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 행동'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연 전국 총회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다수 보고됐다. 대부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자진 삭제'하거나 '수위를 낮춘' 예이다.
"어청수 퇴진하라"에서 '퇴진하라'를 지운 이유는?
<KBS 뉴스9>는 지난 31일 전국 1만 여 곳 사찰 ·암자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동시 법회를 연 소식을 전하면서 볼교도가 들고 있는 팻말의 내용을 지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날 기자의 리포팅 직전 임장원 앵커가 간략한 내용을 전할 때 앵커의 오른쪽 어깨 위에 "전국 사찰 동시 법회"라는 제목과 함께 걸려있던 화면에서 불교도들이 들고 있던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하라"는 팻말에서 '퇴진하라'는 글씨를 지운 것.
보도 본문에서는 팻말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지만 신문 기사로 치면 '기사 제목'에 해당하는 '어깨걸이' 화면에서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지운 것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법회 전날인 30일에도 불교도 집회를 축소 보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명섭 탐사보도팀 기자는 "지난 30일 <뉴스9>에 보도된 "전 상원사 주지 '불교 탄압 항의' 자해, 내일 대규모 항의 법회" 기사가 우리 방송에서는 단신으로 간단하게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김명섭 기자는 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YTN 보유주식 전량 매각 발언도 우리는 여야 공방으로 단순하게 다뤘다"며 "같은 날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서 신 차관의 발언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 것과 비교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압박은 이병순 사장 및 KBS 이사회 등 '윗선'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 김현석 KBS 사원 행동 대변인은 "어제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일부 이사가 '첫날 취임식 보도부터 잘 막아야 한다고 이 사장에게 강력하게 이야기해서 보도가 잘 막혔다', '처음부터 밀리면 안된다'고 충고했다고 자랑한 내용이 나왔다"며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제작 일선에서는 갖가지 압박 사례들이 보고 됐다. 최경영 탐사보도팀 기자는 "보도국 탐사보도팀은 9월 16일 <시사기획 쌈>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루면서 예고를 만들었다"며 "그런데 이를 두고 <쌈> 데스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딴지를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예고가 나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게이트키핑이 들어온 것"이라며 "그야말로 사전 게이트키핑이 들어온 것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제는 제작 자율성 수호 투쟁이다"
이에 따라 KBS 사원 행동은 이병순 사장의 출근 저지에 치중했던 '전술'을 바꿔 △제작 자율성 수호 투쟁 △구조조정 반대 투쟁 △권위주의 회귀 반대 투쟁 △방송법 개악 반대 투쟁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KBS 사원 행동은 이병순 사장의 취임 이후 매일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으나 KBS 노조가 이병순 사장을 '낙하산 사장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결합하지 않은 상황이라 매번 청원경찰에게 일방적으로 밀려왔다.
양승동 KBS 사원 행동 대표는 "현실적인 여건과 한계를 어느정도 인정해야 하고 기존의 방식대로 계속할 경우 사원 행동의 동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제 국면을 전환해서 '2단계 투쟁'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 부문마다 직능 단체의 '편성위원회'등을 살려 적극 대응하겠다"며 "뉴스 보도와 TV, 라디오를 총괄해서 강력하게 연대하고 공고하게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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