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BS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들여 이병순 KBS비즈니스 사장을 KBS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자 KBS 사원행동은 출근저지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하면서 '이병순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다'라며 총파업이나 출근저지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KBS노조에 조합원 총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 노조, 낙하산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정하나"
KBS 사원행동은 26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2층 시청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임 이병순 사장은 방송장악을 위해 청와대가 임명한 '청부 사장'"이라며 "우리들은 내일부터 신임 사장의 출근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사장은 인사권과 예산권 등 갖가지 수단을 가지고 방송 제작의 자율성을 제약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앞으로 정권과 신임 사장이 뉴스와 프로그램을 장악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아닌 KBS 내 직능단체들의 연합체 수준인 KBS 사원행동이 출근저지투쟁을 비롯한 각종 투쟁을 벌이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예상된다. 특히 노조가 "이병순 사장을 인정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KBS 사원행동의 입지도 좁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날 발행한 특보에서 '이병순 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기 위한 전국 조합원 비상 총회를 요구했다. KBS 노조는 지난 21일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표'를 85.5%의 찬성률로 가결시켰으나 KBS 노조집행부는 "이병순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다"라며 총파업에 돌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원행동은 이날 특보에서 "KBS 노조집행부는 낙하산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총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하며 조합원 총의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백번 양보해 이병순이 낙하산인지 아닌지 명확히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조합원 비상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그 의견을 물어 파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조에 위임된 사항은 어떻게 싸울지 전술을 짜라는 것이지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까지 위임되지 않았음을 KBS노조는 알아야 한다"며 "더이상의 월권은 어용노조, 이권노조라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양승동 PD협회장은 "노조집행부가 조합원 총회 요청을 빠른 시일내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성명을 받아서라도 총회를 열자고 할 것이고 방송 장악 기도에 대해 투쟁의 중심체가 돼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신은 초법적 군림하며 국민들에겐 준법의식 강요하나"
한편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병순 씨가 KBS 내부출신이라 해도 '낙하산'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가 '이명박의 꼭두각시'임은 결코 변할 수 없는 본질"이라며 "이병순 사장 임명을 비판했다.
이들은 "KBS 사장 추천 과정에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 청와대와 방통위원장이 밀실에서 협잡하고 그 지시를 받아 KBS 이사회가 움직인 이상 이병순은 '제2의 김인규'요, '제3의 김은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성유보 범국민행동 대표는 "그래도 이사회 제청을 받고 이명박 대통령이 고민하는 척 2~3일은 기다리려나 했는데 이사회가 결정하자마자 24시간도 안되서 서명했다"며 "자신은 KBS, MBC, YTN을 장악하고 네티즌을 탄압하는 등 초법적으로 군림하면서 국민들은 말도 안되는 법을 지키라고 '준법의식'을 강요하고 있다. 이순간부터 네티즌, 언론인,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 범국민적인 불복종 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KBS 신임 사장을 임명하고 앓던 이 빠진 듯, 세상 다 얻은 듯 발 뻗고 편안할지 모르나 KBS에 관제, 어용사장을 앉힌 것은 국민의 분노가 수용 한계를 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유진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한다고 한들 측근 비리나 은폐할 수 있을까, 높은 물가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정은 가려지지 않는다"면서 "KBS 구성원들도 이병순 사장의 구조조정에 후회하기 전에 미리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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