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입니다. 김승곤 회장은 1927년 경남 의령 출생으로 1960년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78년 같은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70년부터 1991년까지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후학을 양성했고 서울특별시 교육회 대의원과 한글학회 이사, 문광부 국어심의회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한글학회 회장으로 봉직 중입니다. <한국어 조사의 통시적 연구> 외 13권의 저서를 발간했고 훈장 석류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김승곤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한글학회가 100주년이 됐어요. 저희는, 우리나라 학회는 대략, 해방 후에 생겨서 60년이 조금 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도 100년이 된 학회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 놀랍기도 하고요. 100년을 맞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김승곤 : 지금 동양에서는 우리 한글학회가 제일 먼저 생겼습니다. 일본의 국어학회가1944년에 생겼고, 일본의 국립국어연구소가 1948년에 생겼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한글학회는 36년 내지 40년 앞섰다고 얘기할 수가 있고, 세계적인 음성학회나 여러 언어학회들은 대개 19세기 중반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회는 1908년 주시경 선생님에 의해서 이루어졌는데, 이 학회가 운영된 것은 순전히 개인의 힘에 의해서, 또 민간단체의 보조에 의해서 이렇게 오늘까지 이어져 왔고, 그 다음에 일제 때는 일본 사람들의 탄압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이 고초를 겪으면서도 오늘날까지 이어와서 우리 국어를 정리를 하고 오늘날 우리말이 현대 과학적으로 잘 다듬어지게 만들고, 그 다음에 그 보람이 오늘 백돌을 맞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1908년 8월 31일, 주시경 선생님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그 당시에는 이름이 한글학회는 아니었죠?
김승곤 : 주시경 선생님이 본래 이종해 진사님으로부터 5년 동안 한문을 배웠습니다. 5년을 배웠는데, 그러니까 주역까지 다 읽었죠. 그런데 그때 그 당시에 나라가 돌아가는 형편을 보니까, 이제 1895년부터 통감부가 생겨서 우리가 정식 식민지 지배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주시경 선생이 생각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 국민의 90% 이상이 문맹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굴욕을 당하고 있다, 그러면 이 굴욕을 벗어나는 길은 뭐냐. 한글을 가르쳐서 국민을 깨우쳐야겠다. 이 한글만이 우리가 독립을 쟁취할 수 있는, 국민을 깨우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이렇게 생각을 해서 한글 연구를 하게 됐는데, 그때 1908년 8월 31일은 제 2의 하기강습생 졸업식을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 신촌 봉원사에서 국어연구학회를 만들었습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한 졸업식과 함께 봉원사에서 국어연구학회가 창립된 날을 기념하는 거군요. 제가 알기로는 87년까지는 1921년도에 설립된 조선연구회, 그거를 말하자면 한글학회 전신이라고 해서 71년도에 한글학회 50주년을 했는데, 그걸 조금 당긴 거로군요.
김승곤 : 그런데, 1981년에 한글모라는 책이 발견이 됐습니다. 이것은 뭐냐면 국어연구학회로부터 주시경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후 1917년까지, 그때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에요. 그 전에는 책이 없었기 때문에 1921년 이전의 역사를 한글학회에서 잘 몰랐던 겁니다. 그래서 1921년을 시발점으로 해서 창립한 날짜로 해서 계산을 해왔는데, 한글모가 발견되고 나서부터 검토를 해보니까 1908년으로 돌아가서 학회의 시발점으로 해야겠다. 그래서 그 후 1987년에 총회의 결의에 의해서 1908년을 기점으로 해서 한글학회의 역사를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한글학회의 역사가 100년이나 됐는데, 김승곤 회장님이 13대 회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장님들이 생각보다 없으시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된 겁니까?
김승곤 : 그 동안에 회장님이 많이 계셨는데, 왜 제가 100년의 역사에 13대 회장이 됐냐하면, 외솔 최현배 선생이 한 18년 동안 회장을 연임을 하시고, 그 다음에 허웅 선생님이 33년 정도 연임을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분이 회장을 역임한 해수가 50년이 넘죠. 그러니까 제가 13대 회장이 됐습니다.
