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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존슨, 단거리 황제의 흐뭇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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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존슨, 단거리 황제의 흐뭇한 퇴장

"볼트, 400m 내 기록도 깨라"…볼트 질주에 '경악'

우사인 볼트에 의해 12년 만에 육상 200m 세계기록 보유자 자리를 빼앗긴 미국의 육상 영웅 마이클 존슨(41)이 20일 볼트는 자신의 400m 세계기록까지 깰 재목이라며 경탄을 금치 못치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육상 200m와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거리의 황제로 군림해 온 존슨은 이날 200m 세계기록을 세운 볼트의 질주를 본 뒤 "놀랍다. 할 말을 잃게 한다. 그가 내 기록을 깰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존슨은 그러면서 "볼트는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100m와 200m뿐만 아니라 400m에서도 세계기록 보유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슈퍼맨'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존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볼트를 '슈퍼맨2'라고 부르며 "믿을 수 없게 빨리 달렸다"라고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볼트는 200m 출발 당시 반응속도가 0.182초로 8명 중 5위에 그쳐 출발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존슨의 눈은 달랐다. 그는 "볼트의 스타트는 놀라웠다"라며 "그건 100m 때보다 대단한 것이었는데 키가 큰 다른 선수들은 저런 출발을 하지 못한다"라고 평가했다.

존슨은 또 "스피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했었는데 볼트는 끝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라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존슨은 여전히 볼트의 '우상'
▲ 마지막 무대였던 시드니 올림픽에서 역주를 펼치고 있는 마이클 존슨 ⓒ로이터=뉴시스

자신의 세계기록을 빼앗은 다른 나라 후배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나머지 기록마저 깨라는 마이클 존슨. 12년 전 10세의 나이로 애틀랜타 올림픽 200m 결승을 지켜보던 자메이카의 소년 볼트에게 그는 우상이었다.

90년대 남자 단거리 육상을 평정했던 존슨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4개 땄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존슨이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400m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그가 속했던 미국팀이 세운 400m 계주 세계기록 역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또한 세계육상연맹(IAAF)에 의해 공식 종목으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300m에서도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볼트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m와 200m에서 동시에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듯 존슨도 한 올림픽에서 200m와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남자 육상 선수다. 그는 또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400m를 수성, 이 종목에서 2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선수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존슨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높이 올리며 짧은 보폭으로 달리는 독특한 주법으로 유명했다. 코너를 돌 때 빛을 발하는 그의 주법은 상체에 비해 하체가 짧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간결한 팔 동작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에 비해 볼트는 긴 다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주법을 쓴다. 팔 동작도 존슨에 비해 크다. 그러나 볼트 역시 200m 레이스 초반에는 비교적 짧은 보폭으로 코너를 돈다.

도노번 베일리와의 세기의 대결

1996년 당시 100m 세계기록 보유자는 캐나다의 도노번 베일리였다. 그러나 세계 언론들은 베일리가 아닌 마이클 존슨에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별칭을 지어줄 정도로 존슨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러나 베일리는 1997년 존슨과의 150m 일대일 승부에서 이김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자신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100m와 200m 세계 1인자로 당대 최고의 스프린터였던 이들은 캐나다 토론도 로저스 센터에서 75m는 곡선 주로를 달리고 나머지 반은 직선을 달리는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존슨은 대퇴부 부상 때문에 제대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고 베일리에게 승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존슨은 같은 해 아테네에서 열린 400m에서 세 번째 세계선수권을 차지해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한 존슨은 영국 <BBC> 방송 해설자와 <데일리 텔레그라프>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아테네 올림픽 400m 금메달리스트인 제레미 워리너의 에이전트로도 일하는 등 후배 양성에도 힘을 썼다.

하지만 존슨에게 2008년은 시련의 해였다. 그가 현역 시절 속해 있던 미국 남자 육상 400m 계주팀의 안토니오 페티그루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존슨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땄던 자신의 다섯 번째 금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존슨이 약물을 복용한 건 아니었지만, 예선전에 나갔던 선수를 합해 미국 선수 3명이 같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약물 스캔들로까지 번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자메이카의 별이 된 볼트

한편 자메이카의 부르스 골딩 총리는 우사인 볼트 등 자국 육상 선수단의 공적을 기리는 국경일을 만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골딩 총리는 "볼트는 초인이다. 지금까지 세계에 그와 같은 인물은 없었다"고 찬사를 보내며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그는 "볼트는 초월한 능력을 세계의 구석구석에 세웠다"라며 "세계가 자메이카의 이름을 물을 때, 그 이름이 승리의 상징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사회 불안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자메이카에서 볼트는 국가 통합의 상징적인 인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외신들은 볼트의 200m 우승 소식이 전해진 이날 자메이카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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