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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은 왜 마운드의 흙을 퍼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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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은 왜 마운드의 흙을 퍼갔나

쿠바 선수들 메달 뒷주머니에 넣고 고개 숙여

"죽을 때까지 가져갈 거예요. 13개월 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아들한테 이걸 물려줄 겁니다."

23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끝나고 승리의 환호가 휩쓸고 간 자리. 지난 18일 대만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투수 봉중근이 우커송야구장의 투수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 빈 물통에 무엇인가를 쓸어 담고 있었다.

봉중근의 행동이 신기했던 <AP> 통신의 기자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봉중근은 물통에 닮긴 마운드의 적토(赤土)를 보여주며 "우리의 승리에 전율했다"고 답했다.

봉중근은 이어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한 번도 금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동메달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게임에서 100%, 아니 200%의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았던 그는 덕아웃에서 경기 내내 기도를 했다며 "9회에서도 우리는 앞서 있었고 우리는 투수와 수비진들을 믿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 ⓒ연합뉴스

쿠바 파체코 감독, 류현진 극찬

<AP> 통신은 경기가 끝나고 한국 선수들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을 전하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improbable)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이 통신은 야구팬들은 쿠바와 일본이 결승전에서 대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국이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이자 야구 강국인 쿠바를 누른 이날 경기는 드라마틱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올림픽 야구의 새로운 챔피언은 정렬적인(gutsy) 한국팀에 돌아갔다며, 한국은 마지막 올림픽 야구를 승리로 장식한 팀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통신은 또 야구의 영원한 강국이자 '야구에 미친' 중남미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쿠바가 베이징에서 단지 두 번만 졌다고 설명하며 그것은 모두 한국에 의한 패배였다고 전했다.

안토니오 파체코 쿠바 감독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은 경기 내내 최선을 다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파체코 감독은 "한국 투수의 놀라운 피칭을 봤다"고 류현진을 칭찬하면서도 "우리도 최선을 다해 만족한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쿠바 선수들 대부분은 시상대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고 유격수 에드아르도 파레트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한 시상식이 끝나고 난 뒤 중견수 지오르비스 두베르겔은 메달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버렸다고 전해 쿠바 선수들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했다.

결승전을 중계한 캐나다 <TSN> 방송 해설자는 류현진의 역투를 보고 "메이저리그에서 당장 2-3선발 감"이라며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류현진을 데려갈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산케이> "한국, WBC서 일본의 강력한 라이벌 될 것"

외신들은 한국 야구팀의 우승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올림픽 마지막 야구 금메달을 가져가 영원한 올림픽 챔피언으로 남을 것이라고 긴급 타전했다.

일본의 극우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9전 전승을 거두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 야구 경기에서 가치 있는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한국 선수 중 병역 미필자는 동메달만 따도 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며 "대포의 이대호나 일본전에서 호투한 김광현 등에게 향후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이웃으로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까지 중단해가며 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며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연속 우승을 노리는 일본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승엽이 전날 일본전에서 투런홈런을 친 뒤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하며 "이승엽은 이번 시즌 부진이 계속되어 요미우리 2군 생활을 했고, 국가대표를 그만 둘 생각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결정한 순간 서울 시내 거리나 아파트 등지에서 "해냈다"라는 기쁨의 소리가 터지는 등 환희에 싸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한국의 뉴스 전문 채널인 YTN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침몰시킨 한국이 쿠바도 꺾었다'고 반복해 전했다"고 보도했다.

"쿠바에서 야구는 애국심의 원천"

<로이터> 통신은 23일 야구 결승전 경기 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되기 직전 마지막 금메달을 한국이 가져갔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9회말이 끝나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마운드로 뛰어나온 한국 선수들은 자신들이 얻은 왕관을 빼앗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신은 야구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4번의 올림픽에서 3번을 우승한 쿠바의 이날 패배는 '궤멸적'(crushing)인 것이었다고 평했다.

더군다나 야구는 사회주의 쿠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고 애국심의 원천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패배는 쿠바의 속을 더욱 쓰리게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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