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관련 의혹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15일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 해도 대여섯 건에 달한다. 기업 협찬 요구, 위장전입, 저작권 침해 의혹에 이어 봐주기 판결, 외유성 해외출장, 재산 형성과정 의혹 등이 불거지며 '비리와 불법의 백화점'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협찬기업' 삼성에 과징금 122억 취소
이날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이 부과받은 과징금 중 최소 122억1800만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에 있으면서 관여한 삼성 사건은 4건이다. 이 가운데 3건에서 과징금이 취소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서울고법 담당 판사는 "보통 과징금이 일부라도 취소되는 비율은 10건 가운데 2~3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6월 대법원의 공정위 제소 확정판결 37건 중 공정위가 승소한 것은 28건(75.4%)이며, 2건(5.4%)은 일부패소, 7건(18.9%)은 전부 패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법 위반한 前수원시장 비호해 법원조정위원 해촉 안 해
2006년 수원지방법원장 재직 당시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수원시장의 법원 조정위원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날 <한국일보>는 이 후보자가 당시 2차례나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김용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 수원시장에 대해 판사들의 반발을 묵살하고 법원 조정위원 자리에서 해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소된 조정위원은 해촉한다'는 규정은 대법원 규칙으로 명시될 정도로 당연시되던 관례였다. 이에 당시 수원지법 판사들은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김 전 시장을 해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 후보자는 "법원 행정에 관한 사항은 법원장이 정한다"며 김 전 시장 유임을 밀어붙였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검찰에 '골프부킹' 지시, 홀짝제 피하려 관용차 추가 요구도
수원지방법원장 재직 중이던 같은 해에 이 후보자가 검찰에 골프장 예약을 부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겨레> 역시 이날, 이동흡 당시 법원장이 부임 초 수원지검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수원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앞으로 우리 골프 부킹은 책임지시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2008년 헌재 재판관 시절에는 하루 건너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홀짝제' 시행을 핑계로 헌재 사무처에 개인 차량용 기름값을 요구하고, 이같은 요구가 묵살되자 다른 관용차를 한 대 더 달라고 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재판관 재직 6년간 6억 이상 재산 증식
14일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가 2007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후보자와 배우자가 각각 예금 1억2885만 원과 4189만 원을 신고했으나 6년 후인 지난해에는 각각 5억9364만 원과 1억7793만 원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재산변동 내역을 감안하더라도 연 1억 원 남짓인 헌법재판관의 급여를 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예금 증가액"이라며 "이 기간 중 셋째 딸이 2년간 미국 유학을 했는데 이 비용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문"이라며 재산 형성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이 후보자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득이 없는 이 후보자의 장남이 2012년 3월 20일 재산 신고분에서 4100여만 원 등을 신고하고도 증여세 자진납세를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갖가지 의혹이 밝혀지자,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위원들은 15일 성명서를 내고 "이 후보자가 과연 헌법재판소장으로서 덕목과 공직윤리의식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며 "청문회 개최 이전에 자진사퇴하는 것이 본인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여·야는 이날 인사청문특위 1차 회의를 열어 인사청문회 계획서를 채택하고 오는 21∼22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23일 청문결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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