박인규 : 우리 한글을 지키고 다듬고 연구해온 한글학회가 됐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인데요, 100년을 맞아서 나름대로 자축하는 행사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승곤 : 지금 현재, 우리는 학술 단체기 때문에 자축하는 행사보다도 한글학회의 100년사를 편찬하고 있습니다. 100년사를 편찬하고 있고, 그 다음에 29일 오전 10시부터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그것이 30일 오후 3시까지 계속 되고, 오후 5시부터는 백돌 기념식이 거행이 됩니다. 그리고 어제 막을 올렸습니다만,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한글 고서적과 그 다음에 한글 서예전이 개최가 됐습니다. 그리고 기념우표가 지금 발행이 됩니다. 그리고 봉원사에 기념비, 창립 기념비를 세웠는데, 그 제막식을 30일 오후 2시에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기타 여러 가지 자잘한 행사는 있습니다.
박인규 : 한글학회가 말하자면, 발상지가 신촌 봉원사니까 거기에다 표지석을 세우신 거군요.
김승곤 : 그렇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을 초대해 한글학회 창립 100주년의 의미와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100년을 맞으셨는데, 100년을 맞게 되면 지난날도 되돌아보고 앞으로도 새로운 활동도 해야겠다, 여러 가지 다짐도 하게 되는데, 100년을 맞으면서 한글학회의 가장 큰 현안이랄까 과제는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김승곤 : 과거 100년은 우리말을 정리하고 우리말을 보급하고 국민을 교육하고 하는데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지금 현재로서는 우리 국어가 사전도 만들어졌고 모든 것이 제대로, 뜻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과거 100년이 우리말 정리와 보급, 교육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우리 한글의 세계화를 도모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 700개 대학에서 매년 100만 명의 우리 한국어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큰 보람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우리 학회가 해마다 금년에 12번째로 끝냈습니다만, 국외 한국어 교사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또한 우리 한글을 널리 펴는데 큰 힘이 되고 있고, 한글학회 소속의 KLPT라는 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가 외국에 우리 국어 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등 나라에 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는데, 이런 것이 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앞으로 국가적으로 우리 국어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원의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문화원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방학 때가 돼서 우리나라 이름 있는 교수들이, 각국에 우리 대사관이 있지 않습니까. 대사관의 문화원에 가서 그쪽의 우리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모아서 교육을 시키는 이런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전에 세계 각국의 700개 대학에서 한국어학과가 설립이 됐다고 하는데, 이게 더 활성화 돼서 700개 대학이 아니라 1000개, 2000개 대학에서 우리 한국어학과가 설치돼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국력이 더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라와 손을 잡고, 문화관광체육부와 손을 잡고, 이런 데 힘을 써 나가고. 그리고 두 번째로는 북한하고 우리하고 언어 통일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언어가 다르면 이민족이 되거든요. 이질화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동질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언어 통일 작업을 국가적인 또는 한글학회가 나서서 이런 일을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남과 북간의 민족어대사전이라고 합니까? 사전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김승곤 : 지금 하고 있는데, 거기도 문제성이 있습니다. 뭐냐면 첫째는 표준말이 다릅니다. 표준말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극복을 해서 사전을 만들 것이냐, 이런 것도 있을 수 있고, 또 철자법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협의를 해서 통일 사전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있는데, 그러나 사전을 안 만드는 것 보다는 한 작업으로서 요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또, 남과 북과의 언어의 동일화 작업 등등 해서 할 일이 많고, 물론 한글학회가 다 하는 건 아닙니다만 한글학회가 한 몫을 해야 되는데, 최근에 외국어,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 영어 몰입교육이다, 해서 여러 가지 사회 풍조가 그렇다 보니까 한글학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상당히 미흡하다, 그래서 한글학회가 굉장히 어렵다, 그런 얘기가 있어요?
김승곤 :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옛 책을 읽어보면 이조 500년 동안에 한자를 써왔기 때문에 우리의 고유한 정말 아름다운 언어가 많이 죽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다가 또 일제에 의해서 36년 동안에 우리가 지배를 받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우리 말 속에 일본 말들이 굉장히 많이 침투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말을 많이 살려야 되는데, 제가 유 장관님을 만나서도 얘기를 했습니다만, 일본은 지금 14권의 일본국어대사전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국어사전 커봐야 두 권, 세 권, 이런 정도거든요. 그게 왜 그러냐. 우리말을 아직 캐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초기에
한글학회에서 1957년에 여섯 권으로 된 '큰사전'을 만들 때도, 돈도 없죠, 시일은 급하죠. 그래서 하다 보니까 어휘수가 많지 않은데 지금은 이 작업을 해서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아름다운 말들이 많거든요. 그것도 깨내고, 옛날 말 중에서도 우리가 살려서 쓸 만한 말들을 캐서 큰 사전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대사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 국립국어원이라고 그런 국립 단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도 그런 작업을 하지 않습니까?
