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당연시됐던 달러화 약세가 최근 몇 주간 돌연 강세로 돌아서자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가 나쁘지만,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가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달러가 강세가 돌아섰다는 '상대성 이론'에서부터, 미국의 천문학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되었지만, 그 덕에 다른 나라들이 수출하며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강달러 기조를 선호하는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기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또다시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특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사설을 통해 작금의 달러 강세를 '인디언서머'에 비유해 주목된다. 인디언서머는 가을에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는 기간을 뜻한다.
<FT>에 따르면, 환율은 '요요 현상'처럼 '오버슈팅'을 한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달러의 강세는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하락세에서 조정을 거치는 것이다.
인디언서머처럼 달러 강세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닌 글로벌 경기둔화와 유가 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미국의 경기침체는 본격화되지 않은 반면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기 시작했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약달러가 지속된 지난해, 미국의 경제는 수입이 감소하는 대신 수출이 늘었다. 반면 유로존은 강유로 때문에 달러와 달러와 연동된 아시아 통화들에게 수출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었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유로존의 수출업체들은 숨을 돌리게 되고. 미국의 경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유가가 하락하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다면 FRB는 현행 2%인 금리를 올릴 여지가 생긴다. 이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동결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ECB는 금리를 올렸지만, 스태그네이션에 직면해 있다.
"달러 자산 매도 사태 배제 못해"
<FT>는 "미국과 유럽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이 이처럼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의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달러 가치의 조정 국면이 한쪽 방향으로만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달러에 연동된 통화를 지닌 나라들과의 불균형 문제가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아시아 통화들이 달러에 대해 평가절상이 어느 정도 이뤄질 때까지 달러는 유로와 엔화처럼 완전변동환율 통화에 대해서만 제한된 강세를 보일 뿐이다.
또한 유가 하락에 제동을 걸 공급 차질 사태가 빚어지면 석유 수요가 큰 미국에서 특히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FRB가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하면,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자산 가치가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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