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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에 매각에..미 금융계 근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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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산에 매각에..미 금융계 근간 휘청

리먼, 메릴린치, AIG … '사지(死地)'로 내몰려

"끝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결국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를 파산보호를 신청하도록 만드는 등 미국 금융계의 역사와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리먼에 이어 다음 차례로 지목받던 메릴린치는 14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전격 매각됐고, 손실 확대와 주가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AIG는 결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미 금융기관들이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다.
  
  미 FRB와 대형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유동성 부족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았지만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월가는 15일 미 금융시장이 열리면 심리적 공황상태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시간 주말에 터진 리먼 파산신청 등의 소식은 이미 국제금융시장으로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홍콩 등은 추석 연휴로 장이 열리지 않았으나 대만,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 의 증시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위기설'을 가까스로 넘긴 우리 금융시장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의 금융시장에도 16일 장이 열릴 경우 그 충격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리먼브러더스 끝내 파산보호 신청
  
  158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15일 파산 신청을 내기로 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은 15일 새벽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사회가 파산 신청 계획을 승인했으며, 15일 중으로 뉴욕 서던 지구의 파산법원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 기업들과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나 유력후보인 바클레이즈가 14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협상장에서 철수하는 등 최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파산 신청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바클레이즈 은행은 리먼 인수 후 발생할 잠재적 부실에 대해 미국 정부가 모종의 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58년 역사의 리먼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10년 전 롱텀캐피털(LTCM) 붕괴 때도 살아남았으나 글로벌 신용 긴축의 위기를 넘기지는 못했다.
  
  모기지 관련 부실 확대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리먼은 지난 10일 올 3.4분기(6∼8월) 39억달러(주당 5.92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손실 규모는 리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22억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최악의 위기로 몰렸다.
  
  리먼은 당시 부동산 자산 분사, 자산운용부문의 지분 매각 등을 담은 자구책을 함께 발표했으나 시장으로부터 회복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1850년 독일에서 건너온 3명의 유대인 이민자들이 설립한 리먼은 월가 최고의 모기지증권 관련 투자은행으로 알려져 왔으며 2.4분기말 현재 650억달러의 모기지 관련 자산을 보유했다.
  
  ◇ 메릴린치는 BOA에 전격 매각
  
  월가에서 리먼 다음 차례라는 지적을 받아온 미국 최대의 증권사 메릴린치도 결국 BOA에 전격 매각됐다.
  
  BOA는 이날 메릴린치를 약 50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으며 메릴린치의 440억달러 상당의 보통주와 60억달러에 달하는 옵션 등을 인수할 예정이다.
  
  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자산관리와 자본시장 등에서 최고의 회사 중 하나인 메릴린치의 인수가 주주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번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주당 29달러 수준으로, 이는 메릴린치의 지난 12일 종가인 17.05달러 대비 70% 할증된 가격이나 1년전 주가 대비 3분의 2에 해당하며 지난해 초 최고가 대비로는 절반에 불과한 가격이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매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 신청을 준비하며 몰락을 향해가는 등 월가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BOA는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리먼 인수 포기를 선언하고 전격적으로 메릴린치 인수를 결정했다.
  
  월가의 고위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매각을 조율했을 수도 있다며 죽어가는 리먼브러더스를 놔두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를 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BOA의 메릴린치 인수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 위기확산 막아라..블랙먼데이 재연되나
  
  월가가 사상 최대의 신용위기로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대출제도를 확대하고 공동 기금을 마련하는 등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FRB는 14일(현지시간) 저녁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가능성에 대비해 증권회사들이 유동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융자의 담보를 주식이나 증권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FRB는 '프라이머리 딜러 대출(PDCF)'이라고 불리는 유동성 공급장치를 통해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에게 증권을 담보로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됐다.
  
  대형 은행과 증권회사들도 이날 저녁 700억 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해 유동성 부족 사태에 대처하기로 했다.
  
  JP모건 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크레디스위스그룹,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UBS 등 10개사는 각각 70억 달러씩의 자금을 갹출해 기금을 조성한 뒤 기금 조성에 참여한 업체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경우 지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갈수록 확대되는 금융시장의 불안감과 신용경색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최대의 보험사인 AIG가 FRB에 400억달러의 브리지론 지원을 요청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서둘러 마련한 데 알 수 있듯이 이번 사태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가의 관계자들은 15일 오전 미 금융시장이 열리면 투자 심리의 급랭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블랙 먼데이'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예측이나 진단도 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이번 사태가 더 이상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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