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8일 미 지명위원회(BGN)가 최근 웹사이트에서 독도의 한국령 표기를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한 것과 관련, BGN의 표기 변경이 미국 정부의 정책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며 미국은 수십 년간 독도의 주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무부는 BGN의 독도 표기변경을 미국이 주권에 대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지형들에 대한 문건 표준화 노력에 부합되게 이뤄졌다고 언급해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미국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문서에서 독도의 표기가 BGN이 이번에 변경한 것처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신속하고 종합적이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곤잘로 갈레고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독도 표기 변경과 관련, "문건 재정리는 우리가 주권에 대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지형들에 대한 문건을 표준화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에 부합되게 이뤄졌다"며 "웹사이트의 변경이 미국 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정책(문건 표준화)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국무부가 BGN의 독도 한국령 표기 변경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미국 정부 기관들로 하여금 이들 섬(독도)에 대한 내부 문건정리와 명칭을 독자적으로 우리의 정책과 일관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계기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또 "우리는 이들 섬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과거에도 밝혔듯이 이들 섬에 대한 주권 문제는 일본과 한국이 서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는 양측이 과거에 자제하면서 다뤘던 오래된 논란이며 우리는 그들이 계속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합의하는 어떤 결과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이름과 분류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수십 년간 주권 문제에 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섬들을 지칭하기 위해 '리앙쿠르 록스'를 사용해왔다"면서 "BGN이 리앙쿠르 록스를 주권 미지정 지역에 넣은 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과 관련이 없으며 미국 정부의 입장은 변화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그러나 독도 표기 변경에 앞서 한국과 일본 정부와 어떤 대화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답해줄 수 없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美 CIA·의회도서관, 독도 '분쟁지역' 이미 명기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 의회도서관 등 미국 정부와 의회 기관들이 '독도'를 중립적인 '리앙쿠르암(岩.Liancourt Rocks)'으로 표기할 뿐만아니라 '국제분쟁지역'으로 명기해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최근 미 지명위원회(Board on Geographic Names.BGN)가 '한국땅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의 '리앙쿠르암'으로 표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미국의 공공 기관들이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간주하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전방위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IA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서 한국에 대해 소개하면서 '국제분쟁(Disputes-international)'란에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MDL),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함께 "한국이 지난 1954년 이후 점유하고 있는 리앙쿠르암(독도/다케시마, Tok-do/Take-shima)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독도문제'를 언급했다.
CIA 월드팩트북은 일본을 소개하면서도 '국제분쟁'란에 일본과 러시아간 북방 5개섬 주권을 둘러싼 분쟁과 함께 "한국이 지난 1954년 이후 점유하고 있는 리앙쿠르암(다케시마-독도)을 놓고 일본과 한국이 서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를 먼저 언급하느냐 순서만 제외하고는 똑같이 기술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CIA는 한국과 일본을 소개하는 내용 맨 마지막 단락에 각각 "이 페이지는 2008년 7월24일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됐다(This page was last updated on 24 July 2008)"라고 적시해 놓고 있다.
미 의회 도서관도 한국의 국가 현황을 소개하는 '컨트리 스터디'에서 독도를 리앙쿠르암이라고 지칭하고,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지역이라고 명기했다.
미 의회 도서관의 한국 '컨트리 스터디'는 '지리' 항목에서 남한의 위치와 크기, 국경선, 기후 등을 설명하는 가운데 '분쟁(dispute)'이란 소제목 하에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리앙쿠르암'을 '북한과의 분계선'과 함께 포함시켰다.
그러나 미 의회도서관의 일본 소개에는 '리앙크루암'이나 '분쟁지역'이란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
미 국무부 인터넷 홈페이지도 한국 국가 개황 설명에서 독도를 리앙쿠르암으로 표시한 지도를 게재해 놓는 한편, 이를 분쟁지역으로 명기한 의회도서관 '컨트리 스터디'를 링크시켜놓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현재 CIA의 월드팩트북에 독도에 대해 기술돼 있는 내용은 지난 2005년 이후 국정원이 CIA측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지난 2006년에 수정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CIA 월드팩트북은 한국을 소개하면서 '국제분쟁'란에 독도와 관련, "리앙쿠르암(다케시마/독도)을 놓고 일본과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고, 때때로 일본이 주장하는 조업권을 둘러싸고 항거가 일고 있다(unresolved dispute with Japan over Liancourt Rocks(Take-shima/Tok-do) and occasional protests over fishing rights in grounds also claimed by Japan)"라고 설명돼 있었다는 것.
이에 국정원은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다(unresolved dispute)'는 표현은 말 그대로 미결된 상태의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CIA측에 수차 수정해줄 것을 요청, 2006년판부터 현재 기술된 내용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BGN 담당자, 원상회복은 불가"
미 지명위원회(BGN)는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한 최근 결정을 원상회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기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동아시아 어문학과장)는 28일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 국립지리정보국(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NGA)의 랜들 플린 외국지명 담당 책임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미의회도서관의 바버라 틸레트 박사와 전화통화를 한 결과, "지금 (BGN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내용이 미 국무부의 정식 입장"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틸레트 박사로부터 미의회도서관이 독도의 주제어를 '리앙쿠르 암'으로 변경을 하는 문제는 당분간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난 18일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BGN이 독도에 대한 묘사를 언젠가는 정리할 텐데 그 때는 반드시 '한국영토'라고 쓰여있는 난이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시 대사관측에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없다"면서 "식사후 연구실로 돌아와 '독도와 관련해 대사관에서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고 전화를 했고, '공사가 (미국내) 관계부서를 찾아다니며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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