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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페일린에 자정 알리는 종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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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페일린에 자정 알리는 종소리가…

반짝 인기 '2주 천하'…보수파도 "백악관行 티켓 내놔라"

2008년 미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구원자로 떠올랐던 새라 페일린이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있다. 그는 9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인기몰이를 했지만, 한 달도 못돼 보수파들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페일린의 반짝인기가 '2주 천하'로 끝난 것은 기본적으로 월가에 몰아닥친 금융위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매력적인 후보라 할지라도 월가 쇼크를 몰고 온 공화당에 대한 불신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아니었더라도 페일린 자신이 가진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줄줄이 쏟아지는 비리 의혹, 콘텐츠·경험 부족, 부적절한 처신, 극단적 종교관 등의 오점은 임신한 17세 딸을 전당대회 무대에 올리는 식의 정면 돌파로도 뚫을 수 없는 벽이었다.
▲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로이터=뉴시스

끝없이 터져 나오는 비리 의혹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여동생의 전 남편을 경찰에서 해임시키라는 자신의 압력을 거부한 경찰청장을 해임한 일은 이미 '트루퍼 게이트'란 공식 명칭이 붙었다. 그 후 출장비 전용 논란 등을 일으켰던 페일린의 '권력형 비리'는 지난 주말에만 해도 고구마넝쿨처럼 줄줄이 나왔다.

<AP> 통신은 페일린이 알래스카주 와실라 시장이던 2002년 자신의 저택을 팔기 위해 부동산 용도를 변경해 달라고 도시계획위원회 관리들에게 청탁해 결국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28일 보도했다.

페일린은 또 시 의회에 자신의 측근을 2002년 발언자 명단에 포함해달라고 청탁했는데, 이 측근은 의회에서 자신의 라디오 방송국에 광고 사업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해 페일린은 이웃 주민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또 다른 측근이 호수 인근 개발사업을 놓고 시 당국과 다툼을 벌이는 것을 돕기도 했다.

페일린은 앞서 1996년 시장으로 당선된 초기부터 윤리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비행기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법안이 찬반 동수가 됐을 때 결정투표를 했는데, 당시 그녀의 시아버지가 비행기를 한 대 갖고 있었다.

그는 1년 뒤 시 당국이 비행기와 스노 머신, 개인 자산 등에 내린 세금 철회 조치를 지지했다. 또한 의회에 스노 머신 경기에 대한 기준 완화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당시 그녀의 남편인 토드 페일린은 스노 머신 상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는 공무원들의 선물·접대 관행을 척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페일린이 알래스카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20개월 동안 값비싼 예술품, 가족 공짜 여행 등 41가지, 2만5367달러(약 294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아 챙겼다고 26일 보도했다. 특히 41개 선물 중 23개는 페일린 자신이 주 의회에 윤리개혁법안의 통과를 촉구할 당시 받은 것이었다.

페일린의 종교적 '근본주의'도 인기 추락의 한 원인이다. 현재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페일린이 3년 전 케냐인 목사로부터 사탄의 모든 '마술'에서 보호해 달라고 축복기도를 받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페일린의 보수적 세계관은 국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선과 악'의 이분법을 적용했던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 닮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인터뷰를 3번 밖에 안 할 정도로 언론과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은 그의 콘텐츠 부족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상대 당 부통령 후보인 조지브 바이든 상원의원이 같은 기간 100여 차례의 인터뷰를 한 것과 대비된다. 따라서 공화당은 그런 페일린이 내달 2일 있을 부통령 후보 TV 토론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처지다.

"부시 닮았다…나라를 사랑한다면 사퇴하라"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보수파들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 공화당이 페일린을 선택함으로써 매케인의 '이단아' 기질에 거부감을 가졌던 보수파들을 결집시켰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 그 선택은 무모한 것으로 판명났다고 지적했다.

페일린이 대선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고, 놀랍도록 모호하면서도 생각이 모자라는(unreflective) 인물로 보여지면서 그것을 숨기는데 급급한 캠프 내에서조차 갈수록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보수적인 논객이면서도 최근 페일린을 공격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 소개하며 그에 대한 보수층의 이반을 보여줬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잡지라고 평가되는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이었던 데이비드 브룩스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 "국가 전체 이슈를 다뤄보지 않았고 역사적 안목이 없을 뿐더러 부시 대통령처럼 경험 부족을 무모함과 지나친 과단성으로 메우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인 캐슬린 파커는 26일 <내셔널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페일린의 최근 TV 인터뷰는 알맹이가 없는 '의사진행 방해 행위'(filibuster)와 같은 것이었다며 보다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페일린이 "매케인 후보와 공화당,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국가를 위해" 중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페일린의 발탁이 매케인 후보가 자랑하는 최대 강점의 하나, 즉 경험이 풍부하고 국가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수계 인사인 찰스 크라우서머와 로스 다우댓도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국가를 이끌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임신한 딸 결혼식'으로 지지율 회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케인은 금융위기, TV 토론 거부 '깜짝쇼'와 번복, 토론 실패 등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페일린에서 찾는 눈치다.

페일린의 임신한 딸의 결혼식을 치르는 카드가 하나의 사례.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8일 페일린의 딸 브리스톨(17)과 남자친구이자 아기의 아버지인 레비 존스턴(18)의 결혼식을 11월 4일 대선 전에 치러 공화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한 기대가 매케인 캠프에서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이를 통해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페일린은 임신 중 아기가 다운증후군이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점수를 받은 바 있다.

매케인 진영의 한 인사는 "TV 카메라가 모두 결혼식을 취재하러 몰려들고, 온 나라가 결혼식을 지켜볼 것이며, 1주일 동안 대선전은 중단될 것"이라며 "환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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