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보복 인사'가 아직도 한창이다. 지난 18일 부산방송총국으로 발령을 받은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을 다시 울산으로 발령을 내는가 하면 '이병순 사장 반대'에 나섰던 KBS 사원에 대한 감사도 진행되고 있다.
김용진 전 탐사보도 팀장 한 달 새 세 번째 발령
이동식 부산방송총국장은 26일 김 전 팀장을 울산방송총국으로 인사발령했다. 김 전 팀장은 지난 18일 팀원 인사에서 부산방송총국으로 발령이 난 지 열흘도 안 돼 다시 울산으로 옮겨가게 된 것. 김 전 팀장은 지난 8일 발표한 팀장급 인사에서 팀원으로 전보조치 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세번 째 인사 조처를 받은 셈.
김 전 팀장은 KBS 내에 탐사보도팀을 만들고 팀장을 맡아 이끌어 오는 등 KBS의 '탐사보도'에 주요한 역할을 했으며 <미디어포커스> 창설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
이번 발령에 KBS 내부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 KBS 노조 부산시 지부는 29일 '부관참시 인사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내 "이 정도면 처절한 확인 사살"이라며 "한국 방송사에 있어 탐사보도라는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 조·중·동의 실체적 적이 됐다는 점이 파견에 파견을 얹는 엽기적인 인사보복으로 맺음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 과정 속에서 조합원의 자긍심은 깡그리 무너졌고 테러와 같은 광포함에 '두려움'마저 느끼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상위 조직의 이러한 밀어붙이기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안정 콤플렉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스스로를 몰락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총국장은 이번 인사를 하루 빨리 되돌리는 것이 옳다"고 규탄했다.
김 전 팀장이 부산총국으로 발령을 낼 때부터 KBS 사내에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KBS 김경래 기자는 "나도 인사조치하라"고 반발했고 김 전 팀장 역시 지난 18일 "이번 탐사팀원들에 대한 인사는 KBS 저널리즘에 대한 청부 살해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 글을 올려 큰 반향을 얻었다. (☞관련 기사 : KBS 탐사보도 전 팀장 "MB 검증한 것이 죄인가" , KBS 김경래 기자 "KBS 희망 없어 … 나도 인사조치하라" 비판 )
KBS 내부엔 표적 감사…"이사회부터 감사하라" 맞불
한편, KBS 내부에는 '이병순 사장 반대'에 나섰던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표적 감사'가 실시됐다. KBS 감사실은 지난 23일 이후 유재천 이사장 등 KBS 이사 6인의 요구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면서 KBS 사원들에게 감사실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KBS 감사실의 '표적 감사'에 '이사회부터 감사하라'고 요구하며 맞불을 놨다.
KBS 사원행동은 1일 낸 사원행동 특보에서 "감사실이 사원들에 대한 조사에 앞서 △KBS 이사회가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4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한 경위 △일부 이사들이 단위 팀장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팀장들이 이를 수행한 경위 △안전관리팀이 경찰 병력 주둔과 관련한 최고 경영진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경위 △지난 8월 8일 경찰 병력 투입을 지원하고 방조한 경위를 철저히 진상조사해 줄 것 등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원행동은 "지난달 8일 이사회가 경찰 투입을 요청하고 사전에 합숙한 사건은 전체 KBS 사원들의 분노를 촉발시켰고 곧바로 사원행동 출범의 원인이 됐다. 또 사원행동이 이후 3차례의 이사회를 불법적 이사회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며 "따라서 사원행동 구성원들에 대한 감사 이전에 그 원인 행위들에 대한 감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KBS가 국민에게 책임지는 기관이라면 '이사회와 이사들의 안하무인식 월권 행위', '공영방송 KBS에 경찰 난입', '일부 노골적인 업무 불이행' 등 공영방송 KBS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조사하고 명확하게 국민에게 공개해 책임을 따져야 할 것"이라며 "만약 감사실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감사실 출석 및 진술 등의 일체를 거부하고 KBS 수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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