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KBS 본관에 경찰 병력을 끌어들여 KBS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유재천 KBS 이사장이 11일 "경찰 요청은 우발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사원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재천 이사장은 이날 낸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8일 임시이사회 때 신변보호를 요청한 당사자로서 사원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의 신변보호 요청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친정부 성향 이사 6명이 이사회 전날 호텔에 모여 경찰 투입을 논의하는 등, 이날의 경찰 투입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폭로한 데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
유 이사장은 "이사회 개최를 기다리는 이사들에게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려는 직원들이 '밤길 조심하라'는 등 고함을 지르며 협박을 해 왔고 회의장 문이 이들 직원들에 의해 뚫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며 "오전 9시 35분쯤 안전관리팀장을 불러 바깥 상황을 물어보니 10분 전부터는 시위직원이 100여명으로 늘어나 최대한 버티고 있으나 자체 안전관리팀 인력 60여명만으로는 이들 직원들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보고했고 이사님들의 의견도 신변보호 요청을 요청하자는 것이어서 오전 9시 45분쯤 영등포 경찰서장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경찰 도움 요청은 계획된 것은 아니며 이사들에 대한 신변 위협 사태가 진정되기를 최대한 기다리다가 급박한 상황이 계속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경찰 도움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경찰이 자랑스런 우리나라 대표 언론 기관 KBS에 들어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사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우발적? 경찰들은 왜 새벽부터 와있었나"
그러나 이날 유 이사장의 '해명'은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날 KBS가 사장 명의로 영등포 경찰서에 보낸 질의서에서도 유 이사장의 해명과 어긋나는 정황이 드러나있다.
KBS는 이 질의문에서 "취재된 바에 의하면 KBS 이사장의 공식 요청은 9시 50분 경으로 알려져 있으나 오전 8시경 KBS에는 이미 상당수의 경찰이 들어와 있었다"며 "이 같은 조치는 무슨 이유로 어떤 근거에 의해 이뤄졌는지 설명을 바란다"고 했다.
또 KBS는 "지난 8일 이사회장에는 KBS이사장의 신변보호 요청 이전에 '제ㅇㅇ'라는 경찰 간부가 이미 참석해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며 "사실이라면 무엇 때문에 경찰 간부가 이사회에 참석하였는지, 또한 어떠한 근거로 그러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KBS는 이날 질의서에서 지난 8일 있었던 경찰 투입에 강하게 항의했다. KBS는 "KBS에 대한 경찰 병력 투입은 KBS시설장(사장)의 요청 또는 동의가 있을 때만 법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8월 8일에는 KBS사장은 경찰 병력의 투입을 공식 요청한 바 없다. KBS에 대한 경찰 병력 투입은 누구의 요청에 의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KBS는 "KBS이사장의 신변보호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복경찰 수백 명이 KBS 관내로 진입하여 무력을 행사한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7조'에 의한 조치로 보기에는 과도한 조치"라며 "그러한 과도한 조치를 취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따졌다.
이어 KBS는 "이사회장이 아닌 KBS 본관 6층까지 들어와 KBS 임원과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정당한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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