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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발독재' 향수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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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발독재' 향수 부르나

[해외발언대] "민주주의는 개발의 부산물 아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이 금메달 경쟁에서 미국을 큰 차이(51 대 36)로 앞지르며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단순한 메달 경쟁을 넘어 중국과 미국식 자본주의 대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시각도 있었다. (☞관련 기사:베이징 올림픽은 두 자본주의간의 대결)

두 자본주의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에 미국인들은 "메달 경쟁은 몰라도 체제 경쟁에서는 우리가 이겼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것같다. 요즘 미국은 금융위기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어느 정치경제 체제보다도 장기적으로 확실하게 우월하다고 주장해온 민주적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자부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인 프라납 바르단은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개발독재'의 화려한 성과를 바라보는 착잡한 심경을 밝혀 주목된다.

그는 'What does this authoritarian moment mean for developing countries?'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이 보여주듯, 민주주의와 개발은 반드시 함께 가는 요소가 아니라면서, 민주주의를 개발의 필수적 요소로 가치있게 생각한다면 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가꾸고 지켜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 글(
원문보기 )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하나의 꿈'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베이징 올림픽.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개발독재'의 성과를 뽐내 경제위기로 허덕이는 미국 등 서방선진국들을 착잡하게 했다.ⓒ로이터=뉴시스

러시아가 석유를 바탕으로 힘을 자랑하고 중국은 올림픽에서 경제적 성과를 뽐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서구에서 오랫동안 들어왔던 민주주의와 개발에 대한 가르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효과적이라는 신화

20년 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와 다른 체제들과의 승부는 끝났다는 자부심과는 너무나 다르게, 현재 선진자본주의적 민주국가들은 과도한 금융확장과 분수에 넘친 생활로 초래된 충격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례는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는 민주주의보다는 독재가 더 효과적이라는 낡은 신화를 되살리고 있다. 또한 한국과 대만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이 독재정권 시절 이뤄낸 인상적인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억이 이런 신화를 강화시켜주고 있다.

이런 정권에서 중산층이 번영하게 되면, 한국과 대만에서 그랬듯 정치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독재냐 민주주의냐 하는 것과 개발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독재는 경제개발에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다. 오늘날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들 뿐 아니라 코스타리카, 보츠와나, 인도 등지에서 보여주듯 개발에는 독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등지의 독재정권들이 재앙에 가까운 실패를 하는 것을 보면 독재가 개발의 충분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 그 자체를 가치있게 여기지 않거나, 민주주의를 개발에 포함된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하지 않고, 순전히 도구적 관점으로 민주주의를 바라본다고 해도, 개발을 위해 민주주의가 몇가지 이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할 가치가 있다.

민주주의 체제는 (중국이 대약진운동으로 3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어간 사례나 문화혁명을 명분으로 대량학살이 일어났던 사건들처럼) 재앙적인 실책을 피할 수 있는 데 더 효과적이고, 어려운 시기 뒤에 고통을 나눌 힘이 더 크다.

민주주의 체제는 개발의 과실을 공유하기 위한 사회적인 압력도 더 크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유지하게 되고, 환경파괴 같은 산업화의 부작용을 막으려는 대중운동이 더 활발하다.

게다가 사회경제적인 유동성과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능력도 민주주의 체제가 더 우월하다.

민주적으로 개방된 사회는 정보와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지금처럼 지식기반의 국제경제 시대에는 이런 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중국처럼 사이버 공간에 대한 검열이 심한 곳은 이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중산층, 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라 독재의 공범이 될 수도

하지만 인도가 보여주듯, 민주주의가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로도 있을 수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대중영합적인 경쟁이 일어나면 개발에 필수적인 사회기반 시설 등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다. 인도는 이런 점이 개발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인도의 정치적 환경은 도로, 전기, 관개 등에 사용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분야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런 면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기반시설 업체들이 완전한 시장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중영합적인 경쟁이 일어나는 정치환경에서는 중국처럼 과감한 정책적 시도를 하기 어렵다. 인도에서는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더 이상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접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조치를 하면 실업이 뒤따르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선거에 따른 영향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느린 의사 결정 과정도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독재정권 하에서 중산층이 민주화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항상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라틴아메리카나 남유럽의 역사를 보면 중산층이 독재자를 원했던 사례들이 많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적 통제를 완화하려는 조짐은 볼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하거나, 공해와 재산의 강제수용 등에 대한 중산층의 공개적 반발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완화된 면이 있지만, 정치적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독점적 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의 중산층 대부분은 돈을 벌 기회와 민족적 자부심이 제공되는 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분 하에 이런 점에서 공범관계다.

이처럼 시장과 자본주의가 정치적 변화까지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법은 없다. 반대로 시장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경유착과 강력한 로비 등으로 형성된 정치권력이 민주적 정치과정을 실종시키거나 부패시킬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일부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낯설지 않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개발이 함께 가려면 시민과 일반인들의 경제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다른 사회적 힘과 운동이 선제적으로 능동적이며,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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