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에서는 식품에서부터 약품에 이르기까지 저질제품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폐사한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식용유, 공업용 광택제를 입힌 묵은 쌀, 포르말린에 절인 배추, 공업용 산소를 넣은 산소호흡기, 유황으로 말린 고춧가루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해식품이 시중에 범람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종래의 저질제품은 방직물과 전기부품 등의 공산제품이 주를 이루어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경제적인 손실을 안겨주는 수준이었는데 식품 및 약품으로 그 범위가 확산되면서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소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중국에서도 위조경제(僞造經濟)라는 단어를 사용한지 오래다. 이미 위조품과 그 유통이 규모의 경제에 다다랐고, 중국경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의 위조경제 확산은 대략 네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는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 연해지역의 기업들이 상품공급 부족현상을 틈타 국내외 상품을 위조하는 수준이었다. 이 시기의 수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문제 삼지도 않았다.
2단계는 1980년대 후반에 들서 급팽창한 사영기업들이 위조제품의 폭리를 노리고 상표와 특허를 통째 도용하는 본격적 위조행위가 시작되었다.
3단계는 1990년대로서 이미 중국은 공급과잉의 경제로 전환되었고, 기업들은 원가절감의 차원에서 저질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역도 동부 연안에서부터 서부내륙까지 전 중국으로 확산된 것도 이 시기이다.
4단계에 들어선 2000년대에는 저질 혹은 위조제품의 범위가 식품과 의약품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미 중국의 위조품은 영세규모의 단계를 훨씬 넘어서서 대규모 전문화양산의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생산에서 유통망 구축, 판매처의 확보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단순히 사회경제발전의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부작용이라고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저질식품과 위조품의 범람은 지방정부의 지방보호주의가 낳은 묵인과 보호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의 품질과 불법여부에 관계없이 고용확대와 세수확보라는 지방적 이익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탁은 결국 시장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낳았고, 중국의 진정한 발전에 있어 심각한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봉건시대의 중국에는 분명 상인정신(商人精神)과 상도(商道)가 존재했다. 산서성(山西省)의 진상(晋商)이나 안휘성(安徽省)의 휘상(徽商)은 지금도 수많은 서적과 각종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유학(儒學)이 근본, 장사는 수단' 이라는 신조를 받들던 휘상은 '선비상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성실은 사라지고 신용은 붕괴된 시장경제의 기형적 모습이 발견된다.
어느 나라의 어느 곳에도 악덕상인과 양심불량의 업주는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악덕상인이 국가경제 시스템의 일부를 점거하고 있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의 공업제품에 위조가 많은 것은 생산능력, 기술, 브랜드가치라는 삼박자에서 브랜드가치라는 최종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식품에 공업용 재료나 유해식품을 섞어 만드는 행위는 이러한 핑계에 해당되지 않는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배금주의(拜金主義)가 빚어낸 '한탕'을 노리는 기회주의 행위일 뿐이다.
중국은 금년 올림픽을 계기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급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차이나'를 하나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였고, 세계는 변화한 중국의 모습과 발전한 경제상에 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이 막을 내리자마자 또다시 국제사회에서 중국제품에 대한 불신을 증가시키는 악재가 터져 나오고 말았고 중국 국내 소비자의 분노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경계를 다시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개혁개방을 단행한지 30년이 된 중국은 사람으로 치면 이제 성숙한 성인이 된 나이가 되었다. 오늘날 중국에게 절실히 필요한 자원은 석유도 광산도 아닌 신용과 상도(商道)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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