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3위는 어느 나라일까요? 다름 아닌 미국입니다. 2010년 기준, 미국은 148명의 아이를 캐나다로 해외 입양 보냈습니다.(☞ 참고자료 보기 : Canadians go abroad to adopt 1,946 children in 2010)
지난 60여 년간 한국인들은 "미국은 모든 것이 좋을 것"이라 믿고, 한국 아이를 맹목적으로 미국에 해외 입양 보냈습니다. 재작년, 한국은 916명의 아이를 해외 입양 보냈고, 그중 707명은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라는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은 단지 꿈일 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아동 빈곤율은 한국의 약 2배입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10.5%가 빈곤하게 살고 있는 데 반해, 미국 아동은 전체 아동 가운데 20.6%가 빈곤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욱이, 재작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약 40만540명의 아이가 부모와 이별하여 위탁 시설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10만4326명이 입양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5만8000명의 아이들이 고아원에 살고 있습니다.
반면, 재작년 기준 한국에서는 1만6523명의 아이들만이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은 소중한 한국 아이들을 낯선 외국인들과 살라며 미국으로 보내려 우기고 있을까요? 누가 "미국은 모든 것이 좋다"다는 꿈을 그저 믿으라고 한국인들을 세뇌시켰을까요?
홀트, "미국이 최고"라고 한국인을 세뇌시키다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처음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당시 한국인들은 홀트가 가난한 한국인들을 돕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홀트는 천사가 아닙니다. 미국 오리건주(州)에 있는 홀트는, 정작 미국에 있는 가난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홀트는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가치(권리)가 있다(Every child deserves a family"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미국인을 위한 아이를 입양합니다.
그러나 홀트가 있던 미국 오리건주에는 이미 약 8000명의 아이들이 부모 품이 아닌 주 정부가 운영하는 위탁 시설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약 200명의 아이가 입양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홀트가 만약 자신들이 외치는 구호만큼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고향인 오리건주의 버려진 아이들부터 돌보거나 입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말입니다.
저 역시 홀트를 통해 미국에 온 입양인입니다. 저 말고도 제가 자란 미국 미네소타주에는 1만5000여 명의 한국계 미국 입양인들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이 입양인들은 대체로 홀트와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네소타주에서는 97명의 미국 아이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인들은 러시아가 올해 1월 1일부터 미국으로 해외 입양하는 것을 금지한 것을 두고, 러시아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제가 자란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만 러시아 전체에서 미국으로 입양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아이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미국으로 입양하는 것을 금지하기 전을 기준으로, 46명의 러시아 아이들이 미국 입양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 그 두 배가 넘는 97명의 미네소타주의 아이들도 입양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인들 입장에선 외국 아이를 입양하는 것보다 미국 아이를 입양하는 쪽이 가격도 더 쌉니다. 예컨대 미국인이 국내 입양을 하면 평균 약 5000달러 이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러시아로부터 해외 입양을 하면 평균 약 5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즉, 러시아 아이 1명을 입양하는 비용이면, 미국 아이들 10명을 입양할 수 있습니다!
▲ 2008년 미국의 국가별 해외 입양 건수. 한국은 올해 이보다 더 많은 1080명의 아동을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파키스탄은 1인당 GDP가 2644달러, 베트남은 2785달러, 인도는 2972달러, 필리핀은 3510달러로 한국(2만7939달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TRACK |
미국인이 '비싼' 해외 입양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
그런데 왜 미국인들은 미국 아이를 입양하지 않고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 아이를 입양할까요?
한국계 입양인이자 입양학 학자인 김 박 넬슨은 자신의 논문 '국제시장에서의 아동 쇼핑'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우선 해외 입양은 한 해에만 국제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사업입니다. 게다가 이 사업은 미국 불임 부부에게 입양아의 나이, 인종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해외 입양은 국내 입양과는 다르게, 친모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인이 국내 입양을 하게 되면, 친모가 입양아를 만날 권리를 인정해 주어야 하고 친모의 요구를 많이 들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해외 입양은 비록 더 큰 비용을 지불하지만, 일단 아이를 '구매'하고 나면 친모의 권리를 무시해도 괜찮습니다. 또 친모에 대한 후속 서비스(After Service)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입양아를 보내는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인권 후진국일수록, 미국 입양 부모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친모의 권리를 내세우는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 훨씬 편리하고 좋은 것이지요.
