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 방통위 사과명령 수용?
MBC 관계자는 "임원진이 사과 명령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12일 오후 5시 확대간부회의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MBC는 이르면 오늘 안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 결정을 내린 직후 MBC 내부에서는 방통위의 결정에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법원의 일부 정정 및 반론보도 판결, 검찰 수사 등이 계속되면서 사과 명령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영 사장 등 MBC 임원진은 지난 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워크숍을 열어 사과 명령 수용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2일 이 자리에서 MBC 임원진들이 방통위의 사과 명령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날 MBC에 통보한 징계결정문에서 "제재조치 명령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해당 방송 프로그램 본 방송 직전 1회 고지"하라며 "4개의 전면화면에 음성과 푸른 바탕, 흰글씨 자막으로 방송"할 것을 명령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방통위 징계 결정문에 따르면 방통위가 결정한 방송 결정문은 다음과 같다.
#1 이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사항 고지방송입니다. #2 (주)문화방송은 MBC-TV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2 방송 중,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환자 사망소식을 다루면서 여섯 가지 오역과 진행자가 주저앉은 소에 대해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방송하고, 한국인이 서양 사람보다 인간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다며 "한국인이...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는 내용을 방송하고,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면서,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 실태·캐나다 소 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사실이 있습니다. #3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3항,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를 위반한 것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습니다. #4 이러한 제재조치 내용을 알려드리며,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 (주)문화방송은 이를 계기로「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주)문화방송입니다. |
"권력의 힘에 눌려 정치적 타협을 시도할 것인가"
이에 MBC 내부에서는 '정치심의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논란이 적지 않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MBC 임원들은 일반 기업체의 책임자들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영방송 MBC의 경영진들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며 "권력의 힘에 눌려 정치적인 타협을 생각해서도, 시도해서도 안 되는 언론사의 책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MBC 노조는 "지금 우리는 진실과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다"며 "정치권력의 힘에 꺾여 진실과 공영방송의 가치를 모두 잃어 버린 언론사 경영진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말라"고 촉구했다.
MBC 노조는 11일 서울지부 대의원회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노조위원장 강제 연행 등 지도부 유고 사태에 대비해 차기 지휘부 선임 △검찰의 강제체포, 압수수색에 맞서 집행부와 조합원으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대' 구성 등을 결의했다.
<PD수첩> 제작진도 이날 MBC 사원들에게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이날 사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6명의 위원들이 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제작진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방통심의위원회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PD수첩>이 나쁜 역사를 만들어 향후 다른 프로그램마저 비슷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도 않다"며 "회사 경영진은 부디 방송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인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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