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달 5일 <노동신문> 등에 전달했다는 '담화'를 뒤늦게 발표하며 대남 공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담화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했었다.
이어 <노동신문>은 13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최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10.4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을 거론하며 "북남관계를 더욱 더 헤어나기 어려운 파국으로 몰아가는 분별없는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 '중대결단' 등을 경고한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바뀔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엄포성 발언이 나왔다고 해서 움직일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조치를 실제로 취할 것이며 향후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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