이렇게 해외 입양은 입양아를 친부모의 품과 아이의 근원으로부터 쉽고 깔끔하게 '절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친모의 인권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구질구질한 국내 입양보다는, 친모의 권리를 '말끔하게' 무시해도 아무 일이 없는 해외 입양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해외 입양, 돈 벌자고 하는 장사인가?!
국제아동서비스합동협의회(The Joint Council on International Children's Service)는 올해 1월 1일, 러시아가 미국으로 해외 입양하는 것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 "비극"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협의회는 입양 기관들을 위해 미국무역협회로부터 자금을 수수하는 기관입니다. 협의회는 지금 러시아가 미국으로 해외 입양하는 것을 중지시킨 것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비극'이란 듯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의회가 이를 '비극'이라 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기대하던 이익을 이제는 거둘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올해도 재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960여 명의 아이들이 미국으로 보내진다면, 미국 해외 입양 기관들은 약 4810만 달러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미국 입양 금지 조치로 입양 기관들은 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들도 러시아와 같이 미국 해외 입양을 중단한다면, 미국 내 입양 기관들은 수익이 없어 폐업해야 할 처지에 놓일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한편, 미국 상원 역시 최근 "러시아 정부가 다른 나라로 입양하는 것은 그대로 놓아두고, 미국에만 입양 금지 조치를 한 것이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미국 상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부모에 의해 살해된 19명의 러시아 입양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결의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 매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무도 입양하기를 원치 않아 위탁 시설에 방치되어 있는 2만9000명의 미국 아이들과 관련해서도 어떠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 "아메리칸 드림? 그런 건 없다!"
미국에서 가족이 없이 성인이 되는 경우, 그들의 앞날은 매우 어둡습니다. 가족 없이 성인이 된 미국 청소년의 25%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합니다. 또 위탁 시설 아동의 70%는 대학에 가고 싶어도 대학(전문대학) 진학률이 단지 6%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들 중 40%가량은 노숙자가 되거나 임시로 지인에게 몸을 의탁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리고 60%는 범죄자가 됩니다. 오직 48%만 직장을 구합니다. 또 이들 중 75%의 여성과 33%의 남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이들 중 50%는 약물 중독자가 되고, 17%의 여성은 미성년 상태에서 임신합니다.
더욱이 위탁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성인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이것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아메리칸 현실입니다.
재작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며 양국 사이에서 오간 돈은 2700만 달러에 달합니다. 한 아이당 평균 3만8000달러에 '판매'됐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사고팔면서 막대한 돈이 거래되는 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이것이 진정 '아름다운 입양'이고 '가슴으로 낳은 사랑'일까요?
□ 필자 소개 _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6개월쯤 지났을 무렵 미국 미네소타주(州)의 한 시골 마을 양철공 가정으로 입양됐다. 피아노와 문학을 전공했고, 2003년 회상록 <The Language of Blood>를 내, 인종 간 입양의 함의를 미국 사회에 환기시켰다. 책은 '반즈앤노블 북어워드', '미네소타 북어워드' 등을 수상했으며, 책의 일부는 미국 고등학교 상급 학년과 대학교 초급 학년 교과서인 <Heath Anthology>에 실렸다. 한국에는 지난해 5월 <피의 언어>란 제목으로 출판됐다. 그의 두 번째 책 <Fugitive Visions>은 지난 2009년에 출간됐다. 그리고 오는 1월 22일경 출판사 '창비'에서 번역돼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어판 책의 제목은 <덧없는 환영>이다. 아울러 그는 2006년 미국 사회의 인종 간 입양 문제를 다룬 책 <Outsiders Within>을 편찬했고, 한국에는 지난해 <인종 간 입양의 사회학>으로 번역 출판됐다. 현재 트렌카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공정책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해외 입양인 권익 옹호 단체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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