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는 당초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등이 원천 봉쇄 방침을 밝히자 오전 11시 서울 강남 노보텔앰베세더 호텔로 옮겨 이사회를 열었다. 뒤늦게 변경된 장소를 통보받은 남윤인순, 이기욱, 이지영, 박동영 이사 등은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친정부 이사 7명에게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회의가 중단됐다.
이사회가 이날 이 호텔에서 회의를 열자 경찰 400여 명은 KBS 노조와 KBS 사원행동 등이 회의장으로 찾아오기 전인데도 호텔 정문 등에 진을 쳤다. 이에 호텔 측은 오전 11시 50분께 호텔 안팎의 경찰 병력 배치 등을 문제삼으며 이사회에 "회의를 중단하고 나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사회는 일단 회의를 정회하고 오후 2시에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사회는 오후 2시 KBS 본관 6층 제3회의실에서 회의를 재개했다. 이미 유재천 이사장 등 친정부 성향 KBS 이사들은 1시 쯤 KBS본관에 도착해 회의를 속개했으며 그외 4명의 이사들은 2시 쯤 회의에 합류했다.
이사회가 장소를 기습적으로 옮겨가며 회의를 강행한 바람에 KBS 구성원과 취재진도 이사회를 뒤쫓아 여의도와 강남을 오가야 했다. KBS 구성원들은 1시 30분부터 회의가 열리는 본관 6층 복도에서 청원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20평 남짓한 공간은 청원경찰 30여 명과 KBS 노조원 등 60여 명이 뒤엉키면서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2시 30분께 KBS 노조와 사원행동 등은 안전문 앞의 청원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반대쪽 문을 통해 옥상으로 나가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창문으로 다가가 시위를 벌이려 했다. 이들은 문을 여는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옥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청원경찰들이 다시 이들을 막으면서 '이사회 창문' 진출엔 실패했다.
이 와중에 KBS노조원들과 KBS 사원행동간 거친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KBS사원행동 측은 "앉아서 농성만 벌일 것이면 여기까지 왜 올라왔느냐"며 "최대한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장으로 다가가 우리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문을 부수든지 해야하는 것 아니냐. 폭력적인 모습은 자제하고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자"고 했다.
박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사장이 와도 '낙하산'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오늘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인규 전 이사가 응모 포기한 것처럼 조금씩이나마 진전되다보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공방은 감정 싸움으로 치달았고 서로 '비꼬지 말라', '욕하지 말라'고 대거리를 하기도 했다. KBS 사원행동 측에서 "KBS노조 뭐하는 것이냐"는 성토가 이어지자 박 위원장도 "이렇게 하면 사원행동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이 와중에 사원행동의 한 직원이 "내가 나서서 문을 부수겠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나서다 다른 이들의 만류에 그만두기도 했다.
이사회장 접근은 차단당한 채 감정 싸움만 이어지자 KBS 노조는 2시 45분께 일제이 퇴장해 자리를 비웠다. KBS 사원행동 측은 조를 나눠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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