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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회의에 외교관 '급파'…'삽질 외교'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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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회의에 외교관 '급파'…'삽질 외교' 한 번 더?

北의 '10.4선언 지지' 도출 막으려

정부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장관급회의(27∼30일)에 외교 관리를 파견했다. 이는 이번 회의 합의문에 '10.4 남북정상선언 지지'만을 담으려 하는 북한의 노력을 좌절시키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동맹회의에서는 북한의 뜻이 보다 충실하게 반영될 게 확실시되어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또한 정부의 이런 행동은 10.4선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부정적인 대북 메시지를 또 한 번 보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北, 박의춘 외무상 직접 참석

정부는 지난 25일 오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약실장을 테헤란 현지에 파견했다. 북한이 '10.4선언 지지'를 합의문서에 담으려 하는 정황이 포착되어 '한국의 입장도 균형되게 반영해 달라'고 참가국을 설득하기 위한 조치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균형된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국회 연설대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9.19공동성명, 10.4선언 등 남북간 모든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동맹회의는 2006년 정상회의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한다'라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는 등 그동안 남북간 주요 합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혀와 이번에도 10.4선언 관련 내용이 합의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실장은 한국 정부도 10.4선언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 대통령의 국회 연설대로 남북기본합의서 등 다른 합의들과 함께 모두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참가국에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간 다른 합의는 제외된 채 '6.15선언과 10.4선언에 기반한 남북대화를 지지한다'와 같은 표현만 포함될 경우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바·이란이 한국 손 들어줄까?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비동맹회의와 북한의 관계 및 역사를 가볍게 보는 또 하나의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북한은 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118개 정식 회원국 중 하나다. 그러나 한국은 게스트 국가에 불과해 개·폐회식에만 참석할 수 있고 본회의에는 참가가 제한돼 있다. 기본적인 위상이 다른 것이다.

또한 북한은 회원국 자격으로 합의문 조율에 직접 관여하지만, 한국은 다른 회원국들에 사정을 설명하는 간접적인 방법밖에 쓸 게 없다. 회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있지도 못하다. 아울러 북한은 외교 수장인 박의춘 외무상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비동맹회의 의장국은 쿠바이고 개최국은 이란이란 점도 한국의 뜻이 반영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북한과 함께 강한 반미(反美) 성향을 띠고 있는 이 나라들이 미국 편향의 외교를 펴는 한국의 손을 들어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뜻이 반영되기 수월한 구조 속에서 한국의 시도는 좌절될 될 가능성이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외교는 1950년대부터 비동맹운동과 소위 남남협력 차원에서 우리보다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라며 "특히 비동맹회의는 미국의 입김이 안 통할뿐더러 오히려 거부되고 있는 곳이어서 우리의 노력이 결국 또 안 됐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금번 비동맹회의 외에도 향후 각종 다자 외교 무대에서 10.4선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 10.4선언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근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10.4선언에 대한 환영과 지지 △10.4선언의 충실한 이행 권고 △남북간 대화, 화해 및 통일 과정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 지원 요청을 골자로 남북한이 공동발의한 '한반도에서의 평화, 안전, 통일'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남북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경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재현된 것으로, 냉전시대의 외교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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