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 위원회', 장하나, 김제남 의원 등 국회의원 13인(민주통합당 6인, 진보정의당 7인)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 기자 회견을 열고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을 위해서 밀양시 산외면에 있는 한 마을 공동체의 분열을 시도하려는 불법 행위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폭로를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 씨의 분신자살 등 지역 주민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공사에 진척이 없자 송전 선로가 지나는 이 마을에 '마을 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10억5000만 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일부 주민과 합의를 시도했다. 한국전력의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기존 765킬로볼트 송전 선로 지역 지원 사업비는 마을별로 평균 1~2억 원대 수준이다.
이들은 "70여 호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10억5000만 원을 안겨 준 이유는 사실상 주민을 매수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한국전력이 '송전 선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되더라도 이미 지급한 지역 지원 사업비를 반환받지 않겠다'(2항)고까지 합의서에 명시한 것은 주민 매수의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한국전력과 합의서를 작성한 주민의 대표성도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이들은 "합의서에 서명한 5인 중 2인은 2011년 11월 24일 선출한 마을 대책 위원(총 8인)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의견 수렴 과정이나 주민 총회 등을 거치지 않아서 다수의 주민은 합의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합의서 작성 이후 지난해 12월 24일 '영농 기계 및 농사용 창고' 사업 명목으로 한국전력은 8억 원을 우선 입금했다. 그러나 대표성을 의심받는 합의서에 서명한 5인은 주민과의 합의 없이 이 돈을 이웃 마을의 땅 약 1.3헥타르(3919평)를 7억5000만 원에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3.3제곱미터(1평)당 약 20만 원을 지불한 셈이다.
이계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그 땅은 대부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유휴지인데 그렇게 많은 돈을 내고 굳이 사들인 이유를 알 수 없는 탓에 주민의 의심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을 주민 사이에서는 마음대로 한국전력이 준 돈을 사용한 5인을 고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계삼 사무국장은 "10억 5000만 원이라는 합의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해진 것인지도 마을 사람은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한국전력과의 합의서 작성을 주도한 5인이 마을 주민을 기만한 상태에서 이런 합의를 추진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받는 바람에 마을 공동체가 극심한 분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전력은 이런 사실을 과연 몰랐느냐"고 꼬집으며 "이 기업은 주민 대표와 협상을 진행하고, 국회 공청회에 나서면서 뒤로는 마을 공동체를 이렇게 각개 격파하는 비열한 전략을 써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한국전력의 이러한 행태를 놓고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전력과 주민 간의 갈등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의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탑 161개의 건설이 결정됐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에 집중돼 있어 한국전력과 주민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2월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 밀양관아 앞 광장에서 송전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밀양 주민들. ⓒ프레시안(김윤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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