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포털사이트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10억 5800만원 상당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언론사가 포털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 중 최대 규모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자 사보에서 "다음이 상당 기간 본사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본사는 이로 인한 손해액이 최소 90억 원에 이른다고 판단하고 일단 그 일부인 10억 5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계약 기간을 초과한 콘텐츠 사용'을 소송을 제기한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조선일보가 다음에 뉴스를 공급해온 2003년 9월부터 2008년 7월 6일까지의 기간 동안 다음은 조선일보가 공급한 뉴스 콘텐츠를 3개월까지 DB에 보관한 뒤 삭제하기로 했으나 이를 무시한 채 본사 콘텐츠를 계속 DB에 보관하고 검색 등을 통해 노출해왔다는 것.
또 조선일보는 "다음은 '기사 하단에 '인쇄' 및 '스크랩' 기능을 넣어 콘텐츠의 무단 복제 및 송신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하면서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무단 사용한 기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91억 5000여 만원에 해당하나 우선 일부인 10억 원부터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또 "모든 콘텐츠에 배너 광고와 텍스트 광고를 삽입하는 등 본사의 저작물을 자의적·상업적으로 이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사의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한 것으로 광고가 삽입된 1건의 기사 당 1000원 씩의 위자료를 따져 약 5800개의 기사에 총 58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03년 9월부터 2008년 7월6일까지의 다음 검색 등에서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 다음이 이러한 방식으로 기사 5만7910건, 사진 3만3327건, 삽화 1만5158건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사 1건당 6만 6000원, 사진·삽화 1건당 11만원이라는 시장 가격을 감안할 때 다음이 최소 91억원 상당의 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단 10억 원을 부분 청구한 뒤 소송 진행 추이에 따라 청구 금액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촛불 정국 이후 보복성?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은 "조선일보가 지난 7월 7일 기사 공급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후 다시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손배소를 제기해 당혹스럽다"며 "대응 및 입장에 대해서는 소장을 접수한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측은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다음이 지난 2003년 조선일보와 기사 공급 계약을 맺은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몇 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해왔는데 각 계약서에는 '제공받은 저작물은 다음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기사를 공급받은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이후에는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다음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조선일보가 이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이러한 조항은 다음과의 계약만이 아니라 전 포털사의 계약에 다 들어있는 내용이며 거의 모든 포털사가 제공받은 기사를 3개월 이상 서비스해왔다"고 '형평성'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의 경우 2006년 명시적으로 '3개월 이전 기사의 데이터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삭제를 해왔지만 다음은 그러한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몇몇 포털에서는 과거 기사가 검색되고 있다"며 "다음은 조선일보사로부터 기사공급 중단을 통보받은 지난 7월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선일보가 다음에만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과 2003년부터 관행적으로 묵인해온 것을 이 시기에 소송을 제기한 '시기상의 문제' 등을 들어 촛불 정국'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 이후 조선일보 외에도 다음을 떠난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들도 비슷한 종류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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