김승곤 : 그런데 노태우 대통령 때 통일 사전을 만든다는 게 시발점이 됐거든요. 김영삼 대통령 때 와서 김영삼 대통령이 이거 큰 업적이 되겠구나 해서 그때 국어원에다가 많은 예산을 지급을 해서 내 임기동안에 사전을 만들어라, 그렇게 했는데, 그러니까 국어원에 있는 사람들이 적은 인원수로 안 되니까 대학원 학생들을 데려다가 일본사전을 사가지고 와서 막 베꼈거든요. 그래서 그 사전에는 일본말이 엄청나게 들어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김승곤 회장님이 보시기에 국립국어원에서 주도해서 만든 국어사전은 문제가 좀 많다.
김승곤 : 많죠. 지금 현재, 국어원 원장도 이걸 어떻게 해야 되느냐, 고민을 하고 있고, 보유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기는 하는데, 그 많은 일본 어휘들을 어떻게 정리를 할 것인지, 그것은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굉장히 큰 문제 아닙니까?
김승곤 : 큰 문제죠. 큰 문젭니다. 지금 현재, 이런 것은 내 보내면 안 되는데, 이성구 선생 감수 국어사전, 그것도 일본 것 보고 베낀 겁니다.
박인규 : 우리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한글학회가 됐든, 언어학회가 됐든, 국립국어원이 됐든, 모두 모여서 진짜 제대로 된 한글 사전을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김승곤 : 그래야 되는데 지금 현재, 옛날 일제 때, 관학을 다녔던 학자들 하고 순수한 주시경 선생님 계통의 제자들하고 사이가 상당히 대립이 있습니다.
박인규 : 한글학회 계신 분하고, 또 다른 쪽에서 한국어 공부하신 분하고 차이가 많이 있는 모양이죠?
김승곤 : 네. 그게 무슨 차이냐. 우리는 토박이말을 쓰자. 그런데 저쪽에서는 일본이 한자 쓰니까 우리도 한자를 써야 된다, 국한문 혼용을 해야 된다, 이렇게 서로 다투고 있으니까 국민들도 국어에 대한 관심이 순수한 우리말을 써야 될 것이냐, 국한 혼용문을 써야 될 것이냐, 망설이면서 일반 국민들도 국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고, 지금 학회에서 말이죠. 우리말을 제대로 교육하고 난 다음에 영어도 가르치고, 일본말도 가르치고, 서양말도 가르치고, 중국말 가르치고 해야 됩니다. 해야 되는데, 지금은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점점 죽어갔던 우리 어휘가 다시 살아나려고 하다가 다시 영어에 의해서 우리 어휘가 줄어든다. 언어가 줄어든다는 것은 뭐냐. 그 나라 민족정신이 퇴화가 되고 그만큼 우리 문화가 저속화되어 간다, 이런 결과가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위정자들이 이런 정신을 알아야 합니다. 주시경 선생이 뭐라고 했냐면,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 이런 말을 했는데, 꼭 올바른 말씀을 하셨거든요.
박인규 : 옳은 말씀이긴 한데, 지금 보면 심지어는 국어교육도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 말하자면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 중요한 것은 외국어다. 그렇다 보니까 국어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가르치자는 게 부족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걸 고쳐야 되는 겁니까?
김승곤 : 위정자들이 하나는 알고 모르는 일면이 있습니다. 국어학 교수가, 국문학 교수가 어떻게 영어로써 강의를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문학을 강의할 수 있습니까. 지금 현재 우리나라 모든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영어로써 강의할 수 있는 교수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로 하여금 영어로 강의하게끔 하려면 외국에 보내서 2, 3년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넌센스죠. 넌센스고, 혹, 영문과에서는 영문학 교수들이 영어로 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타 학과에서는 영어로 강의하는 게 저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은 무엇보다도 한글을 제대로 지키고, 보다 더 다듬는 게 중요할 때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을 초대해 한글학회 창립 100주년의 의미와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하시면서 우리말에 일본식 표현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는 사전에도 들어가 있다. 또 말씀하신 것 중에 주시경 선생의 학풍을 잇는 분들하고 관학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만, 다른 쪽하고 한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예전엔 한글전용파과 국한문혼용파로 나뉘어졌었는데, 실제로 김승곤 회장님이 보시기에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이 우리말 제대로 된 결의랄까요, 못 지키고 있습니까?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신다면 어떤 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까?
