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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구냐'…공포감 덮친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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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구냐'…공포감 덮친 월스트리트

워싱턴뮤추얼, AIG, 빅2 투자은행 등 '비탈길'

미국 월가(街)의 '빅5' 투자은행 중 3~5위에 랭크됐던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가 잇달아 나가떨어지면서 현재의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기가 해결되기 전까지 더 많은 대형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우울한 전망이 나오자 월가에서는 '다음은 누구냐'라는 물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알려진 WL로스 앤 코의 윌버 로스 회장은 15일 "몇 달 안에 많게는 10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위기감을 부추겼다.

최우선 '뇌관' 워싱턴뮤추얼

다음 타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 이 회사는 지난 3월 JP모건의 인수 제의를 거절한 후 시장 가치가 당시에 비해 78%나 떨어져 37억 달러 수준이 됐고, 시장의 의심이 커지면서 지난주에만 주가의 절반이 공중 분해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뮤추얼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 부적격인 'BB-'로 낮춰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켰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지난주 이 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부적격'으로 낮추면서 자금 조달 능력을 불구로 만들었다.

15일 워싱턴뮤추얼의 주가는 전일 대비 26.7% 폭락한 2.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정점과 비교해 볼 때 30달러 이상 하락한 것이다.

경영진은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영업을 지속할 만한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JP모건이 다시 인수에 나서는 등 건실한 기업이 사들이는 것만이 워싱턴뮤추얼 사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 뉴욕 금융가의 AIG 본사 건물 앞에서 청원경찰이 직원들의 출근을 돕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AIG에 비하면 리먼브러더스는 시시한 위기"

FRB에 400억 달러의 브리지론(긴급 단기 차입)을 요청한 세계 최대의 보험사 AIG는 또 다른 뇌관이다.

AIG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항공기 리스 관련 자회사 매각 등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했지만 15일 주가가 60.79% 폭락,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조슈아 생커는 이날 AIG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미 3분기에 걸쳐 18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이 회사가 300억 달러의 상각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 연방정부가 AIG의 구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은 부정적인 전망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날 AIG 관계자들을 만난 뒤 "재무부와 FRB가 오늘 AIG를 만난 것은 정부의 연계자금 지원과 무관하다"며 "우리가 현재 뉴욕에서 하고 있는 일은 금융시스템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민간 부분의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AIG에 문제가 생기면 전세계 수백만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고, 전체 금융시스템이 타격을 입게 된다며 "AIG에 비교한다면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드스의 위기는 시시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나머지 빅2의 미래에도 '황색불'

빅5 중 3개가 무너지면서 나머지 빅2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로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미국의 금융 전문사이트인 <마켓워치>는 15일 리먼의 몰락과 메릴린치의 매각이 메이저 독립 투자은행으로는 두 곳 밖에 남지 않은 이들 회사의 장래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12% 떨어진 135달러를 기록했고 모건스탠리는 13% 하락한 3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통해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상업은행과는 달리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차입해 조달하기 때문에 고객과 거래 상대의 신뢰를 잃으면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코노미스트>는 나머지 두 투자은행이 몰락한 메릴린치나 리먼브러더스에 비해 건전하긴 하지만 지난 주말의 사태는 차입 자본과 변덕스런 대규모 펀딩에 의존하는 투자은행 모델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더욱 키운 뱅크오브어메리카(BOA)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BOA가 최근 인수한 미국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 상황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 메릴린치를 인수했다면서, 소매은행과 투자은행의 전혀 다른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BOA는 메릴린치의 부실 자산 처리 문제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美 부동산 침체 계속되는 한 위기도 지속

템플턴 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14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먼의 파탄과 메릴린치의 매각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위기가 바닥에 왔고, 다음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경우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모기지 관련 증권의 부실 등으로 세계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5000억 달러에 달한 상황에서 문제의 기원인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숨은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혹독한 합병의 시기가 오고 있다'며 대형 투자은행의 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도 15일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며칠 안에 붕괴되진 않겠지만 모기지 위기의 파장에 따른 숨은 위험이 여전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미국 금융시장을 '러시안 룰렛 게임'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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