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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의 KBS 노조 징계, 결과적으로 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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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의 KBS 노조 징계, 결과적으로 잘한 일"

최상재 "징계 철회 하려면 재심 청구해야"…KBS 노조 "탈퇴 투표 계속"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는 지난 14일부터 조합원 총파업 찬반 투표와 함께 전국언론노조 탈퇴 투표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가 박승규 노조위원장 제명 등 KBS 집행부에 중징계를 내리자 탈퇴 투표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

KBS 안팎에는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이 목전에 다다른 긴박한 시기에 양측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등은 KBS 노조를 향해 언론노조 탈퇴 투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총파업 찬성, 언론노조 탈퇴 반대'라는 투표 지침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KBS 노조는 18일 특보에도 "힘이 있어야 연대도 가능하다"는 성명을 내는 등 언론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박승규 위원장은 투표 중단 요구를 놓고 "언론노조가 제명을 철회하면 고려해보겠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KBS노조 전·현직 집행부 등도 "언론노조는 징계를 철회하고 KBS 노조는 투표를 철회하라"는 주문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전국언론노조가 KBS 노조 집행부 징계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을까? 18일 MBC 노조 조합원 총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에서 최상재 위원장을 만났다. 이날 조합원 총회에 연대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최 위원장에게 즉석 인터뷰를 요청해 KBS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 결정을 취소할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언론노조의 징계 결정은 위원장 혼자 결정하거나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KBS 노조에 대한 징계는 비상대책위원회 결의에 따른 것이고 KBS 노조에게는 '재심 청구'라는 보장된 절차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언론노조가 징계결정을 취소하면 투표를 중단하겠다'고 하는 것은 또다시 KBS노조가 조합원들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 KBS 노조가 재심을 신청할 경우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리고 KBS노조 집행부는 사실상 노조 지도부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KBS 노조는 이러한 상황을 잘 알면서도 보장된 절차를 택하는 대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언론노조 탈퇴 투표에 돌입했다. KBS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언론노조 징계로 총파업 등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하지만 KBS 안팎에는 언론노조의 징계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공세에 맞서 언론운동 진영이 하나로 단결해야 하는 시점인데 전국언론노조가 KBS 노조를 적으로 돌려세웠다는 것. 특히 지난 6월 '언론노조와 KBS 노조의 관계 정상화'를 주도했던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상재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언론노조의 징계 결정을 기점으로 KBS 노조 집행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고 KBS 노조가 공언했던 '낙하산 사장 저지' 국면이 됐기 때문일 수 있고, 언론노조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정책에 제대로 싸우지 않는다'고 내린 징계를 '원인 무효'로 반박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어떤 계기로 인한 것이든 지난 13일 이사회 저지 투쟁에 KBS 노조가 나와서 KBS 사원행동과 함께 움직인 것은 그나마 언론노조의 징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노조의 징계는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이날 조합원 총회에서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KBS 노조와 사원행동이 일치단결해서 MBC 노조에 연대 투쟁을 요청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벌일 것을 언론노조와 상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최소한 방송사 노조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연대 투쟁을 기대한다. KBS 내부에서 일치단결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했다. KBS 내부의 단결이 전체 방송 장악 저지 투쟁에서 가지는 의미를 지적한 것. KBS 노조를 비롯해 언론노조의 징계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KBS 내부의 분열을 조장했다'고 비판한다.

"이제 KBS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말 언론노조의 징계 결정으로 KBS 내부가 단합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KBS 일부 조합원 스스로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것인가. 일부에서는 '박승규 집행부로 인해 KBS 내부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KBS 사옥 앞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고 모였고 촛불시위는 3달 넘게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해서 판단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을까. KBS는 더 이상 언론노조나 집행부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솔직하게 돌아보고 진지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또 멀리보면 현재 문제는 '낙하산 사장 저지' 만이 아니다. 방송법 시행령, 민영화 문제 등 더 큰 문제 등이 켜켜이 쌓여있다. 현재로서는 '지는 싸움'을 하더라도 어떻게 노조가 원칙을 지켜서 국민들에게 언론 문제를 각인시키고 신뢰와 지지를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이 큰 과제다. 90년 방송민주화대투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

물론 KBS 노조가 진행하는 언론노조 탈퇴 투표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탈퇴 투표가 가결되더라도 현 상황에서 KBS 노조가 당장 탈퇴 수순을 밟을지 미지수고 부결되더라도 KBS 노조 집행부가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거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등의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KBS 노조가 전국언론노조를 포함한 외부 세력과 연대해 광범위한 '방송장악 저지 투쟁'에 나설 수 있느냐 하는 것.

KBS 노조는 오는 21일 KBS 임시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당초 예정됐던 조합원 비상총회를 연기하고 이사회 총력저지 전국 비상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19일 "이사회가 25일 차기 사장 후보를 일방적으로 임명 제청할 경우 다음날 새벽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S 사원행동 등의 "KBS 노조의 투쟁 일정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셈.

이에 따라 KBS 내부에서는 노조도 이제 물러설 곳이 없는 '외길 싸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S 이사회가 KBS 노조가 제시한 '사장추천위원회' 안을 정면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KBS 사장 후보 공모 등을 강행하면서 KBS 노조로서도 오는 21일 KBS 이사회 등에 정면 대응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 최상재 위원장도 이러한 관측에 동의했다.

"현 정권과 대화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노조가 시행 착오를 확인하고 있다고 본다. KBS 노조도 이사회가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사실상 '뒤통수'를 맞고 현실을 보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정연주 사장이 정권의 초법적인 권력 운용으로 밀려날 때부터 차기 사장은 '낙하산 사장'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 KBS의 의식있는 사원들이 모여 '사원행동'도 만든 만큼 적어도 '방송 장악 저지' 국면에서만큼은 KBS 내부가 일치 단결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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