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기획 단계부터 게이트키핑"
그는 그간 조·중·동 등에서 KBS에 제기해온 '좌파 방송' 등의 비판을 그대로 옮겼다. 그는 "KBS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KBS는 지난 몇 년 동안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정 이해 집단에 치우치는 방송은 KBS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보다 균형있게 보도하고 공정하고 정확하며 진실을 담아 보도하도록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KBS가 일부 비판받아온 과다한 오락성과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면서 "선정성이나 특정 이념에 여과없이 노출되는 실수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 사후 심의 제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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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거품 걷어낼 것"
그는 특유의 '경비 절감'과 '구조 조정'도 예고했다. 그는 "수신료를 낭비하지 않는 조직 구현을 위해 경쟁의 미학으로 KBS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면서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겠다. 프로그램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작비의 거품 걷어내기를 통해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방만 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개혁 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볼 계획"이라며 "사업 실명제나 본부별 사업제를 실시해 KBS의 공적 재원을 기준 이상으로 투입하는 제작진은 반드시 사후 평가를 통해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영성은 물론 효율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배제하고 관련 재원은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에 투입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향후 KBS 계열사 및 지·본부도 경영 효율화의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KBS는 경영 성과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풍토를 정착시키겠다"며 "실질적 권한을 본부장, 계열사 사장에게 위임해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반드시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연주 사장이 KBS에 제시한 '팀제'를 정면 비판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예고했다. 그는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며 "이른바 팀제가 실시된 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되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피로감이 두드러진 것이 현실이다. 후배들은 제작 부담이 대폭 늘어났는데도 선배들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어, 기본과 기초를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이병순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한 KBS 노조를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KBS 노사는 전통적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왔다고 본다"며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 대등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KBS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KBS 조직 화합책으로 △KBS 정체성 세우기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과 절제가 있는 조직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조직 문화 등을 내놨다.
한편, 그는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으로 대변되는 자신에 대한 악평을 의식한 듯 "저는 여러분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더 따뜻한 사람"이라며 "여러분들이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 자신에게 동료에게 파괴나 분열보다는 희망의 무지개를 그려주는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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