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이사회가 1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병순 신임 사장이 부사장으로 내정한 김성묵 전 KBS 연수팀장과 류광호 KBS 비즈니스 이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런 이병순 신임 사장의 첫 인사를 놓고 KBS 내부에서는 '구조 조정과 방송 장악에 능한 인사만 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순 사장 '패션'만큼이나 '올드'한 인사"
두 부사장 내정자는 모두 지난해 KBS를 퇴사한 인물로 PD 출신인 김성묵 부사장은 방송 부문을, 경영 출신인 류광호 부사장은 기술 및 경영 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부사장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던 내부 인사들이 전임자 잔여 임기인 '1년 3개월'짜리 부사장직을 고사한 탓에 퇴직자에게 부사장직을 맡기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의 이번 인사는 '80년대 스타일'인 이 사장의 경영 방식을 보여주는 인사라 평이 많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 행동'은 1일 KBS 이사회의 임명동의안 처리 직후 성명을 내 "관제 사장의 패션만큼 '올드'한 부사장 인사"라며 "안하무인식 '역주행'이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KBS 사원 행동은 부사장 내정자를 놓고 "이병순의 행동대장으로 손색없는 인물들"이라며 "새로 임명된 두 부사장 모두 전형적인 구시대적 인물이며 윗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사장이 내리는 명령은 그것이 무엇이든 득달같이 행동에 옮긴다는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특히 PD 출신인 김성묵 씨의 경우 PD들 사이에서 '독선적인 업무 지시', '제작 자율성 억압' 등으로 부정적인 평이 많은 인사다. 또 이병순 사장과 함께 KBS 비즈니스에서 근무했던 류광호 씨는 구조조정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고, 환경직 아웃소싱에 가장 먼저 앞장선 인물로 알려졌다.
사원 행동 겨냥? "출근저지 투쟁 징계하겠다" 경고문
게다가 이병순 사장은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등을 벌인 KBS 사원 행동을 향해 '징계' 등 보복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KBS 사측은 1일 "최근 사장 임명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법과 규정을 일탈하는 과격 시위를 해 근무 기강이 문란해짐은 물론 조직 안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밣생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직원이 사장 취임 후에도 근무 질서 문란 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직원들이 지켜야 할 근무 지침을 다시 통보한다"는 내용의 시행문을 냈다.
사측은 이 공문에서 "△사장 출근, 이사회 회의 등 공사의 정당한 업무 수행 방해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자는 제반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 △근무 시간 중 노동관계법,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집회 참여를 금지한다 △각종 근태 사항의 보고를 철저히 하고 근무 시간 중 무단 이석을 금지한다 △부서장은 복무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사측은 "업무 방해 및 사내 기물 손괴 행위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사규 및 관련 법규에 의거해 징계 등 불이익 제재 조치를 가하겠다", "공사 근무 협조 및 승인이 없는 각종 활동에 대해서는 근무 시간 중 참가를 불허한다", "부적절한 표현, 비방, 명예 훼손 등 소속 직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게시물은 자제하라"는 등의 지침이 들어 있어 사실상 KBS 사원 행동을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공사 근무 협조 및 승인이 없는 각종 활동'이라고 지적한 것은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등에서 최일선에 나선 KBS 사원 행동이 법률적으로 보호받는 KBS 노조 집행부가 아니라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KBS 사원 행동은 당초 2일 정오로 예정됐던 총회를 3일로 미루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KBS 사원 행동 관계자는 "이미 사측에서 사원들을 다 채증해놨기 때문에 사측은 얼마든지 징계에 들어갈 수 있다"며 "KBS 사원 행동 집행부야 불이익을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다는 입장이나 사내에서 공영방송 사수하려는 움직임이 위축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고민을 전했다.
이병순 사장, 노조에는 "노사 합의" 강조
반면 이병순 사장은 KBS 노조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9일 발행된 KBS 노조 특보에 따르면, 이병순 사장은 KBS 노조와의 첫 상견례에서 "고용 불안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이병순 사장은 "현행 노동법상 노사합의 없이는 구조조정이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조합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사측의 정책은 법적으로 보호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사장은 취임사 내용중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이라는 대목에 대해선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된 것"이라며 "사측 간부들이 먼저 고통 분담을 하고, 자구 노력을 한 뒤 조합도 협조해 준다면 수신료 현실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내·외부 비판 프로그램 존폐 검토' 발언에 대해선 "큰 방향성을 말한 것으로 아무런 구체적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해당 작업은 전적으로 관련 본부장이 조직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사람의 평가를 들어서 추진할 일"이라고 답했다.
특보는 "정치 독립 문제에 대해 이 사장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공과 사를 넘나드는 일에 인색했고, 남에게 부탁하거나 청탁받은 일이 없었다'며 '어찌보면 단점이지만 오히려 독립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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