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은 <돌발영상> 본 방송이 나오는 2시 41분 <위성 통역실>과 <역사 속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해 방송했다. <돌발영상>이 방영되지 못한다는 안내문 등은 없었다. 하루에 5번에 걸쳐 방영되는 '재방송'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YTN지부의 기자 회견에서 "오늘 오후 2시 41분 첫 방송에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서둘러 출근해 토론도 하고 아이템 선정도 마쳐 제작에 돌입했으나 10시 30분께 시간 내로 프로그램 제작을 마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11시께 보도국 데스크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PD 3명이 동시에 각자의 아이템을 제작하는 관계로 2명이 빠지면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정황을 사측이 미리 알고 있었으니 알아서 대책을 세웠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측이 이날 경찰 조사가 있어 <돌발영상> 제작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강행하려는 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나와 정유신 PD는 3시까지 인사위로 출석하라는 통보도 왔다"며 "제작은커녕 인사위로 가야하나, 경찰서에 출석 조사를 받으러 가야하나 고민해야 할 판"이라며 "사법 처리, 징계 농단에 방송 불방사태를 겪게 됐다"고 했다.
한편, 정유신 PD도 이날 YTN 사내게시판에 "경찰서로 갈까요? 인사위로 갈까요?"라는 글으로 올려 "그간 투쟁국면에서 경황이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돌발영상> 제작에는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왔다"며 "인사위원회 출석 시간을 확인하고 인사위원회의 맹목과 무책임함에, 그리고 그들이 10년간 모셔온 분들이라는데 온몸에 힘이 빠졌다"고 했다.
그는 "회사의 고발에 따른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가야 할까, 아니면 앞으로 회사의 징계를 받으러 인사위원회에 가야할까.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해야 될까"라고 물으며 "입가의 진한 쓴웃음'은 '가슴 속의 진한 눈물'을 동반한다는 사실도 지금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다음은 정유신 <돌발영상> PD의 글 전문. 경찰서로 갈까요? 인사위로 갈까요? 돌발영상팀 정유신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실명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노조 집행부 일을 돕고 있는 한 사람으로 가급적 자제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답답한 심정을 어딘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서 짧게 속내를 올려 봅니다. 어제(24일) 인사위원회에서는 34명의 징계심의 대상자들을 '가나다순'으로 한명씩 심의하겠다며 오후 3시부터 17층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게 했습니다. '정'씨인 관계로 저는 34명 중 약간 뒷부분입니다. 5시간이 지난 저녁 8시 무렵 '김'씨들의 진술이 간신히 끝나더군요. 오후 3시부터 8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돌발영상팀은 다음날 아이템을 찾기 위해 테잎도 보고 회의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투쟁 국면에서 경황이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돌발영상 제작에는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다른 분들도 리포트를 하고, 생방송을 진행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부조 스탭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시간이었겠죠. 그 시간에 '징계를 받기 위해' 17층 사장실 앞 맨바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서 분노 보다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녁 8시 10분 쯤, 진술을 마친 'ㄱ'씨들 외에, 아직 진술을 하지 못한 'ㄴ' 부터 'ㅎ'까지 이르는 20여 명의 대상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게 할 거냐며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했습니다. '자정까지라도 해보겠다'는 답변이 되돌아왔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밤 12시까지 회사에 있어야 하는 것 정도야, 지난 세월 숱하게 했기 때문에 별 억울할 것 없었습니다. 다음날 돌발영상 제작을 위한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한 책임도 인사위 때문이라고 하면 그만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인사위원들(선배라 하지 않겠습니다)의 이해할 수 없는 '의지'였습니다. 그때부터 자정까지는 4시간, 당시 남은 대기자 22명의 3분의 1도 진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인사위원들은, 끝까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 못하면 다음날 9시에 재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뚜렷한 이유는 어느 위원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상당수는 밤 12시까지 마냥 기다렸다가, '내일 오라'고 하면, 또 다음날 오전 9시부터 어떤 업무도 하지 못한 채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사위가 사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이렇게 무리하게 인사위를 강행하는 것은 이미 정해놓은 결과를, 정해놓은 시간 안에 마치려 한다는 의심을 짙게 했습니다. 이런 의구심을 제기하자 한 위원님은 두 손을 크게 저으며 '결코 그런 의도가 없다'고 펄쩍 뛰셨습니다. 위원장이 거듭 '그런 의도가 없다면, 당연히,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방법으로 인사위를 서두르려 하지 말고, 하루 내에 가능한 인원을 책정해 진술 시간을 조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요청을 무시하고 물리적으로 안되는 일을 계속 강행하려 한다면 '그런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아무 말씀들이 없으셨습니다. 잠시 위원들끼리 논의해볼테니 나가달라고 하셨습니다. (진술 시간 조절과 관련한 대화 외에 벌어진, 당시 대기 중인 징계대상자들을 분노케 한 몇몇 인사위원님들의 이런저런 발언들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1시간 가까이 저를 포함한 대기자들은 또 기다렸습니다. 그 뒤에 인사위원장은 노조위원장에게 간략한 메모를 전해왔습니다. 아직 진술하지 못한 사람들의 다음날 '진술 시간표'였습니다. '업무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진술 시간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진술시간이 몇 시인지 확인하고는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인사위원회가 임의대로 조절한 제 진술시간, 9월 25일 오후 3시....이 시간은 이미 회사가 저를 고발함에 따라, 경찰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은 시간(오후 2시)과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도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제 능력을 너무 높게 보신 건지… 그 맹목과 무책임함에, 그리고 그 분들이 제가 10년간 모셔왔던 분들이란 사실에 온 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지난 세월, 저는 없는 능력이지만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말대로 사회부에서 4년 동안 굴러보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특집도 회사에 도움된다는 말 한마디에 군말하지 않고 제작했습니다. 덕분에 특종상, 공로상도 받아봤고, 우수프로그램상도 받아봤고, '모범사원상'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개인 인사기록에는 지금 인사위원 몇몇 분의 개인 인사기록처럼 '징계' 이력이 없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돌발영상팀은 작년 연말 종무식에서 회사로부터 'YTN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지금부터 1시간 뒤,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회사의 고발에 따른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회사의 징계를 받으러 인사위원회에 가야 할까요?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해야 될까요? '입가의 진한 쓴웃음'은 '가슴 속의 진한 눈물'을 동반한다는 사실도 지금 처음 알게 됐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군요. 수습때 기사 길게 쓴다고 항상 엄히 꾸짖던 선배 얼굴이 떠오릅니다. 10년 기자 생활해도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가 봅니다. 일단 경찰서부터 가고 보겠습니다. 다녀 오겠습니다. 2008년 9월 25일, 남대문 경찰서 출석 30분전 정 유 신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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