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노동조합은 25일 KBS 차기 사장으로 낙점된 이병순 후보자를 '낙하산'으로 규정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총파업이나 출근 저지 투쟁 등은 벌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KBS 노조가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기로 하면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 행동' 등으로 대표되는 반대파와의 갈등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승규 위원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이병순 후보자를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하지 않으므로 총파업이나 출근 저지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거치고 나면 사장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현 방송법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 상황에서 오는 후보는 100% 낙하산 사장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명백한 낙하산 인사였던 김인규 씨가 응모 포기하고 청와대 관계자와 밀실에서 논의한 김은구 전 이사도 낙마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한계는 있으나 KBS노조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은 (이 정도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박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KBS 사원 행동 소속 조합원 사이에서는 '정치적 인사의 기준이 무엇이냐', '정연주 전 사장은 낙하산 사장이라고 하고 이병순은 낙하산 사장이 아니라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터져나왔다. 이에 박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은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병순은 아니냐'는 반발이 돌아오자 "'낙하산 인사'란 과학적 개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한 조합원이 "국민들 사이에서 '조·중·동 불매운동'처럼 KBS 거부 운동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박 위원장은 "그런 경우 여론을 반영해야 할지 모르나 그 정도 명백한 반대를 끌어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은규 전 이사의 KBS 대책 회의 참석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김은규 씨도 사장으로 인정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조의 반응에 KBS 사원 행동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한 사원은 "김은구 전 이사까지는 '낙하산'이고 이병순 씨는 '낙하산'이 아니라는 노조의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노조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박승규 위원장도 사장 제청 과정에서 경찰을 사내에 끌어들인 점이나 유재천 이사장이 이른바 'KBS 대책 회의'에 참석한 점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장 제청 과정에서 이사회가 저지른 절차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사원 행동의 직원들이 "이사회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 결과인 사장 제청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박 위원장은 "유재천 이사장의 문제로 이사회 전체를 부정할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이사회를 저지할 가능성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응수했다.
KBS노조의 입장을 확인한 KBS 사원 행동은 KBS 신관 앞에서 정리 집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자유 발언이 이어진 이 자리에서는 "KBS 사원 행동만이라도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KBS 내부에 살아있는 양심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등의 의견과 "KBS 노동조합에 조합원 총회를 요구해 일단 조합원의 총의를 모으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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