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철거 현장에서 4주기 추모 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우는 사회 통합의 우선 과제는 용산참사 해결임을 주장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4년이 지나 다시 이곳(참사 현장)에 서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며 "서둘러서 진압하며 여섯 명이나 죽게 한 이 자리는, 지금 개발은 중단된 채 폐허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은 지난 2010년 12월,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철거됐다. 폐허로 변한 참사 현장에는 남일당 외에도 시장, 레아호프, 삼호복집, 무교동 낙지집 등이 있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각자의 삶터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행복의 꿈을 그리며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철거민이 됐다"며 "재개발 공사도 중단하고 폐허로 남겨둘 것을 뭐 그리 다급하게 진압을 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장영희 의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생존권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많은 철거민이 한겨울에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며 "가진 자만을 위한 개발을 하지 말자고 외치는 우리(전철연)는 폭력 단체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4주기를 맞으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별히 요구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하려거든 용산참사 등 국가 폭력이 불러일으킨 사회 문제들부터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우리의 면담 요구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박 당선인에게 거듭 요구한다"며 "국가 지배 세력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생존권마저 무시하는 국가에서 국민 대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용산참사 유족들 "박근혜 당선인, 우리 만납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우리는 상식이 자리 잡고 정의가 꽃피는 나라를 원한다"라며 참사 현장을 둘러싼 철제 펜스에 국화를 꼽는 추모 의식을 치렀다. 검은색 상복 차림의 유가족들은 헌화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14일부터 일주일간 '추모 주간'…호주 시드니에서도 추모 집회 열린다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연 14일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각종 추모 행사를 여는 추모 주간을 선포했다.
우선 오는 15일 뉴타운 사업 등 재개발 관련 사업으로 철거된 지역들을 돌아보는 '개발지 순회'를 한다. 순회단은 15일 오전 10시 대한문에서 출발해 서울 중구 순화동, 일산 서구 덕이동, 김포 신곡동(의정부시 신곡동) 등을 찾는다. 순화동은 용산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윤용헌 씨가 살던 지역이다. 이 지역은 2006년 주민을 모두 강제 퇴거한 후 건물을 철거했지만, 현재까지 개발이 멈춰 있다.
또 17일 오후 2시에는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강제 퇴거 증언 대회'가 열린다. "여러 개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 사업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하게 진행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행사"라고 추모위원회 측은 밝혔다.
아울러 18일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용산참사 추모 집회가 열린다. 시드니는 용산참사 당시 수사검사였던 강수산나 전 검사가 한국총영사관 영사로 있는 지역이다. 시드니에서는 지난해 10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상영회를 추진한 호주 교민을 강수산나 영사가 협박 혐의로 신고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오는 23일 오후 2시에는 서울시의회 2층에서 서울시 재개발정책 평가 토론회가 열린다.
이 밖에도 △ 추모미사(14일 오후 6시반, 대한문) △ 추모콘서트(16일 오후 7시, 불교역사문화회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 △ 범국민추모대회(19일 오후 3시, 서울역) △ 마석 열사묘역 참배(20일 오전 10시반 대한문 출발) 등도 예정돼 있다.
추모위원회 측은 이 같은 추모 주간 행사들에 참여하고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추모위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추모위원 모집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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