김승곤 : 지금 우리나라가 우리말과 글을 공용으로 쓴 것이 지금 63년 밖에 안 됩니다. 올해로써. 그런데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가 평소 쓰고 있는 말, 주부라는 말, 주부. 이거 일본말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라고 하는데 그건 틀린 말이죠. 감사합니다로 해야 맞는 말이죠. 그 다음에 시체를 사체라고 합니다, 시체지, 사체는 일본말입니다. 수순, 이것도 일본말인데, 쓰거든요. 그 이외에 지금 현재 우리나라 기술용어, 기술 계통의 학술용어, 법률용어 이런 분야의 대부분의 말들이 일본학자가 쓰는 것을 그대로 쓰고 있고, 요즘 택배, 배송, 이런 말들도 일본말 그대로 쓰고 있는 거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만들려고 애를 써야 되는데, 말을 만들 줄을 몰라요. 무조건 일본에서 쓰니까 그냥 갖다 쓰는 경우, 이런 게 많은데 이런 것은 우리가 삼가야 합니다.
박인규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알기로는, 결혼한다는 말도 혼인한다는 게 우리말이라고 하던데, 이런 주부, 사체, 감사, 수순 이런 것들이 일본에서 온 표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많이 쓰고 있으니까 인정해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있어요.
김승곤 : 그런데 우리가 왜 일본말을 무의식중에 갖다 쓰냐 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국력이 약하고, 문화수준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지금 호칭 같은 것도 말이죠, 오빠, 오빠 하는데, 자기 남편을 보고도 요새 젊은 부인들은 오빠. 연애를 할 때도 상대방 남자를 보고도 오빠. 그건 아주 큰 실수입니다. 그리고 자기라는 말 많이 써요. 부인이 자기 남편보고, 자기는 오늘 어디 가? 자기 쓰는 법이 있습니다. 있는데, 이런 거, 잘못 쓰는 말들이 많습니다.
박인규 : 또 하나는 인터넷이 많아지면서 말하자면, 인터넷에서만 쓰는 말, 예를 들면, 안냐세요, 같은 거. 말을 좀 줄여서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데, 그런 현상들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김승곤 :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많이 받는데, 댓글이라고 그러나요. 거기에 나오는 말들이 희한한 말들이 많은데, 그 말들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국민 전체가 호응을 해서, 아, 이것은 아름다운 말이니까 써도 되겠다고 인정을 받은 것은 우리가 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그중에 쓸 만한 말들이 거의 없거든요. 이런 것은 편의상 줄여서 만드는 것은 부득이 합니다만, 가급적이면 이런 것들은 지양을 해야겠고, 지금 현재 대학은, 노무현 정권 때 학부 제도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학부 제도를 만들어 놓으니까 국문과 학생들이 국어문법은 어렵고 귀찮다고 해서 강의를 듣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일선 학교에 가서 애들을 가르치니 무엇을 가르치겠습니까. 우리 국어 교육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박인규 : 지금은 한글 100년이 됐으니까 한글의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대로 배우는 한글교육이 더 강화해야 된다.
김승곤 : 맞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숙제가 많이 되겠네요. 이제 한글학회가 100주년이 됐고, 나름대로 기념사업도 벌이고, 한글의 세계화와 함께 한글교육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어떻게 하면 국어를 지킬 수 있는지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승곤 : 제가 국민 여러분께 부탁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 우리의 내려오던 아름다운 풍습을 다 파괴해버리고 서양식으로 따라가는 것이 국제화다, 세계화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의 옛날부터 내려오던 풍습을 잘 지키고 우리의 말하는 방법을 잘 배워서 제대로 말을 쓰고 하는 거기에서 우리의 문화가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들은 앞으로 우리말을 제대로 알도록 노력하고, 아름다운 우리 옛말들을 따라서 잘 쓸 수 있도록 하고, 글자는 오로지 우리 한글을 써야 됩니다. 한자는 우리의 글자가 아닙니다.
박인규 :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세계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한글학회 100년을 맞이해서 한글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승곤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을 초대해 민간학술 단체로는 처음 맞는 한글학회 창립 100주년의 의미와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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