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 대책으로 내놓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부결되자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은 레임덕이 아니라 '브로큰덕(broken duck)'이 되었다는 조롱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구제금융안이 반드시 의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정부가 문제의 자산을 사들여 일단 시장이 정상화된 뒤 되팔음으로써 많은 기업들의 자산이 다시 가치를 되찾게 될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납세자들의 자금은 회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안이 시급한 탓에 하원이 다시 표결하기 전에 상원이 1일(현지시간) 저녁 일부 수정된 구제금융안을 먼저 처리하는 이례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정된 법안, 상원 통과해도 하원 통과는 미지수
하지만 상원에서 구제금융안이 통과되더라도 하원 표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하원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온 가장 큰 이유가 11월4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서 지역구 민심을 의식한 의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문제는 반대표를 던진 하원의원들이 다음번에는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만일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다음 번에는 찬성표로 돌아선다면, 지난 표결에서는 지역구 민심을 의식해 서민 편에 서서 고민하는 척 '할리웃 액션'을 썼을 뿐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듯 당론을 거스르며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소신에 따른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라이저 커민즈 의원은 "700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 계획이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반대했다"면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가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년간 세금을 내왔고, 국가에 피, 땀, 눈물을 바친 많은 서민들이 집을 잃고 있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피터 데파지오 의원도 "내 생애 최고의 투표를 했다"면서 "금융산업을 살리려면 납세자의 돈이 아닌 월스트리트에서 모은 돈으로 구제금융을 대체할 기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로이드 더깃 의원은 "하원 지도부에서 수정된 구제금융안을 내놓아 통과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40% 가량의 반대표가 나온 민주당보다 더 상황이 심각한 것은 공화당이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무려 67%가 반대표를 던져 구제금융안이 하원에서 부결되는 결과를 주도했다. 이들은 경제정책의 실패 책임으로 따가운 여론의 질책을 의식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위스콘신 주 출신 공화당 폴 라이언 의원은 지난번 하원 표결 직후 기자들에게 대다수 의원이 차마 공개적으론 말하지 못해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의원직을 잃는 걸 걱정했다. 대부분이 '금융구제안은 통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은 찬성표를 던지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심정이었다."
특히 하원은 의원 전부가 다시 뽑기 때문에 재선이 위태로운 처지에 있는 의원들의 반대율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재선이 위태로운 공화당 의원 21명 가운데 18명이 반대했고, 민주당은 15명 중 10명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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