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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 '독도 논란' 한미FTA 조항에 '오락가락'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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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 '독도 논란' 한미FTA 조항에 '오락가락' 해명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이 제안했다"더니 '한국 자청'으로 말바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토 조항'이 독도 인근의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그리고 대륙붕에 대한 주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과 관련, 통상교섭본부가 김종훈 본부장의 국회 증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은 지난 5월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청문회에서 FTA 협정문 '영토 조항'과 관련, EEZ 등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하는'(exercise)에서 왜 '행사해도 되는'(may exercise, 혹은 '행사할 수 있는')으로 바꿨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이 먼저 제의한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통상교섭본부는 1일 이와 관련한 보도참고자료에서 "김 본부장의 발언은 미측 영역과 관련 'may exercise'라는 표현이 이미 미측 초안에 먼저 포함되어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영토 규정에 관해 답한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 자청' → '미국 제의' →'한국 자청'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최재천 의원의 질문과 김 본부장의 답변을 담은 속기록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 최재천 : (전략) 과연 미국이 먼저 요구했는지(①), 어떻게 수정하게 되었는지(②),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 측으로부터 문제제기가 있었는지(③), 혹시 미국에 대해서 일본 측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④) 그 네 가지에 대해 답변해 주세요.

- 김종훈 : 우선 뒤의 세 가지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리고요. 그 다음에 자기들은 늘상 이런 말을 쓰니까 같이 쓰자고 미국이 먼저 제의한 것도 사실입니다.(후략)


김 본부장의 말은 다소 혼란스럽다. 우선 액면 그대로 '뒤의 세 가지'를 제외하고 본다면, 미국이 먼저 요구했느냐는 ①번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미국이 먼저 제의한 것도 사실"이란 것이다.

김 본부장이 '뒤의 두 가지'라고 말했어야 하는 걸 '세 가지'라고 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②번 질문은 수정 경위를 물어본 것으로 '사실이 없다'고 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 김 본부장의 답은 어쨌든 "미국이 먼저 제의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없다"는 김 본부장의 답은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①, ③, ④번 질문에 대한 답변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말은 모순된다. 미국이 먼저 요구한 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으면서도(①번 질문에 대한 답) "미국이 먼저 제의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분명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김 본부장이 국회에서 분명 한국의 영토와 관련한 조항을 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가 미국의 선제 제안을 명백히 인정했거나, 다소 모순적으로 말하면서도 미국의 선제 제안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따라서 김 본부장이 "미측의 영역과 관련"된 말을 했다는 통상교섭본부의 해명은 전혀 엉뚱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작년 6월 30일 FTA 서명본 공개전에 이혜민 FTA 교섭대표가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미국에 가서 협정문 전체 문안 하나 하나의 법적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may exercise'로 수정됐다"라면서 "당시 김 본부장은 미국에 가지 않아서 아마도 원래 본인이 알고 있는 미국 측 얘기를 물어보는 것으로 여겨 그렇게 답변한 듯 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의 영역에 관한 것은 우리가 제안해 수정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 김 본부장이 국회 답변에서 많은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취지로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영토 관련 조항의 변경은 한국이 자청해서 했다는 이같은 해명은 김 본부장의 국회 발언이 있기 전까지 통상교섭본부가 일관되게 해 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의 국회 발언은 그와 정반대였고, 이날 해명으로 통상교섭본부의 답변은 '한국이 자청한 것'으로 또 한 번 바뀌어 버렸다.

지난달 31일 영토 조항 수정 경위에 대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청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통상교섭본부의 해명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도는 섬이 아닌 암석' 미국 관점 수용?

통상교섭본부의 해명이 자의적이라는 논란 외에도, 영토 조항에 '관할권을 행사해도 되는'이라는 유보적인 표현을 담아 독도 인근 영해, EEZ, 대륙붕의 영유권을 훼손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관련 기사 : (1) "한미 FTA로 '독도' 위험해질 수 있다" ; (2) "한일 FTA는 왜 좌초됐나…비밀은 '독도'에 있다" ; (3) "美지명위 독도 파문, 한미 FTA도 '불안'하다")

한미 FTA의 영토 조항은 FTA가 적용되는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영토'를 "대한민국이 주권을 행사하는(exercise) 육지, 해양, 상공, 그리고 대한민국이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그에 대해 주권 혹은 관할권을 행사해도 되는(may exercise, 혹은 '행사할 수 있는'으로 번역) 영해의 외(外)측 한계에 인접 및 그 너머에 위치한 해상(海床) 및 하층토를 포함한 해양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크게 둘로 나뉜다. 전반부는 "대한민국이 주권을 행사하는 육지, 해양, 상공"이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에 관한 부분이다.

문제는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에 대한 주권 혹은 관할권은 '행사해도 되는'이라고 유보적으로 표현됐다는데 있다. 또한 이 표현은 지난해 한미 FTA 협상 타결 후 5월 25일 협정문을 공개했을 때까지만 해도 '행사하는'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6월 30일 공개된 서명본에는 후반부의 표현이 '행사해도 되는'으로 수정되어, 두 표현을 구분한 이유가 뭐냐는 논란이 일었었다.

민변은 '행사하는'을 '행사해도 되는'으로 고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수역이 있다면 그것은 독도에 의해 형성된 EEZ와 대륙붕밖에 없다면서, '행사해도 되는'이라는 표현이 독도 영해, EEZ, 대륙붕 영유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문언적으로 볼 때 'may'는 'is entitled to'의 의미로 실제 주권을 행사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법상 주권을 행사할 권리를 가진 지역까지 포함되는 개념"이라며 "따라서 'may exercise'가 'exercise' 보다 제한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대륙붕 같은 곳은 매 순간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라며 "그냥 '행사한다'는 말 보다 후퇴한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제법학자인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교수는 "'may'에는 '행사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라며 "영토의 고유한 특성은 배타성이고, 그것이 명백하게 표현되어야 하는데 '행사해도 되는' 혹은 '행사할 수 있는'이란 유보적인 표현을 쓴 것은 양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exercise'는 사실적 개념이고 'may exercise는 규범적 개념"이라며 "한국이 사실적으로 독도를 지배하고 있어도 독도를 기점으로 하는 영해, EEZ, 대륙붕의 영유권에 대한 행사의 적법성이 바로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게 영토 조항 표현 분리 및 수정의 의미"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송 변호사는 또 하나의 쟁점을 제기했다. FTA의 영토 조항은 독도를 섬이 아닌 바위(Liancourt Rocks)로 보고 있는 미국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엔 해양법(UNCLOS)에 의하면, 독도를 암석으로 보는 한 독도를 기점으로 영해나 EEZ를 설정하겠다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라며 "FTA 영토 조항은 미국의 이같은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한국이 자청해 수정했다고 한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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