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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병정' 이병순, KBS 융합이냐 구조조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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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병정' 이병순, KBS 융합이냐 구조조정이냐

"보수 성향 원칙주의자"…대대적 인력 감축 나서나?

이병순 차기 한국방송(KBS) 사장. 앞서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인규, 김은구 전 KBS 이사가 차례로 낙마한 이후 '정통 KBS맨'으로 선택된 카드다. '1호 KBS 출신 사장'으로 불리나 정작 KBS 내부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KBS 이사회는 25일 이병순 후보를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한 이유를 "KBS에 대한 전문성이 탁월하고,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에 대해 가장 먼저 나오는 평가는 '구조 조정의 대가'라는 것. 그는 창원방송총국장, 대구방송총국장, 뉴미디어본부장, KBS미디어 사장을 거쳐 2005년 KBS비즈니스 사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경비 절감'을 주창해 온 인사로 유명하다.

KBS의 한 PD는 "이병순 사장은 2005년 12월 KBS비즈니스로 가자마자 1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며 "구조 조정에 능수능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또 다른 KBS 직원 역시 "2004년 KBS 미디어를 맡아 적자를 흑자로 바꿔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살인적인 실적 관리와 인력 감축을 통한 것이라고 들었다"며 "KBS 사장으로 취임해서도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방만 경영'과 '인사 전횡' 등을 이유로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할 때부터 차기 KBS 사장은 구조 조정과 인력 감축을 '과제'로 부여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 해임의 명분을 제공한 KBS 특별감사 결과에서 KBS의 지역국과 송·중계소의 직원 700여 명을 '과다한 유휴 인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KBS의 한 직원은 "김인규, 김은구 전 이사가 낙마하고 그야말로 '관운'이 뻗쳐 KBS 사장 자리에 앉게 된 이병순 후보가 청와대의 눈에 들기 위해 구조 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이병순 신임 KBS 사장. ⓒKBS

이에 따라 KBS 내부에서는 '청와대는 KBS 2TV 민영화 등의 장기 로드맵에 따라 이병순이라는 최적의 인물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위기감은 KBS 노조도 공감하는 편. KBS 노조는 25일 낸 성명에서 "만약 이 후보가 정권의 방송 구조 개편 기도에 따라 조합원의 인위적 구조 조정을 몰아붙인다면 노조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조직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업무 스타일로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병순 사장의 성품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의 하나다. 그는 1977년 KBS 공채 4기 기자로 입사해 1990년대 파리∙베를린 특파원을 거쳐 보도국 사회부장, 경제부장, 취재1주간 등을 지냈다.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으나 부하 직원과의 갈등을 일으킨 사례도 숱하게 거론된다. KBS의 한 간부는 "이병순 사장은 예전부터 괄괄하고 깐깐한 성격으로 유명하다"며 "보도국 시절 그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인 후배들도 여럿 된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이병순 사장이 분열이 극대화된 KBS 내부를 아우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KBS는 정연주 사장 해임, 신임 사장 제청 과정을 거치며 KBS 노조와 'KBS 사원행동'으로 갈라지는 등 기존의 갈등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또 1970~80년대 기자 생활을 한 이병순 사장이 방송 민주화 등을 거쳐 상당히 자율성이 보장된 현재의 방송 제작시스템에 얼마나 적응하느냐도 하나의 과제라는 평가다. 이미 일부 PD 사이에서는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이 사장이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일부 프로그램은 폐지하려고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한 PD는 조∙중∙동 등이 맹비난을 쏟아온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등을 들어 "일단 사장으로 자리를 잡게되면 이들 프로그램을 '정리'하려고 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KBS의 적자 해소 등을 명분삼아 시청률 저조 등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이번 사장 제청 과정에서 '낙하산 저지' 투쟁에 사실상 PD들이 중심이 됐다는 것도 향후 '보복성 인사조치'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중의 하나다.

정치적으로도 이 사장은 'TK 출신의 보수 인사'로 꼽힌다. 경남 거창 출신인 이 사장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 등과 경북고 동기 동창이다. 또 이명박 후보 선대위 방송전략실장인 김인규 씨와도 같은 보도국 출신으로 가까워 '김인규 라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에 조∙중∙동 등과 한나라당이 'KBS는 좌파 방송'이라며 공격해왔고 KBS 이사회도 지난 8일 '탄핵 방송과 송두율 특집 다큐멘터리로 대표되는 방송의 공정성 훼손'을 정연주 해임 제청 사유로 보탠 것을 감안하면 향후 KBS가 상당한 '우회전'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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