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방통위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지상파 및 종합 편성, 보도 전문 PP에 대한 대기업 진입 제한 기준을 현재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해 "대통령 업무 보고까지 마친 이후에 공청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강한 반발을 샀다.
"차라리 '공청회' 없이 진행하라"
방통위는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언론 사유화 저지·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과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범국민행동)은 공청회 시작 직전 단상 앞에 "요식 행위 공천회 원천 무효"라는 현수막과 팻말 등을 들고 서서 공청회를 저지했다.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공청회 전에 업무 보고를 진행한 것은 절차상으로 큰 하자가 있고 잘못됐다"며 "요식 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를 열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했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원래 하던 '군사 독재' 방식대로 밀어붙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오늘 나온 방통위 직원이나 교수들도 방통위가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 업무 보고부터 한 데 대해서는 반드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면서 "대통령 업무 보고를 할 때는 어떤 여론을 수렴했느냐. 차라리 공청회라는 타이틀을 떼고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학계가 자유롭게 발언하는 토론회를 갖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도 "조그마한 회사에서도 사장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나면 더이상 의견을 바꾸지 못한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이후에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공청회를 열겠느냐"고 비판했다.
방통위 관계자 "공청회 전 대통령 업무 보고, 무슨 문제?"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측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사회를 맡은 유의선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오늘 공청회를 합리적으로 진행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패널로 나온 김성규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에게 '오늘 토론회가 요식절차인가'라는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김성규 과장은 엉뚱한 대답만 내놨다.
김성규 과장은 "방통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지난 2월부터 계속 추진해온 것은 알고 있지 않느냐. 이미 대기업 기준을 완화한다고 밝혔는데 오늘 공청회가 절차적으로 무엇이 문제냐"고 물어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대통령 업무 보고는 방통위의 업무안을 내놓은 것이고 오늘 공청회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책임지고 반영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실무자 선에서 대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한발 뺐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유의선 교수는 적극적으로 나서 "비이성적, 감정적으로 나오지 말고 논리적으로 토론을 해보자"고 공청회를 진행시키려 하다가 미디어행동 등 관계자들과 감정 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이날 공청회 참석자 사이에서는 공청회 진행 여부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다 막말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유 교수는 3시 30분께 "더이상 진행하기는 힘들다"며 공청회 무산을 선언했다. 김성규 과장은 차기 공청회 일정에 대해 "현재로서는 정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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