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민운동에 '한반도적 시각'을 강화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요구에 밀착하는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을 모색하는 것을 취지로 하는 '시민평화포럼'이 1일 발족했다.
시민평화포럼은 이날 오후 서울 인사동 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 창립기념식을 갖고 한반도 비핵·군축과 동북아 평화체제 실현,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활성화, 민간의 역할 등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포럼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녹색연합, 한겨레평화연구소, 녹색교통,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우리민족서로돕기,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평화네트워크 등 평화, 군축, 인권, 복지, 생태·환경, 여성 등 부문별 시민운동 단체들이 참여했다.
시민사회연대회의의 특별기구로 자리잡은 이 포럼의 공동대표는 이석태 변호사,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 운영위원장이 맡는다.
시민평화포럼의 고문으로 추대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한국 시민운동의 한반도적 시각 확보를 위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시민운동이 한반도적 시각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히 통일문제로 관심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기존 한국 시민운동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남북 민중의 생활상의 요구에 좀더 밀착한 운동으로 진화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한국 시민운동에는 한반도적 시각이 부실했다면서 "'전지구적 사고'를 주창하고 동아시아의 지역적 연대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유독 한반도적 시각에 둔감한 것은 '후천성 분단인식 결핍증'의 한 사례라는 혐의가 짙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이어 "'민중운동'이나 통일운동과의 지나친 거리두기는 상당수 '시민운동가'들이 보여주는 일종의 결벽증과도 무관하지 않다"라며 "시민운동은 당연히 그 도덕적 순수성이 생명이지만 활동가가 '손에 때 묻히기'를 너무 싫어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자기 운동만 하려는 정서는 6월항쟁 이후에도 여전히 협소할 수밖에 없었던 활동공간에 알게 모르게 순응한 결과라는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의 평화운동이 기존 통일운동의 교조성과 민족주의, 반평화적 성향 등에 대한 비판에만 치중하면서 '평화운동 대 통일운동'이라는 양분법을 낳은 사태가 평화운동·시민운동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성은 시민평화포럼의 발족에도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른바 평화국가론도 남북연합 건설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의 핵심적 아젠다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관념적 담론으로서 한정된 참신성과 도발성 이상을 갖기 어렵다"며 환경·생태운동, 여성운동, 소수자권익운동 진영도 '한반도적 시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낙청 교수 강연 요약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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