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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왜 못 치고 나가나?

美민주당에 맴도는 듀카키스의 망령

미국인들은 경제대공황의 책임을 물어 1933년부터 20년간 공화당에 대권을 주지 않았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1992년 대선에서 경제 문제 때문에 패배,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이후 공화당 대통령으로써 재선에 실패한 첫 케이스가 됐다.

이같은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월스트리트 발(發) 금융위기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승리할 여건을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 등 다른 요인들과 더불어 현 부시 행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의 승리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는 현재 생각만큼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내세우며 거세게 불었던 '페일린 바람'이 금융위기로 잠잠해지긴 했지만, 오바마가 '제2의 듀카키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88년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갔던 마이클 듀카키스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에서 최고 17% 가량 앞섰으나 실제 선거에서는 졌다.
▲ 오바마와 매케인이 지난 11일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과반 고지 재탈환한 오바마

<CNN>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오바마에게 호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CNN>이 지난 19~21일 등록 유권자 909명을 포함,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상원의원은 51%의 지지율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46%)를 5%p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 7월 말까지 4~5%p 정도의 우위를 보였던 오바마가 8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페일린 열풍'에 밀려 매케인과 동률을 이뤘거나 뒤졌었다는 점으로 볼 때 이같은 변화는 의미있다. 오바마는 금융위기 이후 다시 기선을 잡고 4~5% 가량의 리드를 회복했고 마침내 과반 지지율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페일린에 대해 비호감을 표시한 응답자가 35%로 과거 조사에 비해 8%p나 상승했고, 매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대부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57%로 3%p 늘었다. '백악관에 변화를 가져올 후보'를 묻는 항목에서 오바마는 매케인을 14%p 차로 리드, 페일린에 내줬던 '변화' 메시지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사이익에 머무르는 오바마 지지율

<CNN> 조사에서는 '경제위기에 누가 더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등록 유권자의 47%가 공화당에 있다고 답했고, 민주당에 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공화당 탓을 하는 여론이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오바마와 매케인이 5%p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것은 금융위기 책임론이 오바마 지지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결과는 오바마 역시 금융위기의 소방수가 되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CNN> 조사에서는 '누가 더 경제를 잘 다룰 것으로 보느냐'고도 물었는데, 오바마가 낫다고 답한 비율은 매케인에 비해 10%p밖에 높지 않았다. 지난 19일 공개된 <USA투데이>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가운데 금융위기를 해결하는데 누가 우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두 후보 모두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오바마가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만을 외칠 뿐 차별성 있는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23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정부의 금융구제안 이행을 감독할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케인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 '왜 오바마인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

과거 탈규제론자였던 매케인이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 쪽으로 말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그같은 변신에 효과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금융위기 후 오바마가 약진하는 '현상'만을 전할 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의 지지율 반등은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몸싸움' 싫어하는 오바마

이에 대해 <배니티 페어>의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히첸스는 오바마의 선거 전략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22일 인터넷매체 <슬레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매케인의 선거운동은 지난 주 금융위기가 터지며 끝났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외치는 오바마가 승기를 잡지 못하는 것은 "무기력하며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제2의 듀카키스인가'라는 이 글에서 히첸스는 오바마가 순수하고 정직하며 점잖은 이미지를 지키는데 몰두한 나머지 금융위기라는 싸움터에 뛰어 들어 '피투성이 전투'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외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새로운 도전자보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서 나온 후보(매케인)에 더 믿음을 주는 표심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봤다. 이어 히첸스는 오바마가 외치는 '변화'는 그가 속한 민주당이 현상유지를 원하는 정당이라는 사실과 충돌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히첸스는 특히 오바마가 의제의 주도권을 자꾸 빼앗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군 증파 문제에 대해서도 매케인이 말을 꺼낼 때에나 대응하고, 금융위기가 터지면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팀과 사진만 찍으면 되는 줄 알고, 그루지아 사태 때에도 매케인보다 강한 얘기를 하지 못했고, 부통령 선택에서도 여성 카드를 공화당에 뺏긴 채 민주당 내 여러 그룹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을 사람을 구하는데 초점을 뒀다는 것이다.

인종 문제와 네이더의 표 잠식

인종 문제도 오바마의 상승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지난 20일 발표된 <AP> 통신과 야후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바마가 흑인이라서 표를 주지 않겠다는 백인이 2.5%에 달했고, 백인들의 인종적 편견이 없을 경우 오바마가 6% 정도 더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인의 55%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하는 등 미국사회에서 흑인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인종적 거부감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폴 스나이더맨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는 50년 전에 비해 흑인에 대한 편견이 크게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거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여전히 인종 문제가 선거에 중요한 요인임을 지적했다.

인종차별주의자로 보이기 싫어서, 실제로는 백인 후보를 찍었으면서도 설문조사나 출구조사에서는 흑인 후보에 투표했다고 답하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를 감안한다면 인종 요소는 실제로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23일 오바마가 지난주 이후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인종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소속 랄프 네이더 후보에 대한 지지도도 4%를 기록했다. 네이더는 2000년 대선에도 출마했는데, 민주당원들은 그가 없었다면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부시 후보에게 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네이더가 이번 선거에서도 4% 이상의 표를 가져가고 녹색당의 신시아 맥킨니 후보가 <CNN> 여론조사대로 1%를 차지한다면 매케인을 간발의 차로 앞서는 오바마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매케인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큰 자유당의 봅 바 후보는 1% 지지율에 그쳤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나흘 뒤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에서 막이 오르는 대선후보간 TV 토론에 임한다. 내달 1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계속되는 TV 토론에서 두 후보는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14%(<CNN> 조사)의 부동층을 끌어오기 치열한 입씨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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